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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중 오빠. 07화

오빠.

그에게 외국어란...

by 남이사장

성준은 영어를 잘한다.

가게에 과외를 마친 테이블에 EBS 수능 특강책을 쓱 보더니

잡지에 퀴즈 풀듯이 삽십분 동안 오십 페이지가 넘는 문제를 풀고 성준이 떠난 뒤에

문제 정답은 맞춰봤는데 다 맞아서 "으이 저 인간'이란 맘이 들었다.

문제를 풀고 하는 말이 "아이들이 이 글을 읽고 이 문제를 풀어내는 게 참 웃기다"

라고 말하면서 문제를 이해할 만큼에 지적 능력이 없으면 (있을 리가 없다면서)

공감할 수 있는지 궁금해했었다.

영어야 매일 하는 말이니까 잘하겠지.

읽고 쓰고 말로는 신문 기사도 쓴다니까 인정!

그가 아랍어를 한다.

매우 잘한다.

처음에는 웃었는데 그의 유창한 아랍어에 경외감이 들 정도이다.

자신의 회사에서 처음 담당부서에 배정받았을 때,

하루 종일 이어폰 건너에서 들려오는 아랍어와 영어의 교차에 머리가 하얗고

스트레스가 엄청났다고 했다.

아랍어도 듣고 영어로 번역한 것 듣고 자신은 한국어로 생각하고,

그냥 단순히 일상적인 대화도 아니고

말 한마디에 나라가 으르렁 거린다니 그 엄청난 압박감을 더더욱 심했다.

제일 문제시되는 건 "번역을 믿지 못했다"라는 것이었다.

대학교 때 일상적인 회화를 배웠지만 정치 경제를 오가는 문서와 대화들 속에서

번역은 미국인이 해주니까 공평한 대화를 전달하지 않았다.

더더군다나 팔레스타인 사정을 정확하게 파악하기에는 영어통역이 아무 도움이 안 되었다고 했다.

절대 중립을 지켜야 하는 위치지만 당연히 미국 쪽이 우방이 될 수밖에 없는 것.

참기 힘들었다 말한다.

시리아 전쟁인근 지역에서 일 년 근무하면서 동네 유치원 아이들과 이야기하고 시장 가서 앉아있고

동네 아주머니들이 최고의 친구였다고 한다.

자신이 같은 언어로 말을 해줄 때 진짜 자신에게 자신들의 이야기를 해 주어서

미국 위주가 아니라 중립적인 위치에서의 일을 할 수 있었다고 한다.

오빠의 영어는 매우 단순한데 구호품과 의료품을 배분하고 정하고 해야 할 때

아이들과 이야기를 하는데 그 탓이라고 했다.

디즈니 만화를 끼고 살았다고 그래서 오빠의 영어가 살랑살랑 다정했나 싶다.

분쟁 조정 사무관인데 자신의 부서에서 직원 간에 다툼이 종종 일어난다면서

그 직원들에서 "이유"를 물어보지 않고 자신이 좀 심하게 다룬다고 하면서

"내가 왜 편안한 지 모르지? 집을 봐도 내 사정을 봐도 뭐 욕심을 낼만한 부분이 안 보이니까

회사에서 윗사람에게도 할 말을 해도 그저 그러려니 해준다. 고마운 일이지"

잃을 게 없어서 용감한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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