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4일 모닝 페이지
며칠 전 잠들기 전에 남편이 내 유튜브 영상을 보고 그런다. 아무리 봐도 잘한단다. 전달력이 있고 기획력도 좋고, 4년 전에 만든 영상인데도 지금 봐도 괜찮단다.
남편의 칭찬에 나는 그저 한번 웃고 말았다. 기분은 좋았지만 그래도 유튜브를 다시 할 엄두는 안 나서.
유튜브는 시간과 품이 많이 든다. 하루의 반나절 이상을 유튜브 영상 제작에 쏟을 수 있는 시간이 있어야 가능하고 무엇보다도 내가 다시 유튜브를 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진 않는다.
그렇게 보면 하고 싶은 일을 할 때 가장 우선시되어야 하는 건 하고 싶다던 바로 그 일에 무작정 돌진하는 것보다 하지 않을 일을 선별하는 일인 것 같다.
나의 에너지가 주변으로 흩어지지 않게, 오직 하고 싶은 그 일 하나에 몰두할 수 있도록 무엇을 '하지 않을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 유튜브는 내게 있어 바로 '하지 않을 일' 중 하나다.
나는 요즘 뭘 하면 좋을지, 혹은 뭘 하고 싶은지에 대한 결정을 내리기가 어렵다는 것을 종종 느낀다.
마음만 먹으면 뭐든 할 수 있고 뭐든 될 수 있는 시대에서 단 하나의 선택을 내린다는 건 그 외의 것들을 전부 포기하는 것을 의미하니까.
무언가를 선택할 때마다 정말 이게 맞아? 후회하지 않겠어?, 하는 스스로의 질문에 그렇다고. 이게 맞다고 자신을 납득시키며 행동으로 옮기는 일은 스스로에 대한 믿음 없이는 불가능하다. 그러나 이제 막 시작하는 일에 대한 자신의 믿음은 한없이 무르고 언제든 흔들릴 정도로 미약하다.
오늘도 새벽 5시에 일어나 소설을 썼다. 예전에 써둔 내용에 살을 붙이다가 너무 안 써져서 새로 썼다가 다시 예전에 써둔 소설로 돌아와 억지로 내용을 이어 붙였다.
오늘처럼 소설이 잘 써지지 않을 땐 바로 조급한 마음이 든다. 이래서 되겠냐고. 그냥 다 때려치우라고. 마음에서부터 나오는 날 선 소리에 나도 모르게 마음이 움츠려들 때마다 스스로에게 들려주는 말이 있다. 시간만이라도 채우자고.
잘 써지든 안 써지든 일정 시간을 소설을 쓰는데 쏟다 보면 뭐라도 내용이 나온다. 이상하면 내일 다시 쓰면서 고치면 되니까 일단 정해진 시간만큼은 어떻게든 써보는 거다.
그렇게 억지로라도 하다 보면 하고 싶지만 엄두가 안 나서 시도조차 못했던 일이 어느덧 내 일상에 당연한 듯 자리 잡는다.
이게 정말 맞는지, 후회할지 말지 확신은 안 서지만 그 모든 소음에도 흔들리지 않고 꿋꿋이 행동에 옮긴 나의 '하고 싶은 일'은 나도 모르는 사이 내 꿈의 기반을 서서히 다져주고 있는 것이다.
아직도 나는 소설을 쓰는 게 어렵고 이걸 계속할 수 있을지에 대한 확신이 없다. 하지만 확실한 건 소설은 지금의 내가 수많은 '하지 않을 일'을 섞어내며 골라낸 하나의 답이라는 것이다.
여전히 불안하고 막막하지만 올해만, 아니 한 달만 더 써보자며 스스로를 달랬다. 크게 반응이 없어도,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아도 한 달 정도는 더 시간과 에너지를 쏟아보자. 그러다 보면 또 보이는 것이 있겠지.
내일은 또다시 새로운 한 주가 시작된다. 나는 또 새벽 5시에 일어나 소설을 쓸 것이다. 너무도 미약하고 볼품없는 내 꿈에 대해 몇 번이고 괜찮다고, 할 수 있다고 스스로를 달래면서.
그런 걸 보면 하고 싶은 일을 선택한 사람들에겐 일종의 숙명 같은 것이 주어지는 것 같다. 쉴 새 없이 드는 스스로에 대한 의심과 불안을 지우며 뭐라도 행동으로 옮기는 것. 그리하여 끝내는 되고 싶은 미래의 모습을 현실화하는 것이 바로 하고 싶은 일을 택한 자들이 행해야 하는 의무이자 운명 같은 것인지도 모른다.
그런 거대한 일을 내가 과연 실제로 이뤄낼 수 있을까? 솔직히 잘 모르겠다. 하지만 확실한 건 막막해 보이는 미래의 그 모습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서는 매일의 내 노력이 전제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보잘것없고 하등 쓸모없어 보이더라도 그 모든 것들을 감수하며 꿋꿋이 발자국을 찍어 나가는 것. 지금의 내게는 바로 그런 행동이 필요하다. 하고 싶은 일이라며 선택한 나의 꿈이 또다시 초라하게 시들어버리지 않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