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낭만백수 채희태 Dec 30. 2019

민중가요 최초의 뽕짝, “포장마차”

민중가요 이야기 #13

민중가요 최초의 뽕짝, "포장마차" 악보

닭똥집이 벌벌벌, 닭다리 덜덜덜... 1989년, 대학가뿐만 아니라 노동현장을 휩쓴 민중가요가 있었으니 다름 아닌 ‘김호철’의 “포장마차”다. 최근엔 ‘황인욱’이 부른 같은 제목의 대중가요도 꽤 인기를 끌고 있는데, 세상이 변하고 사람도 변했지만 포장마차는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그 자리를 지키고 있기 때문이리라. 황인욱의 포장마차가 대중가요답게 헤어진 연인을 그리워하는 장소라면(찌질하게 애인이랑 포장마차 같은 데서 술이나 홀짝였으니 헤어진 것일 수도...), 김호철의 포장마차는 잔업과 철야로 지친 몸을 달래는 곳이다.

1988년에는 체력과 국력은 서로 상관관계가 없음을 증명한 서울 올림픽도 있었고, “가자 북으로, 오라 남으로, 만나자 판문점에서”를 뜨겁게 외쳤던 6•10 남북청년학생회담 투쟁도 있었지만, 가장 대중의 지지를 받았던 것은 바로 전(두환)•이(순자) 구속 투쟁이었다.

88 서울올림픽, 우리나라는 국력과 무관하게 종합 4위를 기록했다.

포장마차에 등장하는 가사, “깡소주에 문어발”은 전두환을, “생맥주 노가리”는 노태우를 빗댄 말이다. 바로 다음 절에 “5공 비리 대머리, 속이구(6•29)노가리”라는 가사로 군부독재를 풍자한다. 노래 가사처럼 전두환이 마치 깡소주처럼 무대뽀였다면, 6•29 선언 이후 대대적인 부정선거를 통해 당선된 노태우는 6•10 민주화 항쟁 이후 군부의 장악력이 예전 같지 않기도 했지만, 각종 유화책으로 대중들의 불만을 잠재운다. 마치 깡소주에 물을 타서 만든 생맥주처럼...


모두 아는 것처럼 전•이 구속 투쟁은 5공 청문회로 이어졌고 노무현이라는 걸출한 정치스타를 배출했다. 전두환은 결국 여론에 밀려 국가원로자문회의 의장직을 사퇴하고 백담사에 은둔하는데, 덕분에 신라시대에 창건된 천년 고찰 백담사를 아직까지도 전두환과 연결시켜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김호철’의 “포장마차”는 이렇게 노동자의 애환과 당시 정국을 풍자하며 큰 인기를 끌었고, 투쟁가가 아닌 경쾌한 트로트(뽕짝)라는 대중적 형식으로 인해 당시 노동운동을 주저하던 노동자들과 학생들에게까지 민중가요가 확산하는데 적지 않은 기여를 했다. 한 달 남짓 남은 민중가요 소환 콘서트 “the 청춘”에서는 ‘육중환 밴드’가 “포장마차”를 부르기로 예약을 했다고 들었는데, 자못 기대가 된다.

마지막으로 당시 유행했던 전두환 삼행시를 투척하며 글을 마무리하겠다.


전 : 전 대머리입니다  
두 : 두발이 없다는 뜻이죠.
환 : 환장 허겠습니다  

https://youtu.be/rorRd04KvjI

민중가요 소환콘서트 "the 청춘"에서 "포장마차"를 부를 '육중환밴드'의 릴레이 이너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