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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붱 Jul 15. 2024

안녕히 계세요 여러분

7월 15일 모닝 페이지

인스타그램을 다시 한지 일주일쯤 되었나? 나는 예전처럼 가슴이 자주 답답하고 내 처지가 한심하고 뭐든 빨리 해서 결과를 만들어내야 할 것 같은 조급함을 느끼고 있다. 누군가의 인생의 하이라이트 장면만 쏙쏙 골라 있는 인스타그램에 또다시 발을 들인 탓이다.


덕분에 또다시 글도 막혔다. 엽편 소설을 쓰려고 하면 이걸로 되겠냐는 소리가 나를 멈춰 세우고, 에세이를 쓰려고 하면 또 쉬운 길로 도망치려고 하냐고 스스로를 비웃었다.


나를 가장 믿고 지지해줘야 하는 나 자신이 스스로를 가장 못 믿고 누구보다도 차가운 시선으로 대할 때마다 마음의 갑갑함은 더 심해지고 무언가를 하겠다는 의지 또한 사라진다.


이렇게 또다시 글이 멈춘 작가가 되려나. 역시 글은 아니라고 또 허튼데 시간을 쏟았다고 스스로를 비웃으며 남은 날들을 아무 생각 없이 흘러가는 대로 시간에 기대 사는 짓을 반복하려나.


마음이 좀 후련해지고 싶어서 쓰기 시작한 글이 어째 쓸수록 더 마음을 무겁게 만들고 있다. 글쓰기를 대하는 나의 마음이 또다시 무거워진 탓이다.


약 2년 간 제대로 된 글을 전혀 쓰지 않다가 다시 글을 쓰자고 마음먹었을 때 가장 먼저 했던 생각이 하나 있다. 바로 '글에 대한 부담감을 버리자'. 더 정확히는 '글을 써서 성공하겠다는 꿈을 버리자'였다.


글을 쓰고 돈을 벌고 큰 성공을 거둬 다른 일은 하지 않아도 먹고살만한 부와 명예를 거머쥐는 것은 살면서 로또 1등에 당첨되는 확률과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머리로는 이렇게 잘 알면서도 왜 글을 쓸 때는 로또 한 장을 살 때처럼 좀 더 가볍게 접근하지 못할까. 아마도 로또를 살 때보다 글을 쓸 때 더 내 시간과 마음을 쏟게 되기 때문이겠지.


누군가 내게 '시간을 쏟는 건 나의 생명을 사용하는 일'이라고 말해준 적이 있다. 처음 그 말을 들었을 때 뒤통수가 얼얼하게 저려올 정도로 놀랐다. 그렇구나. 어떤 것에 시간을 쓴다는 건 남은 내 삶의 일부를 사용한다는 것이구나.


그렇다면 지금 내가 글을 쓰며 느끼는 이 답답함과 절망감은 나의 생명이 허튼데에 소진되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에서 비롯된 것인지도 모른다.


쓸데없는 짓에 힘 빼지 말고 더 효율적이고 가치 있는 일에 시간을 쓰라는 마음의 소리가 또다시 나를 괴롭혀온다. 돈 한 푼 벌지도 못하는 글 같은 거 얼른 때려치우고 그 시간에 집안일을 하든 주식을 하든 하다못해 잠을 더 자든 하라고 소리친다.


무시하고 싶은 마음의 소리가 점점 더 크게 내 몸을 울려오고 끝내는 내 손과 발을 꽁꽁 묶어버린다. 아무것도 할 수 없고 아무 일도 하고 싶지 않았던 언젠가의 그날로 자꾸만 나를 밀어 넣으려고 한다.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하나요. 누군가에게 묻고 싶다가도 또 묻기 싫어진다. 그래봤자 지금의 내게는 아무런 조언도 위로도 와닿지 않을 테니까.


글이 너무 우울해서 행여나 나를 걱정할 사람이 있을까 또 걱정된다. 그런 분들께 미리 말씀드립니다.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한 며칠 또 이러다 저는 다시 자리를 털고 일어날 인간입니다. 삶의 의지가 바닥을 찍었던 순간에서도 끝내는 삶의 한복판으로 다시 뚜벅뚜벅 걸어온 사람입니다. 가끔 이렇게 무너지기는 해도 꺾이진 않으니 너무 염려 마세요.


한동안 에세이는 다시 쓰지 못할 것 같다. 엽편 소설도 업로드를 못할 것 같다. 대신에 혼자서 소설을 써볼 것이다. 그것도 장편으로.


지금은 무리라고, 나중에 해보자고 또다시 나를 멈춰 세울 마음의 소리를 묵살시키기 위해서 이 글을 쓴다. 나는 장편 소설을 쓸 것이다. 그것도 올해 안에.


브런치에는 다시 또 글을 못 올릴 것 같지만 올해 말에 이 글을 다시 꺼내보게 될 때쯤엔 정말로 장편 소설 하나를 완성시켰기를 바란다. 그래야지만 또 하나의 흑역사 같은 글을 썼다며 창피해하고 있는 지금의 내게 어깨 펴고 당당히 맞설 수 있을 것 같기에.






이 글을 끝으로 '나를 깨우는 모닝 페이지'와 엽편소설 '정 이야기'는 일단락 지으려고 합니다.

그동안 혼자만의 주절거림이 가득한 글과 부족함이 많았던 소설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안녕히 계세요 여러분. 

다음에 다시 만나요. 웃는 얼굴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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