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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im Uye Nov 06. 2017

삼킬 수 없는 외로움

퇴근 후 패스트푸드점에서 떠올린 나의 고등학교 시절, 마주한 외로움


고된 하루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갈 시간. 각자 저녁 약속이 있다는 가족들의 문자를 확인하고 나는 간단하게 끼니를 때우려 동네 패스트푸드점엘 들렸다. 역 안에 있는 오래된 가게. 고등학교 시절엔 하교 후에 친구들과 종종 찾았던 곳이다. 다 벗겨진 빨간색 시트가 안타깝긴 했지만 크게 바뀐 것은 없었다. 통풍이 제대로 되지 않아 기름 냄새가 가득한 것도 여전했다. 






유리창 너머 고개를 기웃거리며 누군갈 기다리는 사람. 700원짜리 아이스크림을 손에 쥐고 눈에는 연인의 웃음을 담는 사람들. 그 틈에 내가 있었다. 나는 가장 구석진 자리를 차지하고 짐을 풀었다. 새로 나왔다는 햄버거는 영 발음하기가 어색했다. 빨갛게 달아오르며 시끄러운 소리를 내는 진동벨을 건네고 음식을 받았다. 나는 의미 없는 공간에 시선을 고정시킨 채 최대한 꼭꼭 씹어 햄버거를 삼켰다.






친구들과 앉아있던 자리를 마주 보며 고등학교 시절을 회상했다. 수업 사이사이, 점심을 먹고 난 후, 심지어 수업 중간에 쪽지를 주고받으며까지 무슨 할 말이 그리 많았을까. 그것도 모자라 하교 후엔 패스트푸드점에 새로 나온 디저트나 할인 이벤트를 핑계 삼아 그곳에서 또 한참을 머물러 있었다. '내일 또 만나자'는 인사가 그리도 아쉬웠던 우리. 이제는 내일도, 모레도 만나기 어렵다. 각자의 삶이 바쁘고 고단한 탓이다. 







누구 하나 말 걸 사람이 없는 나는 괜스레 핸드폰을 꺼내 SNS를 뒤적거렸다. 친구의 일상이 사진 한 장과 함께 간략한 문장으로 정리돼 있었다. 친구의 안부를 확인하고 텅 빈 하트를 눌러 빨간색으로 채웠다. ‘예쁘다’, ‘맛있겠다’ 댓글도 달았다. 한 손에 핸드폰을 쥐고 조그마한 자판 누르기를 몇 번이나 반복했을까. 그사이 햄버거를 다 비웠다. 배는 찼는데 허기는 여전했다. 외로움이란 이런 식으로 삼켜지거나 채워지는 게 아니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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