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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중 오빠. 03화

오빠.

제주도에서....

by 남이사장

정신 몽롱하게 삥을 뜯기고 이틀 후,

계란 28이 전화를 해서 자신의 직원들이 가게에 올 터인즉 샌드위차 8개를 표장해 달라는

주문을 받았다.

그날 오후 네 시경에 깔끔한 양복 차림의 젊은 청년 세 명이 와서는 샌드위치를 가져갔고

내게 흰 봉투를 사무관님이 보내셨다면서 건네주었다.

얼떨떨하게 건네받은 봉투에는 오만 원권 여덟 장이 반듯하게 누워 있었다.

"이건 왜"

"미안한가? 샌드위치 값은 아닐 테고 도대체 이 금액산정의 기준은 뭘까"

호기심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었다.

아무튼 버스값은 삥이 아니었다.

저녁이 되고 마무리를 하고 길을 나서는데 전화가 왔다.

"무슨 돈이야"

" 너 가게 여는데 기념하는 의미야"

"가게 연지가 4년이 되어가는데 참 좋다"

난 머쓱한 기분에 퉁퉁맞게 응한다.

" 샌드위치 잘 먹었다더라 수고했네 감사하다"

오빠는 하루 내내 오염수처리 문제로 회의가 있었고 자신이 있을 자리가 아니어서 힘들었다고 했다.

계란 28은 각 나라의 분쟁 조정을 담당하는 사무관이었다.

주된 업무는 중동 지역권인데 이번에 한일 수사물 수출문제가 제기되면서 어쩌하다보니

오게 되었다 했다.

그러면서 하루 내내 수산물의 오염에 대해서 양국 간의 의견을 들었는데

저녁으로 해산물을 주더라면서 허허 웃었다.

약간 친밀해진 느낌이 들었다.

오빠 하는 일에 대해서 이런저런 수다 끝에 집에 도착을 했고

"나 또 전화할게"라고 그날의 통화가 마무리 되었다.


다시 이틀이 지나고 일요일 아이들 영어 과외를 마치고 있는데

오빠가 들이닥쳤다.

"배고프다 먹을 거 있어?"

그날은 가게 휴무일이어서 무언가를 만지기도 싫은 날인데, 밥을 찾다니..

"라면 먹을래?"

마지못해서 물었고 오빠가 편의점에서 라면을 사 오겠다며 신나게 나갔다.

라면을 끓여서 작은 그릇 두 개와 젓가락 그런데 김치도 없다.

오빠는 김치 필요 없다 해서 덜 미안했는데 내가 라면에 넣은 떡을 보고는 기뻐한다.

"정말 오랜만이네. 떡라면"

둘이서 라면을 먹고 산책을 해보자고 해서 근처 도서관에 가서 자판기 커피를 오랜만에 뽑아 마시고는

두리번두리번 걸어오는데 계란 28이 편안해 보인다.

" 오빠 근데 여자랑 안 걸어 봤니?"

뜨악한 오빠 표정.

" 여자 얼굴에 기미가 확 덮친다고 그늘에 날 세워야지 기미 생긴다고!!"

무안한 듯이 자리를 내어 주더니 빙그레 한번 웃고 가게로 와서 공항으로 갈 준비를 한다.

" 차 없어?, 저번에 그분들이 오는 거 아니야?"

" 가이드 팀. 내게 오늘 이르게 퇴근하시라고 했어"

"또 버스야?"

" 자료들이랑 짐이 부피가 있어서 짐은 부탁드리고 난 구경 다니다가 너나 보고 가려고

혹시나 해서 들렸는 데 있어서 좋았는데"

" 그랬구나 별나다"

오빠는 또 웃는다.

이것저것 궁금한 게 있었는데 마구 잡이로 물어볼 수가 없어서 재승오빠의 당부말이 생각이 났다;

"연봉이 얼마야 대충 곤란하면 말 안 해도 돼."

"재승이랑 통화했어?"

"엉 그저께 물어보라 그랬어 오빠를 좋아하게 될 거라고."

"미친놈 어이구"

"그래서 얼마야"

"이건 거짓말이 아니고 말을 보태는 것도 아닌데 잘 몰라."

" 왜 몰라"

" 추가 수당금이 있어 주로 전쟁터에 나가니까 나라마다 다 다르게 붙더라 너무 많이 측정될 때도 있고 아닐 때도 있고 궁금하냐 난 안 궁금한데 , 야 넌 몸무게 몇인데?"

" 내기 정육점에 매달린 돼지야? 경매해! 몰라! 나도 몰라."

이것이 나이 너끈하게 든 늙은 남녀가 대회인지 뭔지 라는 생각을 하면서 한심해했었다.

재승 오빠에 따르면

대학교 때 아르바이트 하나도 안 하고 공부만 하더니 대학졸업하기 전에 국제기구에 입사해서

중동 관련 업무를 30년 동안 봤다고 했다.

아랍권 문화가 보편적이지 않았기 때문에 고생도 많이 하고 그만큼 혜택도 많았다고

많이 벌어서 집안에 빚 갚느라고 애썼다고.

"성공했구나" 란 나의 찬사에

재승이 오빠가 " 성공? 누가 성준이가? 넌 그런 성공하겠냐? 난 너무 안 됐다."

라고 답한다.

"야 그 새끼 퇴직도 안한데 그 일을 할 만한 인물이 아직 없다더라. 전쟁터를 그렇게 가는 새끼가 어딨어

이기적인이 인간이야."

버스 정류장에서 헤어지고 새삼스럽게 뭉근한 기분으로 간 길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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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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