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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이사장 Mar 11. 2024

덖고 반드시 식힌다.

큰 멸치 마늘종 볶음.

* 덖다.

물기가 조금 있는 고기나 약재, 곡식 따위를 물을 더하지 않고 타지 않을 정도로 볶아서 익히다.


내 생각에 멸치는 난도가 높다.

크기에 따라 원하는 맛도 다르다.

잔멸치는 바삭바삭하게 간장에 조린 게 중간 멸치는 살짝 질겅거리며 깨가 돋보이는 게 좋고

큰 멸치는 녹진 녹진한 고추장 양념이 난 좋다.

잔멸치는 설탕으로 중간 멸치는 물엿이나 올리고 당으로 혹은 설탕으로 큰 멸치는 물엿이나 조청이나 꿀로

단 맛을 내는 게 내고자 하는 맛고 질감을 결정하는 포인트 같다.

큰 멸치 볶음은 그중에서 난이도가 가장 낮다고 생각해서 해보렵니다.


큰 멸치 (종이컵을 세 컵- 다듬으면 열마 안돼요)

마늘종 종이컵으로 두 컵 (꽈리고추를 원하신다면 기꺼이 그냥 같이 볶으세요)

고추장 - 크게 3스푼    간장 - 2 스푼   고춧가루 - 한 스푼  깨  - 한 스푼

조청 - 크게 3 스푼 다진 마늘 - 한 스푼  비상용 설탕 -한 스푼


제 조청이 지인이 선물 주신 것인데 안 달아서 마무리하면서 비상용 설탕이 투입되었습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재료는 나무 주걱 혹은 나무 숟가락 두 개입니다.



멸치 해체 쇼가 있습니다.

저녁 뉴스 보시면서 해체하시면 가장 좋습니다. 화면에 집중하지 않아도 되고 대가리를 똑똑 따면

서 듣는 뉴스의 맛이 있습니다.

팬을 중불에 달궈서 멸치를 넣고 2분 정도 슬슬 볶아 주세요, 기름도 물도 다 필요 없죠.

나무 주걱이나 숟가락으로 슬쩍 뒤적거리다 보면 멸치가 " 됐거든"이라고  말을 해줍니다.

그때 불을 끄시고 가장 중요한 모든 멸치 덖은 후 단계가 있습니다.

볶았으니 열기가 있어서 김이 올라오는데 이때 넓게 접시에 펼쳐서 식혀 주세요.

이리 식혀야지 수분이 날아가서 맛있어요 수분을 날리지 않으면 더 눅눅해진답니다.

덤으로 날라갔던 비린맛 돌아옵니다.

멸치 식는 동안 우리는

마늘종을 끓는 물에 40초 정도 익혀 주세요. 삶는 거 아니고 익히는 것도 아니고 끓는 물에 잠시 넣었다 뺴는 느낌으로.

데우친 마늘종은 찬물에 헹궈 물기를  주시면 돼요. 물론 꽈리고추도 좋은데 꽈리가 간을 입히기가 쉽지 않고 꼭지도 따기 귀찮아서 맛은 꽈리도  맛있으니 it 's up to you~~

팬에 식용유를 넉넉하게 두르시고 (저는 세 바퀴 졸졸이요 콸콸은 두 바퀴 정도)

조청과 깨를 제외한 양념들을 약불의 팬에서 다글다글 섞어서 끓여 주세요

양념이 다글 다글 복복 끓으면 ( 양념은 빛에 속도로 탑니다 반드시 약불에서!)

식힌 멸치와 물기 뺀 마늘종 투하 하시고 이제부터 나무숟가락으로

슬쩍 슬쩍 볶아 주세요.

숟가락 두 개가 훨씬 편해요. 양념이 묻혔다 싶으면 조청과 깨 투하하세요.

마무리하려고 간 보았는데 조청이 안 달아서 급하게 설탕 투하 합니다

단 맛이 돌아야 맛있거든요. 설탕 넣고 저어 주면 마무리.

                                                                          끝이요.


하면 별거 아닌데 시작하기가 참 어려워요.

우리 할머니가 제가 잠자리에서 못 일어나고 비비적거리니까 머리를 쓰다듬으시면서

"머리가 못하는 일은 손이 해 일어나 움직여"라고 하셨었는데

연재 괜히 했나 싶게 이번엔 힘이 드네요.

그래도 썼으니 연재 포기는 다음에 생각해 보는 걸로 할까요?

어제 제주도 하늘 미친 듯이 파랬거든요.

하늘 파래 봤자 별일 없겠지만 그래도 파란 하늘 즐겨보세요. 왕 멸치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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