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그리는MK Oct 27. 2024

슬럼프 : Ai의 독설

가장 인간다운 성장은 혼란스러운 내면




�️ AI의 독설 


입추와 함께 슬럼프가 찾아왔습니다. 가을이 이렇게 갑자기 시작될 줄은 몰랐습니다. 인스타그램을 분석해준다는 Ai 사이트에서 저라는 사람을 평가한 글에 이토록 마음 아플 줄 몰랐던 것 처럼요. 그것은 아마도 제가 반드시 마주해야 할 사실이 있었기 때문이었겠지요. 


<당신의 창작은 혼란스러운 내면을 반영할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닙니다. 인제에서 대단한 발견을 한 듯 말 하고 있지만, 실은 일상에서의 일탈을 예술로 포장하고 있을 뿐. 그저 도시에서의 지루함을 피하려는 핑계를 대고 있는 것 아닌가요.> 


네, 맞습니다. Ai의 말에 정곡을 찔려버렸습니다. 소위 긁혔다고 하지요. 도시에서 작가이자 프리랜서로 살아남기 녹록치 않았기에 로컬에서의 삶은 조금이라도 나을까 하는 기대도 있었고, 그저 서울에서 인제를 왔다 갔다 했을 뿐인데도 고단한 삶에서 벗어난 것만 같아 들뜨는 마음도 있었습니다. 그렇게 허니문 같았던 시간이 지나가고 이제 8월이 다 끝나가는데도 이렇다 할 답을 찾지 못했습니다. 앞으로 정말 귀촌 할 생각이 있는 것인지, 지금 처럼 왔다 갔다 하면서 지낼 수는 없으니 내년에 정말로 서울에서의 일을 정리하고 인제로 내려올 것인지, 그래서 청년 작가촌을 만들어 지원 사업 공모를 해볼 것인지. 어려운 질문 앞에서 늘 입만 우물거리며 시원하게 대답하지 못했습니다. 인생의 중요한 결정을 앞두고 어린애 처럼 자꾸만 숨고 싶어졌습니다. 속으로 그런 나를 타박 하다가 결국은 감기 몸살에 된통 걸려 뻗어 눕고 말았습니다. 


몸과 마음이 다 침울해져 있을 때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가리산리의 국장님이었습니다. 그녀는 지쳐있는 저에게 이 말부터 해주었습니다. '쉽지 않을 것 같아요. 나 같아도.' 


'창작하고 싶어서 온 거죠? 그 갈증이 느껴져요. 저는 산에 오르지 못하면 미칠 것 같아서 귀촌을 했는데, 민경 씨는 창작을 못하면 갈증 나고 사는 게 사는 것 같지가 않은 거잖아요. 그래서 여기까지 온 거잖아요. 저도 간절히 원하는 걸 하지 못할 때의 그 갈증 나는 느낌을 알아요.'


단단한 목소리에 왠지 위안이 되어 맥이 탁 풀렸습니다. 그래, 나, 가벼울 수가 없었구나. 겁에 질려 있는 것도 당연하구나. 인생을 건 선택의 가짓수들은 계속 늘어나고 있고, 그 중 하나를 선택한 순간 포기해야 하는 것과 감당해야 하는 것들이 생기니까 당연히 마음이 무거울 수 밖에 없었구나. 한 마디로 저는 창작자로서 전환기를 맞이하고 있는 중이었던 것입니다. 


‘늘 앵무새처럼 '전업 작가가 되고 싶어요' 라고 말만 하면서 강사일 80%에 창작 작업 20%로 시간을 쓰며 살아왔던 내가, 그 삶의 패턴에서 벗어나질 못했던 내가, 이제는 정말로 점프 업 해보려고 하고 있기에 그토록 두렵고 고민이 많을 수 밖에 없었던거야.’


Ai가 했던 말들도 결국 누군가가 학습 시킨 말들이겠지요. 기존의 삶에서 탈피하려고 애를 쓰고 있으면 그토록 혼란스러운 내면이 된다는 것을 그 누군가는 모르는 모양입니다. 


그게 가장 인간 다운 성장일텐데 말이지요.

이전 07화 어라운드 드로잉의 시작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