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 한 알 - 서늘한 봄밤 달큰한 샌드위치
5월인데 그래도 5월인데....
날씨가 춥다.
습한 기운이 올라오고 제주의 무자비한 바람이 휩쓸고 찬 기운이 스멀거리면서 주위를 떠돈다,
늦은 밤,
사과 한 알을 들고 조그맣게 조그맣게 썰기 시작했다.
사과잼을 만들 요량인데 그 양이 우습다.
나는 대량을 만드는 밑반찬도 잼도 청도 거부 반응이 있다.
뭔가를 만들고 세 번 정도가 마지 노선이다.
냉장고에 잘 만들어 놓은 밑반찬도 잼도 시간이 지나면 손을 대지 않는다.
힌 밤중에 사과 한 알을 잘게 썰어서 잼을 만든다.
봄이라 더 가까이 온 습한 찬 기운은 나를 더더욱 움츠리게 한다.
사과 한 알을 잘게 썰고 냄비에 넣고 설탕 두 스푼을 넣고 불을 약하게 올리고 나는 가만히 옆에 앉아서
냄비를 들여다본다.
설탕을 골고루 묻히고 끓이기 시작한다.
사과 한 알과 물을 넣지 않은 냄비는 아주 빠른 시간 내에 끓기 시작한다.
십오 분 지나서 바글거리는 사과잼을 바라보다가 시나몬 가루를 넣을까 싶어서 집어 들지만 어쩐지
가을 향이 짙은 시나몬 향은 맥이 빠지는 듯하여 창가에 있는 로즈메리를 조금 뜯어서 넣는다.
살짝 생동거림이 나쁘지 않게 느껴지고 로즈 마리 향이 코끝에 머문다.
어느덧 잼이 다 끓은 냄비의 불을 끄고,
달달한 샌드위치를 만들려고 크루아상 하나와 돌나물 루꼴라를 준비하고 샌드위치를 만든다.
돌나물은 내가 아끼는 샌드위치의 친구이다.
탱글한 잎의 건강함과 샤라락 씹히는 쌉쌀함이 빵과 어울려서 흡족함을 안겨준다.
루꼴라의 향이 더해지면 더더욱 만족스러운 이국의 향이 전달된다.
부드러운 크루아상에 돌나물을 깔고 루꼴라를 얹고 사과잼을 두텁게 올리먼 상상하기 힘든
맛이 내 눈과 혀를 반하게 한다.
사과 한 알 잼의 양은 샌드위치 세 번이 알맞다.
달달하게 다가오는 사과향에 돌나물과 루꼴라의 신선한 싱그러움에 늦은 밤 비가 내리고 바람이 부는 오월의 저녁을 부드럽게 감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