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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이사장 Sep 08. 2024

이때 이국수

버린다 치고 한번 해봅시다. - 고등어 온 메밀.

메밀 국수 위에 고등어구이라 생각만으로도 비리네.

묘하게 끌렸지만 묘하게 꺼림칙하고 어쩐지 그냥 망할듯해서 주춤거렸었죠.

일본 여행 중 아라시야마에서 접한 청어 메밀 국수는 맛이 너무 훌륭해서 내 나름의 모험적인 선택을 탁월하다 여겼으며 뭔가 엄청난 장인의 비법이 있겠다 싶어서 만드는 것을 엄두도 낼 수 없었습니다.

어느 때인가부터 인터넷에 고등어 메밀 국수 레시피가 올라오고 점점 흔해졌지만 내가 만들어 볼 엄두는 내지 못했죠.

그러던 중 찌는듯한 더위 속에 따뜻한 비가 내리던 날

"망해 봤자 고등어인데 참치도 아니고 민어도 아니고 고등어인데 비리면 버리면 되는데 이까짓꺼에

왜  용기가 필요한 거야"한 생각이 들어서 일을 벌여 봅니다.


재료: 순살 고등어 ,식초, 조미 간장 ( 간장 1. 소주 1, 설탕 0.5, 물 1 , 다시마 손바닥만 하게 1)

          간 무 1큰술,  다진 파, 고추냉이.


제일 먼저,  조미 간장을 팔팔 끓이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분량의 재료를 중불에서 끓입니다. (오래 끓일 필요 없어요 설탕 녹고 다시마 적당하게 불만큼 10분 정도 끓여 주면 충분합니다.)- 경남이 집밥에 소개되었던 쓰유보다 설탕량을 줄였습니다. 이건 재량껏 하시면 됩니다.

시판 쯔유 좋아요 . 편한게 최고죠.


고등어 비린맛에 집착하다가 제가 생각해 낸 방법이 식초랍니다.

식초에  15분 정도 재웠는데 탁월한 선택이었습니다. 살도 단단해지고 부드럽고 맛은 산뜻해졌으며 비린 맛도 잡았습니다.

      고등어 식초에 담그시고 무 갈고 파 다지세요.

육수 양만큼의 조미 간장에 물을 1:3-4정도로 희석해서 끓여 주세요.

간장물 대강 끓이신 후 고등어에 식초를 키친타월로 닦아 주시고 기름 두르지 않은 팬에 잘 구워주세요.

- 저는 항상 모든 생선들한테 바랍니다. 뜨겁고 다 익은 듯하면 스스로 돌아누워달라고 미련하게 타고 있지 말구요 -

고등어 구우시면서 면 삶으시면 준비 끝.

면 잘 헹궈서 면을 그릇에 담고 육수 붓고 간 무, 다진 파, 고추냉이 넣으시고 고등어를 살짝 얹어주시면

마무리입니다..

사진 상으로 살짝 덜 익은 듯 보이지만 실은 껍데기 탄 부분이 알아서 떨어진 거랍니다.

잘 된 거죠. 제 고추냉이가 하얀 고추냉이라 두드러지지 않지만 엄연히 존재합니다.

원조의 정도는 못 미치겠지만 훌륭한 맛이랍니다.

이해 안 가는 것, 납득하기 힘든 것도 그냥 하다 말면 되지란 맘으로 해보면 별것 아닌 것 같네요.

우리 용기 내서 한 번 해봅시다.

고등어 때문에 살고 라면이랑 맞짱 뜨게 쉬운 고등어 메밀 국수였습니다.

잊지마세요. 망해봤자 고등어! 이리 생각하면 참치도 민어도 겁나지 않아요.

인생은 용감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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