7월 7일 모닝 페이지
시간은 새벽 2시 반. 평소보다 3시간가량 빨리 잠에서 깼다. 더위 때문이다. 일본은 한국보다 더위가 더 일찍 시작하고 오래 이어지는 경향이 있다. 아직 7월 초인데도 밤 기온이 30도를 웃돌다니. 지구가 뜨거워진다는 것을 이렇게 실감한다.
이사한 집 안방에는 에어컨이 없다. 그동안은 서큘레이터 한 대로 그럭저럭 버텼는데 앞으로는 힘들 것 같다. 도저히 그대로 다시 잘 수가 없어서 거실로 나와 에어컨을 켰다. 한동안 그렇게 에어컨 밑에서 시원한 바람을 온몸으로 쐬다가 겨우 소파에 앉았다. 한 손에는 소설책을 들고서.
예전에 샀지만 취향에 맞지 않아 완독을 포기했던 책이다. 한국에서는 꽤 잘 팔린 책이라서 이번엔 꼭 끝까지 다 읽어볼 생각이다. 일종의 시장조사랄까? 지금의 대중이 원하는 이야기가 무엇인지 파악하는 것도 소설을 쓰는 데 있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그렇게 한동안 소설을 읽다가 노트북 앞에 앉았다. 낮에 받은 카톡에 대한 답장을 쓰기 위해서다. 카톡으로 답을 할 수도 있었지만 시간도 너무 이르고 왠지 이메일로 답을 하고 싶었다. 짧고 간결하고 빠른 것보다는 길고 장황할 수는 있지만 좀 더 깊은 이야기가 나누고 싶었다.
그렇게 이메일을 다 쓰고 나니 어느덧 새벽 6시가 되었다. 세면대에 미지근한 물을 받고 표백제를 풀었다. 꿉꿉한 쉰내가 나서 한쪽에 모아 두고만 있었던 수건들을 빨기 위해서다. 마침 오늘은 구름 한 점 없이 날이 맑고 새벽에도 온도가 30도 밑으로 떨어지지 않을 정도로 기온까지 높다. 이럴 땐 더운 게 또 도움이 된다.
그러고 나서 바로 지금. 나는 이 글을 쓴다. 어느덧 잠에서 깬 지 약 4시간이 지났다. 그 사실을 알고 나는 조금 놀랐다. 그렇게 많은 일을 하지 않은 것 같은데 시간이 그렇게나 흘렀다니.
마음 가는 대로 행동하다 보니 어느덧 하늘이 환하게 밝아온다. 그렇게 오늘 하루도 시작된다. 이대로 아예 일어날지 다시 잘 지를 잠시 고민하다 곧 말았다. 이 역시 마음이 가는 대로 하면 될 것이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