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가요 이야기 #14
민중가요에도 띵곡(오타 아님)이 있다. 띵곡의 기준은 물론 주관적일 수 있다. 매년 연말이면 라디오에서는 한 해를 결산하며 그 해에 가장 많이 전파를 탄 곡의 순위를 발표하곤 한다.
라디오 DJ 중에 ‘김기덕’이라는 분이 계셨다. 이 양반은 연말뿐만 아니라 1년 내내 다양한 명분으로 팝송의 순위를 매겨 방송을 채워 나가는 것으로 유명하다. 한국 사람이 좋아하는 영화음악 베스트 100, 팝 발라드 베스트, 추억의 팝송 베스트... 뭐 이런 식이다. 만약 10년 넘게 꾸준히 추억의 팝송 10위 안에 드는 곡이 있다면, 그 곡은 가히 띵곡의 반열에 올려도 될 것이다. Beatles의 “Yesterday”, Eagles의 “Hotel California”, Queen의 “Bohemian Rhapsody” 등이 바로 그런 노래들이다.
민중가요 중에선 “임을 위한 행진곡”이 대표적인 띵곡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엔 외국으로도 수출된다고 하니 세계적인 민중가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노협 진군가”나 “전대협 진군가” 등도 당대엔 꽤 인기가 있었지만, 지금까지 지속적으로 불려질 수 없다는 한계를 생각하면 감히 띵곡의 반열에 올리긴 어렵다.
오늘은 띵곡이라고 말하기는 다소 거시기 하지만 꾸준히 불려 온 스테디한 민중가요 두 곡을 소개하고자 한다. 민중가요 이야기를 하는데 이 두 곡을 모른 척 넘어가자니 화장실에서 나와 손을 안 닦은 것처럼 찝찝하다. 바로 “동지가”와 “단(결)투(쟁)가”다. “동지가”는 아마도 내가 대학에 들어와 “농민가” 다음으로 배운 노래였던 것 같다.
너무 자주 불러서 그런가? 아니면 과거에 다양한 시기, 다양한 장소에서 미리 감동을 받아서 그런가? 다시 불러도 심장을 움직이거나, 콧등을 때리는 무언가가 느껴지지는 않는다. 있는 듯, 없는 듯 사물로 치면 공기요, 관계로 비유하면 마치 가족 같은 느낌을 들게 하는 노래다. “동지가”는 ‘꽃다지’가 멋진 편곡으로 선 보이기도 했는데, 그저... 멋지다. ^^
https://youtu.be/Iib8xFDnMzk
비슷한 노래가 하나 더 있다. 바로 김호철이 만든 “단결투쟁가”이다. 만약 지금처럼 저작권이라는 것이 지엄하여 투쟁의 현장에서 한 번 불릴 때마다 저작권료를 지불해야 했다면 1위와 2위는 “동지가”와 “단투가”일 것이다. “임을 위한 행진곡”은 투쟁의 현장이나 민중의례에서 한 번씩 불리는 노래라면, “동지가”와 “단투가”는 한 번이 아니라 셀 수 없을 만큼 많이 부르는 노래다. 구호 외치다 끊기면 부르고, 무슨 노래를 부를지 생각이 안 나면 부르는 노래가 바로 “동지가”와 “단투가”다. 제목에 민중가요의 스테디 송이라고 소개를 했는데, 좀 토속적으로 표현하면 투쟁 현장의 감초 같은 민중가요라고 할 수 있다.
두 노래는 비슷하면서도 미묘한 차이가 있다. “단투가”가 투쟁의 대오를 정비할 때 부르는 노래라면, “동지가”는 투쟁의 대오가 흐트러질 때 부르는 노래다. “동지가”에 등장하는 가사가 사랑, 영원 등 다소 관념적이라면 “단투가”에 등장하는 가사는 백골단, 구사대, 노동자 등 보다 구체적이다.
“동지가”의 시작 계이름은 “미-라-라-시-도-라-레-도-시-시-라”, “단투가”의 시작 계이름은 “미-라-시-도-라-미-미-도-라”로 리듬과 조가 다를 뿐 특히 유사하다. 마치 “전대협 진군가”와 “철의 노동자”가 비슷한 것처럼... 동요로 치면 “송아지”와 “산토끼”의 관계다. 난 아이들이 어렸을 때 “산토끼” 가사는 “송아지” 멜로디로, “송아지” 가사는 “산토끼” 멜로디로 바꾸어 불러 아이 엄마한테 핀잔을 들었다. 자꾸 부르다 보면 진짜 두 노래의 멜로디가 헷갈리기 시작한다.
오늘은 숙제를 하는 기분으로 “동지가”와 “단투가”에 대해 써 보았다. 두 노래에 대한 생각은 필자가 느끼는 주관일 뿐, 보편적이라고 주장할 생각은 없다. 취향에 권력이 결합되면 가치가 된다. 정답이 없는 취향의 문제도 권력(?)이 결합되면 정답을 갖게 되는 것이다. 내 글은 가치가 아니며 그저 개인의 취향일 뿐이다.
유튜브에서 찾은 “단결투쟁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