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루즈에서 어떻게 먹지?
먹을거리, 볼거리, 놀거리 풍부한 것이 크루즈 여행이다. 풍부하다는 것은 좋은 것이지만, 때로는 너무 많은 선택이 있어 결정이나 이용을 어렵게 하기도 한다.
크루즈 여행을 생각하면, 멋진 드레스와 턱시도를 차려 입은 남녀가 파티를 즐기는 모습이 떠오를 것이다. 멋진 옷을 차려입고 정찬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즐기도 모습도 상상이 된다.
멋짐과 화려함 뒤에는 늘 약간의 불편함과 어려움이 존재한다, 식탁에서 즐김의 시간이 익숙하지 않은 한국인에게 크루즈는 새롭지만, 낯설고 두려운 존재이다. 적어도 처음에는.
크루즈에서의 일상은 늘 분주하다. 새벽부터 저녁까지 꽉 짜인 프로그램을 찾아다닌다. 아침, 점심, 저녁, 그리고 그 사이사이에 스낵을 먹는다. 식사할 수 있는 곳도, 최소한 세 개에서 열개는 된다.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곳도 있고, 약간의 비용을 지불하는 곳도 있다. 방으로 매일 제공되는 신문이나, 선사의 앱에서 이용가능여부, 금액지불 유무를 확인할 수 있다.
크루즈를 예약하면 일단 무료로 먹을 수 있는 곳들이 있다. 서비스의 형태는 뷔페레스토랑과 코스 요리가 제공되는 정찬레스토랑, 가볍게 즐기는 스낵바이다. 크루즈의 규모가 큰 경우에는 한 번에 많은 인원을 수용할 수 없기 때문에 같은 종류의 레스토랑을 두세 개씩 운영하기도 한다. 이럴 경우, 내 예약이 어느 레스토랑에 되어 있는지 미리 확인하고 찾아가야 한다. 예약된 레스토랑과 식사시간 정보는 크루즈 승선시 제공받는 씨패스 카드(=방 키)에 기재되어 있다.
승선 첫날에는 넓은 크루즈에서 레스토랑을 찾는 데만도 한 잠 걸려, 식사 시작도 전에 지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래서 나는 일행들과 항상 로비층에서 만나서 식당으로 함께 가는 방법을 택한다. 3일째가 되면 식당으로 바로 오겠다는 사람들이 서서히 생긴다. 크루즈에 익숙해지기 시작하는 것이다. 여덟 번의 크루즈를 경험한 나도 매번 길을 헤맨다. 배마다 시설이 다르고 구조가 다르기 때문이다.
여행을 하면서 내가 아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배운다. 내가 아는 것은 딱 내가 경험한 것의 프레임 안에서만 아는 것일 뿐이다. 또한 공간과 내용에 대한 경험이 있더라도, 시간과 시기가 바뀌었더면 그 또한 달라질 수 있다. 원래 그런 것은 없다. 고집 피울 이유가 없다. 지금 어떠한지를 확인하면 된다. 내가 알고 있는 것과 같다면 조금 더 편한 것이거나, 아니면 다시 배우고 익히면 되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 내가 알고 있는 것에 대해 자만하지 않는다.
레스토랑의 메뉴는 대부분 영어로 제공된다. 주문이 어려운 이유는 언어만의 문제가 안니다. 번역앱을 갖다 대고 한글로 보인다 해도 서양요리의 재료, 조리방법 등에 대한 사전 지식이 없으면 어떤 메뉴일지 상상이 되지 않는다.
여행클럽 회원들과 처음 여행을 갔을 때 한 사람 한 사람 일일이 메뉴를 시켜주느라고 나는 거의 식사를 못하는 날이 많았다. 늦은 저녁이나 새벽에도 먹을 수 있는 스낵바들이 있어 다행히 굶지는 않았지만, 정찬식당에서 고급요리를 제대로 즐길 수 있는 기회를 놓치는 것은 너무 아쉬웠다. 크루즈의 정찬 메뉴는 매일 달라진다. 한 번만 메뉴를 알려준다고 해서 해결될 일은 아니었다.
크루즈를 가기 전에 사전 교육을 하기로 했다. <길위의여행학교>를 운영하게 된 이유 중에 하나도 여행 가서 잘 즐기기 위함이다. 메뉴 구성의 원리를 알고 나면 매번 다른 크루즈, 매일 달라지는 메뉴도 당황하지 않고 골라 먹을 수 있게 된다.
크루즈의 정찬메뉴는 크게 세 가지로 구성이 된다. 스타터, 앙트레, 디저트이다.
스타터에는 애피타이저 두 종류, 수프 두 종류, 샐러드 등의 메뉴가 있다. 이 중 한 가지만 골라도 되고, 모두를 수프, 샐러드, 애피타이저 각각 한지씩 고르거나 모두 다 선택해도 되지만, 메인 요리도 맛있게 즐겨야 하니 양 조절을 잘하는 것이 좋다.
메인요리인 앙트레에는, 고기류, 해산물, 채식주의자 메뉴로 크게 나뉜다. 고기류에는 소고기, 돼지고기, 양고기, 닭고기, 오리고기 등이 매일 다양하게 바뀌면서 제공이 된다. 원하는 메뉴를 고르면 된다. 물론 여러 개도 가능하다. 채식주의자를 위한 메뉴도 매일 한 가지씩은 꼭 있으니 경험해 보면 좋다.
내 입맛에 맞는 요리를 고르기 위해 각 메뉴의 조리방법, 함께 나오는 소스나 부재료등도 살펴보자. 이미 알고 있는 음식은 메뉴의 이름만으로 모양과 맛이 상상되지만, 서양요리에 대한 경험이 부족한 경우에는 인터넷 검색으로 이미지를 찾아보는 방법도 좋다. 정찬식당에서의 식사는 따로 돈을 지불할 필요가 없지만, 가끔 메누에 금액이 표시되어 있는 경우는 추가로 돈을 조금 지불하고 먹을 수 있는 프리미엄 메뉴이다. 예를 들면 바닷가재나 티본스테이크 같은 메뉴이다. 식당에서 돈을 바로 낼 필요는 없고, 웨이터가 룸키를 요구하면 주면 된다. 하선 전 마지막에 모두 정산되어 한번에 계산된다.
마지막으로 디저트인데, 매일 다른 디저트를 바꾸어 주문해도 다 먹지 못할 만큼 다양하다. 프랑스풍 제과점에서 비싸게 사 먹을 수 있는 화려한 디저트들이 메뉴에 있다. 익숙한 것을 주문하려다 보니, 과일이나 아이스크림을 주문하시는 분들이 많다. 옆사람과 다른 메뉴를 매일 바꾸어 시켜 볼 것을 권한다. 먹어봐야 안다. 정 입맛에 맞지 않으면 다음에는 안 시킬 수 있는 경험이 쌓이는 것이다.
하루 종일 다양한 음식들을 즐길 수 있는 크루즈의 식문화 라이프를 배워보자. 잘 먹는 법도 배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