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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im Uye Jun 01. 2017

나를 찾습니다

Photo essay

얼마 전 홀로 떠난 여행지에서 아찔한 순간을 경험했다. 소나기를 피하려 뛰다가 핸드폰을 흘린 것이다. 한국인 관광객의 도움으로 되찾긴 했지만 핸드폰의 행방을 알기 전까지 아름다운 여행지의 풍경이 눈에 들어올 리 없었다. 손바닥만 한 핸드폰 하나 잃어버렸을 뿐인데 모든 것을 잃은 양 허탈했다.    



어린 시절엔 가진 게 없어 잃을 것도 없었다. 바꿔 말하면 모든 것이 쟁취의 대상이었다. 이제는 나를 높여 부르는 사람들과 내 것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들이 늘어났다. 나는 누리는 것만큼 잃을 것 또한 많아졌다. 하나를 잃으면 열을 빼앗길까 불안해졌다. 노심초사하는 모습은 사랑을 할 때도 마찬가지다.    



그동안 유지해온 것이 갑자기 사라져 아주 없어졌을 때 ‘잃었다’고 한다. 때로 그 결과는 누군가를 평가하거나 판단하는 기준이 되곤 한다. 나는 타인의 평가가 두려워 모험 대신 안정적인 길을 택해왔다. 어느새 나는 잃을 것도 얻을 것도 없는 보통의 선택에 익숙해졌다. 꿈꾸지 않아도 살아갈 만했다.    


 

허나 나를 잃어버린다면 인생은 무슨 소용이 있을까. 나무연필은 나무가 깎여야 연필심이 드러나듯 삶도 덜어내는 과정이 있어야 본질을 찾을 수 있다. 삶은 결과가 아니라 내가 만들어가는 것이기에, 진짜 잃지 말아야 할 것은 유일한 나 자신이기에. 나는 잃기로 작정했다. 나를 찾기로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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