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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중 오빠. 02화

오빠.

2. 계란 28.

by 남이사장

가게 오픈 준비에 정신없이 감자수프 준비를 하고 있는 참이었다.

갑자기 내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에 바라보니

나이가 너끈하게 든 게란 28이 서있었다.

검은 트레이닝 복을 입고 모자를 눌러쓴 차림이었다.

아무 말 건네지 않은 채 바라보는 내게 무안한 듯이

" 공항에 지금 내려서 바로 온 거야 기억나지"

라면서 민망스러운지 머리를 긁적이면서 웃는다.

" 정말 왔네. 회의 있다면서 짐도 하나도 없이 그렇게 입고 왔어"

나의 첫마디였다.

재승이기 질 나간다고 근사할 거란 말에 난 기대를 했었는지

오빠의 트레이닝 복장이 뜻밖이었다.

" 아, 내 짐은 미리 보냈고 나는 버스 타고 가려고 좋네 허 허."

그제야 난 어색함이 밀려왔다.

' 어이구, 뭔 오빠라니 이십 년도 훨씬 전에 딱 두 번 봤는데 나 아는 것도 없는데 무슨 말을.'

할 말이 없는데 할 일은 있어서 다행이다 싶었다.

"나 커피 한 잔 주라. 믹스 없지 넌 믹스 없을 것 같은데"

마실 것도 권하지 않았던 내가 미안했었다.

"없어. 오빠 믹스 마셔?"

" 없어서 못 마셔. 수시로 눈에 보일 때마다 믹스 마시고 있다. 맛있잖아."

"불행하게도, 노 믹스야. 가게 손님용 마실래 내 개인 소장용 마실레?"

"달라?"

"커피가 다르지 내 거는 비씬 거야. 주로 동네 커피가게의 원두인데 다 맛있고 손님용은 대량으로 부르는 거야"

나를 바라보면서 어이없다는 표정이다.

잠시 오빠는 커피에 대해 생각을 하는지 아무 말 없이 생각에 잠겼다.

난 그때 맘 한 편에서 귀찮음을 동반한 생각' 그러거나 말거나 뭘 생각하니 빨리 말해라'라고 하고 있었다.

"나 네 것으로 줘 블랙으로 진하게 될까?"

" 돼, 다만 내거는 핸드드립이라 상당히 번거롭지 금방 줄게 기다려"

아무튼 바쁜 오픈 준비시간 친하지 않은 사람에게 받침 있는 커피잔에 커피를 대접해 드리고

버스 타는데 까지 부탁을 해서 버스 정류장에 같이 가고 버스비 할 돈이 없다고 해서

- 정말 싸울 수 있을 것 이었다. -

삼천 원 정도를 내주면서 난 생각했다.

"성공을 했어?, 잘 대하라고? 백 재승! 으이그, 내가 미친년이야, 내 돈 삼천 원이 나갔네.'

삥 뜯긴 느낌과 헛헛한 기분에 그냥 주저리주저리 걸어서 가게로 왔다.



오성준이 계란 28이 된 사연인즉슨

재승오빠와 건아 언니 만남의 자리에 제가 꼈었습니다.

얼큰하게 취한 재승 오빠가 델리에 가서 물도 사고 과자 칩 종류도 사고 맥주도 사더니

"가볼레 성준이네?"

저는 발언권이 없었고 건아 언니가 좋다고 해서 성준오빠네를 갔었습니다.

저녁 아홉 시쯤이었습니다.

재승이, 건아 언니, 성준오빠는 70년생이었고 저는 쪼금 어렸죠.

호텔 같은 건물인데 호텔이 아닌 허름한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 긴 복도를 지나 피곤해 보이는

성준 오빠가 문을 열었고 재승이 오빤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방 한가운데를 차지하면서

"야 오 성준 맥주 안주 필요해, 뭐 없어?"

건아 언니는 칩을 뜯으면서 "아무것도 필요 없어 이리로 와 너도 마셔."

하지만 성준 오빠는 조용히 부엌에서 부스럭 소리만 냈습니다.

우리는 과자를 안주 삼아서 맥주를 마시는데 삼십 분 후에 성준오빠가 커다란 쟁반 위에

계란 프라이를 가지고 나왔었다.

"이게 뭐야?"

놀란 재승의 물음에 성준오빠 왈

"내가 너한테 주는 나의 최선이다 먹을 거라고는 오늘 산 계란 두 판뿐이라서 소금은 뿌렸으니까 알아서 드셔

반숙도 있고 다 익은 것도 있고 스크램블도 있고 양파도 넣었는데 오믈렛은 어렵네"

"몇 개야?"

"28개. 15개 두 판 샀는데 저녁으로 두 개 먹어서."

건아 언니가 웃기 시작했고 재승오빠는 슬프게 어이없어했었습니다.

"이 쪼다야, 너 내일 아침 없잖아 도대체 어휴 미친 너무 많다고."

그날 이후로 우리는 성준 오빠를 계란 28개라 칭하자 재승이가 "그래도 스크램블도 있었어"

하니 건아 언니가 "그냥 다 계란이야 프라이 28로 부른다"라고 해서 우리는 계란 28로 부럽게 되었습니다.


난 모든 게 어리둥절한 상태였다.

유난한 성격인 재승이 오빠가 내내 맘을 쓰는 것이 느껴졌고 성준이 오빠도 유난히 재승오빠를 챙겼다.

'둘이 친한가? 그런가? 저건 사귀는 사이야 분위기가'

생뚱맞은 혼란함 속에 새벽 한 시까지 오빠들과 언니는 술을 홀짝 거리면서 이야기가 빛나던 밤이었다.


그날 재승오빠가 전화를 했다.

짜증이 왈칵거렸으나 참았다.

"계란 만났어? 못 만났냐?"

"가게에 왔었어"

재승오빠는 궁금했다는 듯이 조각조각 만나서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무얼 어떻게 했는지를 다 물어보고

난 대답에 지쳐서 짜증이 터질락 말락 하면서 응대를 했다.

" 야 너 잘 생각하고 만나봐. 총각이쟎아."

'이 무슨 엿같은 말이던가 뭐야 커플매칭이었어 '

"계란 그게 말이지 여태 이 빚 저 빚 갚아대느라 게다가 세계평화를 지키느라 나이만 먹었지

잘 생각해라 재산도 꽤 있고 베네핏도 빵빵하고 혼자고 그만한 사람 없다"

"더 잘난 여자 만나라고 해 왜 나야 뻔하게 시리"

" 좋잖아 난 네 이야기 듣고 성준이가 딱 떠올랐는데 괜찮아 괜찮아 "

살살 나를 타이르는 재승이 오빠가 짐짓 귀여웠다.

" 살의 상태는? 똑같냐? 몇 kg야?"

난 가게손님의 문제로 맘도 상해있어서 살이 빠지고 있었서 자연스럽게 좀 빠졌다고 말했다.

사람 됐다란 어설픈 칭찬에 "오빠 혼자 애쓴다" 싶였다.

" 가게에다가 체중계 가져다 놔. 계란 앞에서 올라가 "

갈수록 갈수록 말이냐 보말이냐 오빠야!

그날은 재승이의 흥분이 두렵게 까지 했다

난 사람에 지쳤는데. 오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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