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승과 성준이
재승과 성준은 중고등학교 동창이다.
재승은 "내가 성준이와 아는 것은 성준이 복이고 난 얻어걸린 거다" 라면서 둘의 관계를 정리해서 말한다.
중고등 때에는 둘이서 만날 수 있는 지점이 거의 희박했다고 들었다.
나는 재승이 오빠와는 대학교 2학년 때부터 잘 알고 있었는데 오빠에게 성준이란 친구가 있다는 것은
대학교 사 학년이 훨씬 지난 이후였다.
나 역시 성준이와 만날 어떤 이유도 없어서 성준이네 스튜디오 방문은 한번 하고 또 한 번은 거리에서 우연히 만났었는데 인사를 하기 애매해서 그냥 '재승오빠 친구구나'하고 지나쳤을 뿐이었다.
성준오빠 스튜디오에서 술을 마시고 건아 언니에게 전해 들은 오빠들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다.
고3 때 성준이 오빠가 성적이 굉장히 좋았는데도 불구하고 대학전형을 고민하고 차일피일 미뤘었는데
재승이 오빠 아버님 회사에서 장학금 후원을 받을 수 있도록 재승이가 소개를 했고 대입을 보고 성준이 오빠는 바로 방위를 마치고 바로 미국으로 왔다고 했다.
성준이 오빠, 아버님은 노름에 심취하신 분이었고 어머님은 첩이셨다고 그래서 대학을 졸업하고도 길이 막막했고 군대도 방위로 전역했다고 했다.
재승오빠는 대학교를 일 년 다니다가 군대를 마치고 미국유학을 왔는데 성준오빠 때문에 상당히
피곤했었다고 기술했었다.
"아니 돈은 우리 아빠 회사에서 등록금과 생활비까지 다 밀어주는데 그 새끼는 제일
비싼 대학교를 가고 성적은 너무 좋았지 그런데 나는 그저 그런 디자인스쿨에서 생활비가 학비만큼 들게
성적은 간당간당하게, 나 피곤했었다."
그때 처음 들은 사연이었다.
미국에 와서도 잘 안 만났다고 했다.
" 파트타임을 안 했다더라고 졸업 빨리해서 취업하겠다고 너 성준이 집 봤냐?"
그 당시 방문한 성준오빠 스튜디오는 사 인용 식탁하나 의자 두 개 끝이었다.
"그래도 여기가 미국인데 침대도 없어 난 생활비 지원 안 해주는 줄 알았는데
학점을 다 채워 받아서 생활비로 충당했단다. "
재승이는 기가 막히다는 듯이 웃으며 말했다.
성준이는 컬럼비아 대학교 동양 사학과를 졸업했다.
돈이 없어서 허덕거리고 졸업 후에 취직을 간절하게 바라던 그에 전공이 놀라웠다.
아시아계 학생이 열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드물고 졸업도 정말 힘들다 했는데...
성준은 재학 중에 국제기구 인턴사원이 되었고 그것을 계기로 주욱 눌러앉았다고 했다.
성준은 국제기구를 재직하면서 4년 만에 재승 오빠 아버님을 찾아가서는 학비로 받은 지원금을 다 갚았고
재승이는 "그때 너무 놀랐다고 내가 사람 보는 눈은 있다고 아버님이 칭찬을 하시더라" 하면서 웃었다.
성준이는 어마어마했던 재승오빠네의 후원금을 갚으려고 다들 지원하기 꺼려하는 전쟁국가로 나가는 자리를 지원했었고 그렇게 계속하다 보니 미국 시민권을 따고 중동 전문가가 되어서 지금이 되었다 했다.
재승오빠는 대학을 졸업하고 집안에 문제가 있어 미국이민을 결정하고 건아 언니와 결혼했으며
성준이와는 한 십여 년 동안 연락이 뜸했다고 한다.
둘도 없는 친구라면서 둘은 성향이 너무나도 틀려서 나도 의아했었다.
세상 유하고 거침없는 백 재승이가 너무도 틀린 성준오빠와...
정말 있기 드문 친구 관계인데 바람직스럽다.
후에 성준이와 불면증에 시달리던 나는 성준오빠가 거는 전화로 새벽에 많은 통화를 하는데
내가 재인이랑 성준이랑 사귀었다는 말에
"그새 연애도 했었어?"라고 묻자
"내가 백재승 친구다 인마"
라고 짧은 대답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