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에 3일만 일하면 행복할 줄 알았다

주 3일 근무 후 알게 된 것들

by 무정인

직장인이 되고 나서부터 ‘일주일에 3일만 일하면 진짜 좋겠다’며 주 3일 근무를 꿈꿨었다. 번아웃 이후 매일 하는 출근이 버거워 주 3일 근무로 전환하면서 나의 꿈은 이루어졌다. 처음에는 출근하지 않는 이틀이 정말 짜릿할 것 같았다. 그동안 하지 못했던 일을 다 할 수 있을 것이고 그래서 종내에는 행복할 거라 생각했다.

일하지 않는 평일에 하고 싶은 일들은 참 많았다. 나는 행복한 꿈에 부풀었다.

은행이나 관공서 볼 일을 편하게 볼 수 있겠다. 병원에도 쉽게 갈 수 있겠지. 전시회나 공연도 보러 가야지. 문화센터에서 취미 수업도 들어야겠다. 예쁜 카페에 가서 맛있는 커피와 디저트를 먹으며 책을 읽어야지. 악기를 배워봐야지. 근교로 놀러 가야지. 등등

주 3일 근무를 시작하게 된 첫 두 달은 임신으로 입덧이 심했다. 그리고 그다음은 코로나가 터져서 문화센터도 실내 운동도 전시와 공연도 모두 물 건너갔다. 밖에 나가기 어려우니 집에서 취미생활을 즐겨야겠다고 생각했다. 읽을 책도 너무 많고 배넷저고리를 만들며 바느질 태교도 하고 싶었다. 하지만 여전히 읽지 않는 책은 책꽂이에서 나오는 일이 없었고 배넷저고리 세트는 결국 당근마켓으로 갔다.

내 기대와 달리 월요일은 느지막이 일어나 하루 종일 침대 밖으로 나가지 않는 날이 많았고 화요일은 병원에 다녀오는 것 외에는 가끔 볼 일을 보러 나갔고 많은 시간을 집에서 보냈다. 오히려 일을 열심히 하지 않는다는 점 때문에 우울하기도 했다.


이 글을 쓰면서 느낀 점은 번아웃으로 아무것도 못하겠다던 사람이 하고 싶은 것은 왜 저렇게 많았나 싶다. 나는 어렵게 얻은 쉼표의 시간에도 그동안 하지 못했던 것들을 꽉꽉 채워 넣고 싶은 마음이었던 것 같다. 그게 정말 하고 싶은 일인지도 잘 모른 채.. 할 수 있는 에너지가 없다는 것도 모른 채..

육아휴직을 하고 있는 지금도 나는 하고 싶은 일들이 많지만 하고 있지 않다. 아이를 키우면서도 다른 것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 오산이었을 수도 있겠다.


뭐든지 꽉꽉 채워 넣으려는 나의 습관은 여전하다. 한가하거나 몸이 편하면 열심히 살고 있는 것 같지 않아 불안해지는 것도 여전하다. 이런 점이 나를 번아웃에 걸리게 만들었다는 것을 알면서도 몸에 붙은 습은 잘 고쳐지지 않고 있다.


습관적으로 몸을 바쁘게 움직이는 것을 못하는 지금은 멈춰서 생각한다.

‘정말 하고 싶은 일인가? 아니면 하면 좋다고 생각해서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일인가?’

‘지금 이걸 할 수 있는 에너지가 있나?’


정말 하고 싶고 필요한 일은 어떻게든 하게 된다. 그게 매일이 아닐지라도, 잠깐 일지라도.

평일 낮의 한가로운 거리를 햇빛을 쐬며 걷는 시간이 참 좋았다. 매일은 아니었지만 나가 걸었다. 자주는 아니었지만 공연을 보고 가끔 친구를 만나는 시간이 좋았다. 나는 꾸준히 취미생활을 하는 편보다는 가끔 원하는 공연을 보는 게 좋은 사람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이런 일상은 주 3일 근무가 아니어도 충분히 할 수 있는 것들이었다.

“00 하면 행복할 거야”라는 생각이 얼마나 어리석었는지 다시금 깨닫는다.

이런 헛발질은 이전에도 많았다.


시험기간에는 시험만 끝나면 실컷 놀고 행복할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늘 시험 전에 놀던 것만큼 재밌지 않았다.


고3 때는 대학에만 가면 행복할 줄 알았다. 취준생 때는 취직만 하면 행복할 줄 알았다. 이직 준비 중에는 이직만 하면 행복할 줄 알았다. 차를 가지면 행복할 줄 알았다.


번아웃 이후 행복에 대해 더 고민했고 실천에 옮긴 것이 많았다. 독립적이고 자신의 경계가 뚜렷한 고양이를 보면서 많은 위안을 얻었기에 고양이를 기르면 행복할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행복도 잠시, 내가 잘 돌봐주지 못한다는 죄책감이 더 많이 들었다.

죄책감이 들 때도 많지만 그럼에도 고양이는 사랑입니다.

내가 기대한 미래의 행복은 늘 정답이 아니었다. 어쩌면 그런 행복은 신기루처럼 존재하지 않는 것인지도 모른다. 내가 갖지 않았기에 더 갖고 싶은 것일 뿐. 주 3일 근무를 하면서 내가 기대했던 행복과는 전혀 다른 실상을 보면서 나는 미래의 행복을 더 이상 기대하지 않게 되었다.


요즘 나는 소망한다.


하고 싶은 일들이 많았는데 그걸 하지 않는다고 괴로워하지 말기를.

정말 하고 싶은 일과 남들이 하니까 나도 해야 된다고 생각하는 일을 구분할 수 있기를.

진짜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에너지가 있기를.

지금 여기에서 찾을 수 있는 행복을 마음껏 누리기를.


그래도 하고 싶었던 일 중 하나였던 글쓰기를 시작했다는 것이 참 다행이다.


그리고 그동안 하고 싶었던 일을 못했던 게 아니라 그렇게 까지 잦은 빈도로 하고 싶었던 일은 아니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나를 점점 알아가고 있다. 또한 갖지 못한 미래의 행복을 기대하지 않고 지금 즐길 수 있는 행복을 찾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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