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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플래터 Feb 13. 2022

고객을 만나지 않고 기획된 어느 서비스에 대하여

어느 서비스 기획자의 뒤늦은 회고 (1)

어느 서비스 기획자의 뒤늦은 회고를 시작하며


 나의 첫 스타트업은 공유 오피스와 공유 주거 공간을 개발하는 부동산 개발, 운영 회사였다.


 교직원으로서의 첫 커리어와 이른 퇴사, 그리고 스타트업으로 넘어오기 위한 인턴십에서 모두 공간을 개발, 운영하는 업무를 담당했다. 교직원 시기에는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기 위한 480평 공간의 프로젝트를 보조했고, 퇴사 후 인턴으로 일한 스타트업에선 공유 오피스의 커뮤니티 매니저였다. 


 이후 지역의 작은 부동산을 공유 오피스와 공유 주거 공간으로 개발하여 운영하는 스타트업으로 입사했다. 때는 2019년 즈음으로, 코로나가 닥치기 이전의 시기엔 한 때 #공유공간 #커뮤니티 #로컬 등의 키워드가 잠시 인기였다. 구체적인 경력은 없었지만 이전의 경험과 공간을 기반으로 한 커뮤니티 서비스에 대환 관심을 토대로 신입으로 입사했다.


 이후 공간 운영과 운영 관리를 거쳐 웹 프로덕트/서비스를 기획, 구축하는 기획자 혹은 PM이 되어 있었다. Series A를 준비하던 시점 회사는 온라인 프로덕트/서비스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성장을 위해선 다양한 공간/지점의 고객을 통합하고, 서비스 경험을 향상하는 동시에 B2C 서비스의 진출이 필요했다. 다만 부동산 개발, 운영은 오프라인을 기반으로 하는 비즈니스였다. 온라인을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결국 많은 초기 스타트업이 그렇듯이, 그나마 가장 할 수 있을 법한 구성원이 프로젝트를 담당하게 되었다. 그렇게 나는 멤버십 서비스를 기반으로 한 공유 오피스 및 공유 주거 서비스 프로덕트 기획, 구축 프로젝트를 담당하게 되었다.


이어지는 몇 편의 회고는 지식도, 경험도, 배경도, 사수도 없이 서비스를 기획하고 프로덕트를 론칭한 어느 기획자의 뒤늦은 회고다. 



무엇이 문제였나? : 고객을 만나지 않았다.  


고객을 생각하라. 고객을 제일로 하는 비즈니스. 고객 관점. 


흔하디 흔한 말이며, 너무나 당연한 말이며, 그러나 대개는 그만큼 공허하다. 이 말이 공허한 이유는 말로만 남기 때문이다. 고객을 만나지 않고, 만나더라도 무엇을 물어야 할지 제대로 몰라 알아낸 것이 없으니까. 내가 그랬고, 당시 나의 팀과 회사가 그랬다. 2020년 4월부터 9월까지, 웹사이트 구축 서비스를 이용해 첫 웹/앱 서비스를 구축하던 당시 사내의 그 누구도 고객을 만나지 않았다. 다만 우리가 꿈꾸는 비전과 이상, 전략적 중요성만을 이야기할 뿐이었다.


우리는 멤버십 혹은 정기 결제 방식 과금 체계는 전략적으로 어떤 이유에서 필요한지 이야기했다. 우리는 이것이 공유 공간 시장에서 어떤 의미를 가질 것인지 기대에 부풀었다. 우리는 그래서 우리의 브랜딩은 어떠해야 하며 따라서 우리의 홈페이지엔 어떤 문구와 어휘가 적합한지에 대해 밤을 새워 토론했다. 우리는 우리의 멋진 비전과 이상을 담을 수 있는 것을 디자인하고, 그것이 돌아갈 수 있도록 웹/앱을 구현했고, 운영을 시뮬레이션했다. 기사도 냈고, 안내문도 써붙였다.


