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의 속성 - 뿌리가 변하는 것은 눈에 보이지 않아요.
️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
3도 4촌의 생활을 한 지가 벌써 100일이 넘었습니다. 하추리와 서울을 오가는 동안, 계절이 두 번이나 바뀐 것입니다. 그 사이 주변 사람들에게 요즘 좀 달라 보인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는데, 그것은 대부분 아우라에 관한 이야기 였습니다.‘엠케이, 에너지가 좋아 보인다. 분위기가 바뀌었어.’
제 안의 무언가가 바뀌었기 때문에 그에 따라 풍기는 인상도 달라진 모양입니다. 그리고 그 이유는 매일 보는 것이 달라져서 였다는 것을 서서히 깨달았습니다. 날씨와 계절에 따라 다양한 빛을 내는 냇강과 나무의 초록색들. 어디서든 나를 품어주던 인제의 아름다운 산등성이. 하추리 카페를 오가며 마주친 사람들과의 눈 인사. 인제를 오가며 스며들었던, 나도 몰랐던 나를 발견하는 순간들. 일상의 장면들이 바뀌면서 저의 마음 또한 결이 달라졌던 것입니다.
공기의 흐름이 달라지면 나무의 형태가 달라지듯이, 말로 형용하기 어려운 풍경들이 제 환경을 감싸면서 나라는 존재를 점점 다른 형태로 변형 시키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것은 눈에 보이는 가치로는 환산할 수 없는, 그러나 내 삶에 분명한 영향을 끼치는 것들이었습니다. 그로 인해, 전에 가지고 있던 뿌리와는 전혀 다른 구성의 한 줄기가 ‘툭’ 틔워져 나왔습니다.
‘그렇구나. 나의 뿌리가 달라지고 있었어!’
매우 의외의 순간들에 그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한 밤중에 구불 구불한 내장 속 같은 컴컴한 산길을 혼자서 운전하며 달려갈 때, 한옥 집 어르신들에게 직접 딴 블루베리로 만든 핫케이크를 내밀었을 때, 인제를 궁금해 하는, 때로는 삶에 지쳐있는 친구들을 기꺼이 초대하여 텃밭의 야채들로 밥상을 차려 주었을 때, 그럴 때마다 느끼게 된 것이었습니다. 나라는 사람의 파이가 한 뼘 쯤은 넓어졌다고, 이런 나의 모습은 나도 처음이라고, 스스로에게 이런 모습이 있는 줄 몰랐다고 순수하게 감탄하게 되는 것이었습니다.
뿌리가 변한다는 것은 겉으로 보이지 않지만, 밖으로 나오는 새싹의 힘과 열매의 크기가 달라지는 일이었습니다. 그러니 지금 이 순간 내가 살아있는 모든 순간들이 당장의 빛나는 결과물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너무 조급해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앞으로도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은 뿌리가 변하는 것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일들이니까요.
마음을 표현하는 일. 시간의 형태를 글과 그림으로 남기는 일. 삶을 살아내고 겪어보고 그 흔적을 남기는 일. 나를 통과하여 사랑이 드러나도록 하는 일.
제가 하는 일, 창작이라는 일의 본질은 그런 것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