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4일 모닝 페이지
어젯밤엔 자기 전에 세탁기를 돌렸다. 세탁은 물론 건조까지 되도록 설정을 해서. 내일은 예보상으로만 보면 맑은 가운데 구름이 낀, 비교적 세탁하기 좋은 날씨임에도 건조 기능까지 쓴 건 잠깐의 여유가 간절했기 때문이다. 나는 요즘 체력의 한계를 여실히 느끼고 있다.
한국에서 돌아온 지 나흘 째인 어제. 나는 쉴 새 없이 잠이 쏟아지는 와중에도 이유식을 만들고 아이를 돌보고 집안일을 했다. 바닥난 체력 탓에 벌써 며칠 째 운동도 하지 못했다. 써야지 써야지 노래를 부르고 있는 소설도 단 한 줄도 쓰지 못했다.
아주 잠깐의 여유가 간절했다. 집안일과 돌봄이라는 가사노동을 모두 능숙하게 완수해 내고 작가로서 내가 쓰고 싶은 글을 쓰기 위해서는 그럴만한 체력과 시간이 있어야만 한다. 건조 기능은 바로 그 잠깐의 시간을 만들어낼 수 있는 든든한 조력자였다.
그렇게 건조까지 다 돌리고 자고 일어난 오늘 아침. 바짝 말라있는 세탁물을 꺼내어 개는 내내 나는 어제의 내 결정이 틀리지 않았음을 실감했다. 겨우 단 하나의 노동 과정이 생략됐을 뿐인데 이토록 마음이 가벼워지다니. 하루의 시작을 상쾌한 기분으로 할 수 있다는 것 역시 건조 기능이 가져온 또 하나의 장점이었다.
외벌이인 우리 집의 특성상 아낄 수 있는 건 웬만하면 아끼면서 살고 있지만 가끔은 이렇게 작은 사치를 부려보는 것도 괜찮은 것 같다. 그렇게 해서 얻게 되는 마음의 안정과 심신의 여유가 나와 내 가족의 일상을 평온하게 유지해 주는 것은 물론, 소설이라는 새로운 분야에 내가 도전할 수 있는 용기를 만들어주기에.
오늘은 정말로 소설을 써봐야지. 그래봤자 시간상 캐릭터 설정만 하다가 다시 아침밥 준비를 해야 할 것 같지만 그게 어딘가. 조금씩이라도 시간을 내어 내가 쓰고 싶은 그 이야기를 하나씩 완성해 봐야겠다. 건조 기능이 가져온 찰나의 여유에 감사해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