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의 검은 것들_2

공격성을 어떻게 풀 것인가

by 무정인

신경정신과 선생님께 이런 증상들을 말하고 정말 힘들다고 말씀드렸다. 이야기를 들으시더니 그동안 너무 억눌러왔던 욕구들이 튀어나오니 그만큼 강력하고 힘든 것이 당연하다고 말해주셨다. 하지만 이럴 때 충동적으로 행동해서 돌이킬 수 없는 결과가 생길 수 있으니 충동성을 조절하는 약을 권해주셨다.


지난번, 화가 엄청 올라왔을 당시에는 화를 조절하는 약이 있지만 그게 필요한 수준은 아니라고 하셨던 것과는 상반된 처방이었기에 약이 꼭 필요한 상황이라는 게 받아들여졌다. 나는 항우울제와 충동을 조절하는 약을 복용하게 되었다.


전문가가 이 모든 것이 치료의 과정이라고 말해주니 안심이 되었다. 금기시하던 욕구가 올라와서 힘든 것도 수긍이 되었고 욕구를 억누르지 않고 알아차리되 행동화하는 것에서 조심하면 된다고 정리할 수 있었다. 실제로 약을 먹은 이후에는 ‘집을 뛰쳐나가고 싶다, 술을 엄청 마시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 바로 행동화하지 않고 멈출 수 있었다. 그리고 올라온 내 욕구를 인정하고 받아들이고 사그라들 때까지 기다릴 수 있었다.


빛과 어둠은 항상 함께한다

빛과 그림자처럼 사람에게는 밝음과 어둠이 동시에 존재한다. 하지만 나는 어두운 것은 하나도 없는 티 없이 맑은 사람이고 싶었다. 그래서 내 마음속의 욕구들과 생각까지도 검열하고 단속했었다. 그 결과 나는 번아웃이 되고 말았다. 어둠의 힘을 너무 괄시한 대가라고 생각한다.


존재하면 안 되는 욕구나 감정이란 없다. 욕구와 감정은 자연스러운 것이고 이를 금기시하는 것이 더욱 큰 문제가 된다.


건강한 공격성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공격성은 외부로부터 나를 지키는 힘이다. 나는 늘 내가 이빨 빠진 초식동물 같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약하니까 사람들에게 미움을 받지 않고 인정받아야 생존할 수 있다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모든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사랑받고 싶었다. 나에게 타인의 인정과 사랑은 생명줄과도 같았다. 그걸 못 받으면 죽을 것 같았다.


하지만 이제는 나의 힘을 믿기 때문에 더 이상 나를 초식동물로 생각하지 않는다. 그리고 사실 우리가 잘 몰라서 그렇지 초식동물은 강하다. 사슴이 뿔로 공격하면 살아남지 못한다고 한다. 사람을 하나의 프레임에 가두고 생각하는 것이 잘못된 생각이었다. 사람은 누구나 여러 가지 면을 가지고 있다. 나는 약하지 않다는 걸 깨닫고 나니 세상이 조금 덜 무서워졌다.


그리고 꼭 파괴적인 방법으로만 공격성을 표출할 필요는 없었다. 격한 운동, 매운 음식, 몰입의 시간들이 공격성이 줄어들게 도와주었다.


다음 주 진료에 가기 전까지 약을 잘 복용하고 몸의 반응을 잘 체크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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