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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붱 Jul 04. 2024

날이 좋아도 건조기를 돌립니다

7월 4일 모닝 페이지

어젯밤엔 자기 전에 세탁기를 돌렸다. 세탁은 물론 건조까지 되도록 설정을 해서. 내일은 예보상으로만 보면 맑은 가운데 구름이 낀, 비교적 세탁하기 좋은 날씨임에도 건조 기능까지 쓴 건 잠깐의 여유가 간절했기 때문이다. 나는 요즘 체력의 한계를 여실히 느끼고 있다.


한국에서 돌아온 지 나흘 째인 어제. 나는 쉴 새 없이 잠이 쏟아지는 와중에도 이유식을 만들고 아이를 돌보고 집안일을 했다. 바닥난 체력 탓에 벌써 며칠 째 운동도 하지 못했다. 써야지 써야지 노래를 부르고 있는 소설도 단 한 줄도 쓰지 못했다.


아주 잠깐의 여유가 간절했다. 집안일과 돌봄이라는 가사노동을 모두 능숙하게 완수해 내고 작가로서 내가 쓰고 싶은 글을 쓰기 위해서는 그럴만한 체력과 시간이 있어야만 한다. 건조 기능은 바로 그 잠깐의 시간을 만들어낼 수 있는 든든한 조력자였다.


그렇게 건조까지 다 돌리고 자고 일어난 오늘 아침. 바짝 말라있는 세탁물을 꺼내어 개는 내내 나는 어제의 내 결정이 틀리지 않았음을 실감했다. 겨우 단 하나의 노동 과정이 생략됐을 뿐인데 이토록 마음이 가벼워지다니. 하루의 시작을 상쾌한 기분으로 할 수 있다는 것 역시 건조 기능이 가져온 또 하나의 장점이었다.


외벌이인 우리 집의 특성상 아낄 수 있는 건 웬만하면 아끼면서 살고 있지만 가끔은 이렇게 작은 사치를 부려보는 것도 괜찮은 것 같다. 그렇게 해서 얻게 되는 마음의 안정과 심신의 여유가 나와 내 가족의 일상을 평온하게 유지해 주는 것은 물론, 소설이라는 새로운 분야에 내가 도전할 수 있는 용기를 만들어주기에.


오늘은 정말로 소설을 써봐야지. 그래봤자 시간상 캐릭터 설정만 하다가 다시 아침밥 준비를 해야 할 것 같지만 그게 어딘가. 조금씩이라도 시간을 내어 내가 쓰고 싶은 그 이야기를 하나씩 완성해 봐야겠다. 건조 기능이 가져온 찰나의 여유에 감사해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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