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PM은 설명하는 사람이 아니라 해결하는 사람이다

관리자가 아닌 문제 해결사로서의 PM/PO

by 플래터

기획자 혹은 PM/PO는 대개 말로 일합니다. 요구사항을 정리하고, 문서로 설명하고, 회의에서 조율합니다. 업무 대부분이 말과 문서로 이루어지다 보니 말을 잘하고, 정리 능력이 좋은 사람이 유능해 보일 때도 많습니다. 그런데 일을 하다 보면 실감하게 됩니다. 말로만 하는 기획과, 말보다 먼저 혹은 함께 움직이는 기획은 완전히 다르다는 것.

요즘 저는 새로운 조직에서 일을 시작했습니다. 규모도 더 크고, 이미 자리를 잡은 프로세스와 문화 속에 들어가다 보니
단순히 제 방식을 고집할 수는 없었습니다. 그만큼 누가 어떻게 일하고 있는지를 보고 익히는 과정이 중요했고, '누구를 따라가야 할까’라는 감각에 더 민감해졌습니다.

그 과정에서 느낀 건 단순합니다. 말을 많이 하는 사람보다, 먼저 움직이는 사람을 더 신뢰하게 된다는 것. 이상적인 원론과 지식을 이야기하며 피드백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함께 손에 흙을 묻히며 문제를 해결해 주는 사람이 신뢰와 지지를 얻게 되더라는 것. 결국 말보단 행동이라는 것.

돌이켜보면 제가 많이 배웠던 팀장님이나 리더, 혹은 동료 PM들도 그랬습니다. 설명보다 행동이 앞섰고, ‘기획자’라기보다 ‘매니저’로서 팀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집중했습니다. 막히는 이슈가 있으면 나서서 끌어주고, 헷갈리는 요청이 있으면 먼저 정리해 조율하고, 애매한 책임이 떠다닐 땐 “이건 제가 한번 정리해 볼게요”라며 주도했습니다. 그런 행동 하나하나가 'PM은 문제를 말로만 전달하는 사람이 아니라, 문제 해결을 위해 팀의 한가운데 뛰어드는 사람이다'라는 걸 몸소 보여줬습니다.

매니저는 단순히 누군가를 감시 감독하는 자리가 아닙니다. 매니저는 동료, 팀원의 성과 혹은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그들의 문제를 해결해 주는 문제 해결사(problem-solver)의 자리입니다. 기획서를 잘 쓰는 것만으론 부족하고,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것만으론 팀이 움직이지 않습니다.

지금 저는 아직 누구를 이끌 연차는 아닙니다. 모든 걸 리드할 위치도, 주도적으로 구조를 설계할 권한도 없습니다.
하지만 그렇기에 더 생각하게 됩니다. “나는 설명하고 있는가, 아니면 먼저 움직이고 있는가?”


작은 기획안 하나를 쓰더라도, 그게 단순히 요구사항 나열이 아니라 정말 이 문제가 왜 생겼는지, 팀은 어디에서 막히고 있는지 고민해 보고 '내가 먼저 이걸 풀기 위해 할 수 있는 일’부터 시도하려고 합니다. 때로는 그게 피그마를 직접 켜보는 일일 수도 있고, 직접 유저에게 연락해 피드백을 받아보는 일일 수도 있고, 개발자와 함께 API나 DB 테이블을 훑어보는 일일 때도 있습니다.

작지만 먼저 움직이는 태도. 말보단 행동으로 함께하는 태도. 그게 PM으로서 신뢰를 쌓는 가장 기본이자, 가장 오래 남는 역량이라고 믿습니다.


> 사수 없는 기획자/PM/PO를 위한 뉴스레터 구독하기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아이디어가 너무 많은 기획자의 우선순위 결정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