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심장 소리가 들려

7주 차의 기록

by 덕순



'생명이란 무엇일까'

생각하다 보면 언제나 철학적인 고민에 빠지게 된다.


나는 생명이란 '살아 있는 것'뿐 아니라

'살고자 하는 의지가 있는 것'

으로 정의 내리고 싶다.


내 뱃속에 있는 생명체

덕순이를 떠올리며 내린 정의이다.




7주 차 3일째에 손꼽아 기다리던

병원 검진 날이 있었다.

지난주 내내 입덧으로 힘들었는데,

유독 이번 주는 큰 어려움 없이 지나가고 있었다.


입덧의 괴로움에 해방되니

걱정과 불안으로 스스로를 옭아맸다.


입덧은 아기가 건강하다고 보내는 신호라는데

갑자기 입덧이 멈추니 덕순이가 괜찮은 건지 걱정이 쌓여 갔다.


병원 검진 날은 그 걱정과 불안이 최고조에 달하는 날이었다.

잔뜩 날이 서서 예민해진 감정으로,

함께 따라온 남편까지 눈치 보게 만들며 병원을 방문했다.


초조한 대기 시간 끝에, 내 차례가 되었다.


2주 만에 만난 덕순이는

내 걱정이 무색할 정도로 건강했다.


그전까지 내가 본 것은 아기가 아니라

아기집과 난황인데,

진짜 아기 덕순이는 그날에서야 처음 본 것이다.


아주 조그만 강낭콩 같은 덕순이 가운데에

반짝반짝 심장이 보였다.

134 bpm으로 쉬지 않고 심장이 뛰고 있었다.

어른들의 심장 박동의 두 배가 되는 속도였다.


처음으로 듣는 덕순이의 심장 소리는

씩씩하고 우렁찼다.

심장 소리를 듣고 감동해서 우는 엄마들도 있다는데,

나는 우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안정적으로 잘 자라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 사진을 챙겨 받아 나왔다.


얼떨결에 듣고 넘길 뻔한 덕순이의 심장 소리는

병원에서 동영상을 제공해준 덕분에 핸드폰에 넣어두고 틈 날 때마다 틀어 볼 수 있었다.


걱정이 사그라들고 차분해진 마음으로

덕순이의 심장 소리를 들으니

참 많은 생각이 들었다.


'지금 이 순간이 덕순이의 인생 중에

가장 치열한 순간이 아닐까?'




세상에 나온 순간부터

우리는 도전하고, 실패하고, 좌절하고, 다시 도전하며 치열하게 살아간다.

오죽하면 불교에서는 인생이 고통의 연속이라고 했을까.


그렇지만 그 어떤 삶의 순간이

세상에 나오기 위해

약 1cm의 몸으로 1초에 두 번 이상 심박동을 하는 이 순간만큼 치열할까 싶었다.




지금 덕순이는 한없이 나약하다.


내가 먹는 음식과 마시는 공기를

그대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내가 앞으로 9개월 동안 아무 일 없이 건강해야만

덕순이도 세상 빛을 볼 수 있다.


앞이 보이지 않는 깜깜한 미래지만

그럼에도 덕순이는 나를 믿고

살고자 하는 의지로 지금도 치열하게 심장이 뛰고 있다.


그걸 보면,

앞으로 내게 남은 인생에 닥칠 그 어떤 시련과 어려움도 이 삶을 포기할 이유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나는 덕순이에게 약 9개월 동안

세상에 나오기 전까지 자라날 작은 공간을 마련해줬을 뿐인데,


덕순이는 나에게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깊은 깨달음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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