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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리는MK Oct 27. 2024

산딸기 콩포트의 마법  

산딸기 한 알이 만들어 낸 미라클 모닝


�️ 산딸기 콩포트의 마법 : 산딸기 한 알이 만들어낸 미라클 모닝 


6월, 한옥집 앞에 산딸기가 무르익었습니다. 그에 따라 저의 아침에도 큰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암막 커튼 없이는 잠 못 들고, 일찍 일어나기 힘들어 했던 내가‘산딸기 따야 돼!’하면서 눈을 번쩍 떴으니까요.  


이 모든 것은 한 바가지의 산딸기로 부터 시작되었습니다. 늦잠을 자고 일어난 어느 날, 집 주인 분께서 상하기 전에 부지런히 따서 먹으라고 딸기가 가득 담긴 바가지를 불쑥 건네어 주셨어요. 이렇게 많은 게 저 앞에 있다고? 호기심이 생겨서 앞 밭에 가보니까, 세상에. 정말로 새빨간 딸기들이 나무에 주렁 주렁 한 가득 달려있는 게 아니겠어요. 빨갛고 동그랗고 촉촉한, 루비 같은 열매. 그 때부터 산딸기 홀릭이 시작 되었습니다. 아침마다 딸기를 따서도 먹고, 요거트에 넣어서도 먹고, 빵에 끼워서도 먹었습니다. 그렇게 먹어도 도통 줄어들지 않아서, 이번엔 잼을 한 번 만들어 보기로 했습니다. 옆집 이웃이 된 동료 작가와 친구들에게 선물하고 싶어졌기 때문입니다. 읍내에 내려가 조그만 유리병을 사고, 꽃병도 샀습니다. 돌아오는 길에는 들꽃을 따왔어요. 잼을 선물해줄 친구들을 떠올리며 슬그머니 웃기도 했고요.


산딸기를 바글바글 끓이면서 생각에 잠겼습니다. 

초여름, 나의 아침과 식사와 생활을 완전히 바꾸어 놓은 빨갛고 촉촉하고 동그란 작은 열매에 대해서.



‘미라클 모닝은 다른 게 아니라 바로 이런 게 아닐까? 억지로 새벽 5시에 일어나 자기계발 하려고 들지 않아도, 요즘 나는 저절로 일찍 일어나서 딸기 요리를 하고 있잖아.’ 


창작의 마법을 깨닫게 된 기분이었습니다.  


산딸기가 무엇이 되려고 한 것도 아닌데, 이 작은 열매가 한 사람의 아침을 변하게 했고, 달콤한 산딸기 콩포트로 재탄생 했으며, 그것을 나눠 먹은 사람들은 하나 같이 산딸기처럼 사랑스럽게 웃게 되었으니까요. 앞으로 제가 하게 될 창작도 꼭 산딸기 같았으면 좋겠습니다. 


무엇이 되기 위한 창작보다는 누군가의 일상을 변하게 하고 웃게 하는 창작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노력한 것들이 내가 원하는 형태로 모두 되돌아오지 않더라도, 바닥에 떨어진 산딸기처럼 무언가의 거름이 될 수도 있다는 믿음으로 살아가고 싶습니다. 내가 밤 새워 그리고 쓴 것이 조용히 소리 없이 사라진다고 해도, 이렇게 사는 나를 본 누군가가 조금이라도 영감을 얻어 갈 수 있다면. 누군가의 삶에 조금이라도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면. 


산딸기가 무엇이 되려고 한 것도 아닌데, 자기만의 열매를 맺고 자연스럽게 사그라진 것 처럼, 저 역시 그렇게 살면 참 아름답고 자연스러운 일이겠다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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