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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im Uye Apr 07. 2017

당연한 아침은 없다

Photo Essay

 

내가 ‘당연하다’라는 말을 싫어하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종합해보면 이 말은 다시 생각해볼 여지가 없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혹은 이미 많은 것을 스스로 당연하게 여기면서 그 말을 싫어한다고 표현하는 나의 가식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누군가의 수고나 배려나 이해심을 돌아보게 될 때 ‘당연하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지난여름 비행기 안에서 이 부끄러운 순간을 맞이했다. 밤 비행기여서 안대를 착용하고 잠을 잘 준비를 마쳤는데 한 아기가 세차게 울었다. 결국 나는 뜬 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사람들이 모두 잠든 깜깜한 비행기 안에서 나는 창밖을 내다봤다. 덕분에 아침이 오는 풍경을 볼 수 있었다. 새카만 허공 사이를 비집고 나와 겨우 고개만 내민 빛이 점차 번져가더니 이윽고 날이 밝았다. 아침이 구름과 구름 아래 도시를 드러냈다. 이 과정을 지켜보기까지 오래 잠을 참았지만 어둠을 이기고 부지런히 찾아오는 아침 풍경에 눈을 뗄 수 없었다.    


아침이 새벽과 낮 사이 시간을 의미한다는 것. 때로는 아침 식사를 대변한다는 것. 드라마는 아침에 하는 것이 더 재미있다는 것. 그 외에 나는 아침에 대해 아는 게 별로 없었다. 그래서 나는 아침을 밝힐 수 없지만 아침은 나를 밝혔다. 죽은 듯 깊은 잠에 빠져있던 나를 매일 깨웠다. 아침이 먼저 나에게 찾아와 내가 오늘도 살아야 할 이유를 속삭이는 듯했다.    


죽은 이가 다시 살아나는 기적은 성경에나 나올 법한 이야기지만 이미 우리 삶에서 매일 일어나고 있는지 모른다. 나는 친구가 맞이할 수 없는 아침을 맞이하지만 여전히 사랑이나 희망 같은 것들을 기대하지 않는다. 한파라던 기상청의 예보가 또 빗나간 아침, 매일 나는 당연하게 출근길 인파를 뚫고 전철을 탔다. 그러나 이제 나는 눈 뜨자마자 맞는 아침이 당연히 오는 게 아니라 한밤중 숱한 어둠을 헤치고 힘겹게 당신을 찾아온 것이라고 말하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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