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실히 사랑은 호기심으로부터 출발하는 것이다. 지금이라도 나를 더 깊이 알고 싶어 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앞으로 얼마동안 진정으로 나를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다. TV드라마에서 남자 주인공이 여주인공에게 보인 도전적 호기심은 그 남자의 연기나 얼굴보다 더 멋있다고 생각했으며, 오랜만에 이 드라마를 끝까지 보기로 하였다.
같이 드라마를 보면서 나도 모르게 아내의 목을 쓰다듬었는데, 전에 없던 행동에도 아내는 별로 싫어하지 않았다. 그런 아내의 행동은 햇살 아래에 앉은 고양이의 나른함을 떠 올리게 하여 푸근하다. 잠시 고개를 돌려 잠든 고양이를 관찰하듯 아내를 보게 되었는데, 문득 약간의 솜털이 있는 목선이 곱다고 느낀 것이다. 여지껏 발견되지 않았던 아내의 선이다. 그리고 드라마가 끝남과 동시에 내려버린 손. 가볍게 숨을 고르는 나의 소리가 들키지 않았으면 하였다. 부끄러움은 호기심의 다음 단계로 모든게 순조롭다는 말. 드라마의 여주인공도 다음주 쯤이면 부끄러움을 여지없이 드러낼테지.
햇살의 간지럼에 눈을 감아버린 고양이는 과연 수면중이었을까? 젠장! 이런류의 터치 방식이 늦게 내 손으로 온 것이 무엇보다도 아쉬운 일이 아닌가. 문득 봄이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