우리는 어쩌면 꿈에 부풀어 있었다.


사내의 그 누구도 고객을 만나지 않았다.
다만 우리가 꿈꾸는 비전과 이상, 전략적 중요성만을 이야기할 뿐이었다.



어떤 문제가 일어났나? : 물론 팔리긴 한다. 다만 그게 끝이다.  


고객을 만나지 않는다고 물건이 아예 팔리지 않는 건 아니다. 쓰던 사람은 쓰고, 궁금해서 써보는 사람도 있다. 궁금해서 써봤는데 제법 괜찮아서 계속 쓰는 사람도 있다. 고객을 만나지 않은 서비스도 팔리긴 한다. 다만 그게 끝이다. 


그리고 고객을 만나지 않고 시장에 나온 서비스는 아래의 문제에 봉착했다. 


1.  이 서비스를 만들기까지의 투자 비용(인원수*기간 + 기타 비용)을 제대로 회수할 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했다. 왜냐하면 고객을 만난 적이 없으니까. 


2.  투자 비용을 회수하고자 서비스를 성장시키고 싶은데, 무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무엇이 부족한지,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무엇은 타당한지 알지 못한다. 무엇을 더 줘야 할지, 무엇은 주지 않아도 될지, 무엇을 바꿔야 할지 알지 못했다. 어디서부터 무얼 어떻게 건드려야 할지 몰랐다.  왜냐하면 고객을 만난 적이 없으니까. 


3. 그래서 그저 고객이 우리 서비스를 몰라준다고 생각한다. 혹은 시장에 회사 이름이 더 널리 알려지면, 우리가 무언가를 열심히 하면 알아줄 거라고 기대하고, 또 착각한다. 왜냐하면 고객을 만난 적이 없으니까. 


4. 그나마 다행인 건 마케팅에 비용을 쏟아붓진 않았다. 밑 빠진 독에 물을 부으면 안 된다는 사실 정도는 알고 있었기에, 리텐션을 높이자고 했다. 그런데 리텐션을 높이려면 무얼 해야 하는지 모른다. 왜냐하면 고객을 만난 적이 없으니까. 


5. 서비스를 구매한 고객이 왜 우리 서비스를 구매하는지 알지 못했다. 다만 언제 몇 개가 팔렸다는 사실만 알 수 있었다. 왜냐하면 고객을 만난 적이 없으니까.


6. 서비스 이용을 그만둔 고객이 왜 우리 서비스를 더 이상 이용하지 않는지 알지 못했다. 왜냐하면 고객을 만난 적이 없으니까.


7. 페르소나에 대한 어휘, 브랜드 슬로건과 태그라인, 서비스를 설명하는 각종 디자인과 어휘는 공허한 말로 남았다. 왜냐하면 고객을 만난 적이 없으니까. 


고객을 만나지 않은 서비스도 팔리긴 한다. 다만 그게 끝이다.
왜냐하면 고객을 만난 적이 없으니까.



다시 돌아간다면 무엇을 하겠나? : 고객을 만나지 않고는 어떤 것도 하지 않겠다


만에 하나 다시 돌아간다면, 돌아가야 하거나 돌아갈 수 있다면, 무엇을 할까. 


나는 무조건 고객부터 만나겠다. 아니, 고객을 만나지 않고는 그 어떤 기획도 시작하지 않겠다. 고객을 만나지 않고 기획한 모든 기능, 디자인, 시나리오, 심지어는 어휘 하나조차 가설 없는 상상에 그칠 뿐이니까.



Step 1 고객을 만나기 위해 아래의 단계로 업무를 접근하겠다.



1. 우리가 타깃 하려는 시장과 고객은 누구인가? 그들의 규모는 어느 정도 되나? 를 우선 가정한다 

2. 고객을 실제로 만나본다

3. 실제로 만나본 우리의 고객은 누구인가? 이들은 어떤 문제를 겪으며, 무엇으로 이를 해결하고 있으며, 최종적으로 무엇을 얻고자 하는 건가?

