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essay
커다란 바퀴가 달린 버스에 몸을 싣기 위해 이른 아침 정신없이 달렸다. 그리고 이미 사람들이 가득 찬 버스를 타고 사람들 사이로 비집고 들어갔다. 강렬하게 뛴 탓에 입 밖으로 튀어 나오는 거친 숨을 꾹 밀어 넣었다. 버스 안에서 꼼짝달싹할 수 없을 때 쉴 새 없이 굴러가는 바퀴의 진동을 느꼈다. 문득 아침마다 네 바퀴 위에서 무표정한 얼굴을 지어야 하는 내 신세가 고달프다는 생각을 했다.
포대기에 싸인 채 가만히 누워있을 때도 나는 네 바퀴 위에 있었다. 유모차! 너무 오래전 일이라 승차감이 어떤지 전혀 기억나지 않지만 동생이 타고 있던 모습이 떠올랐다. 엄마는 바퀴가 뻑뻑해진 낡은 유모차에 동생을 싣고도 마냥 즐거웠다. 엄마는 네 바퀴 위에 꼼지락거리는 희망을 담고 동네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다.
유모차뿐이었을까. 일주일 동안 동해바다 여행을 함께했던 우리 가족의 첫 차 자주색 에스페로도 네 바퀴였다. 난생 처음 가속의 쾌감을 알게 해준 내 첫 자전거도 네 발이었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오는 것이 운명처럼 보이는 네 바퀴는 처음 만난 그날부터 하루도 쉬지 않고 내 모든 일상에서 여전히 달리고 있다.
매일 같은 시간, 같은 버스를 타고 같은 곳에 도착할 수 있는 것은 오늘도 둥글게 돌아가는 네 바퀴 덕분이다. 그래, 오늘은 고마운 네 바퀴의 진동을 느끼면서 무표정한 얼굴대신 잊고 지냈던 희망찬 얼굴을 지어봤다. 차창 밖 행복한 얼굴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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