4.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제공해 이들의 문제를 해결해주면 되나? 어떤 제품을 만들어야 하나?



Step2 고객을 만나 아래의 내용을 파악하겠다 


- Demograpthic : 우리가 타깃으로 삼는 시장의 고객은 누구인가? 직업은? 연차는? 


- Pain Point : 우리의 예상 고객은 어떤 문제를 겪고 있는가? ▶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게 서비스다

- Pain piont : 우리의 예상 고객은 그 문제를 언제, 어떤 맥락에서, 어떻게 겪고 있는가? ▶ 그 문제에 대해 심층적으로 파악하기 위해서 필요하다


- Solution : 우리의 예상 고객이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금 이용하는 서비스나 취하는 행동은 무엇인가? 그걸 이용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 이것이 고객에게 '정말로' 문제가 맞다면, 우리 서비스가 없더라도 이전에 어떻게든 해결을 하고 있을 것이다. 이 질문의 답변이 경쟁사/유관사, 레퍼런스, 혹은 협업 대상이다. 


- Value Proposition : 우리의 예상 고객이 그 문제를 해결해서 정말로 이루고자 하는 목적은 무엇인가? ▶ 문제를 겪는 이유는, 최종적으로 얻고자 하는 과정에서 그것이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엔 이걸 얻도록 도와주는 게 서비스다.


- Huddle : 그걸 해결하는 데 혹시 우리 기존의 서비스에서 불충분하거나 아쉬웠던 점은 무엇이었나? ▶ 만약 기존에 운영되던 서비스가 있다면 '개선'하는 것만으로도 해결이 되는 경우가 있다. 



Step 3 고객에 대해 알게 된 내용을 바탕으로 고객에 대한 이해를 정리하겠다.(예시)


"우리 서비스가 타깃으로 하는 고객은 30대 초반 5년 차 이하 주니어 직장인으로, 디자인/마케팅/브랜딩/자영업에 종사하는 1인 프리랜서다. (Demographic)


이들은 커리어 성장과 실력 향상에 대한 고민이 있으나, 기존의 커리어 플랫폼과 커뮤니티, 그리고 콘텐츠에서 제공하는 서비스와 내용은 모두 최소 10인 이상의 기업 혹은 대규모/공공기관 기준의 직군/직무에  직종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 도움이 되는 내용을 얻지 못하고 있다. (Pain point)


이들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평소에 온/오프라인 커뮤니티에서 정보를 교환하고 있으나 어디에 가서 이들을 만나야 할지 불분명하거나, 이를 주선해주는 사람이 없어 어렵다. 또한 이벤트 성의 커뮤니티는 고민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느끼고 있다. (기존의 Solution과 Unmet needs)


기타 제조 직군의 경우 공방과 같이 공간을 기반으로 한 커뮤니티나 작업 공간이 있으나, 이들은 이런 공간 역시 누리고 있지 못하다. 다만 직업 특성상 평일/주말 그리고 공간에 상관없이 자유롭게 근무하고 있어 1인 사무직이 자유롭게 쓸 수 있는 공간을 찾고 있다. 이 가운데에 해당 공간에서는 비슷한 이들과 구체적으로 함께 협업할 기회, 혹은 자신의 작업물을 전시할 기회를 찾고 있다." (Value Proposition)



고객을 만나지 않고는 그 어떤 기획도 시작하지 않겠다.

 


결국 프로덕트/서비스란 고객이 지닌 문제 pain point를 해결 solve 하는 데 쓰이는 도구일 뿐이다. 


세상의 모든 프로덕트/서비스는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쓰이는 도구일 뿐이다. 


우리의 고객이 누구이며, 어떤 문제를 지녔는지도 알지 못한 채 무언가를 상상한다는 건 장밋빛 기대 너머 어쩌면 기획자/담당자로써는 오만이자 무지였음을 이제야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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