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인가 정성인가 그것이 문제...
우리집의 월례행사(!)중 하나가 바로 토마토 소스 만들기이다.
잘 익은 완숙 토마토를 물에 데쳐 껍질을 벗기고 올리브유에 볶은 양파, 마늘과 합쳐
와인과 월계수잎을 넣고 뭉근하게 푹 끓인다. 소금과 후추, 잘게 다진 생 바질 잎으로 맛을 낸다.
때에 따라 다진 고기 볶은 것을 추가하고 더 진한 맛을 내려면 우스터셔 소스, 케첩, 타바스코 등등을 넣는다.
손이 많이 가지만 토마토 땡처리(?)에 좋은데다 스파게티나 스튜를 만들 때 여러 모로 유용하다.
그런데 요즘 들어 토마토 소스 만들기에 관한 심각한 회의에 빠졌다.
바로 아래의 요녀석 때문이다.
지난번 놀러온 친구와 굴라쉬를 해먹기로 했는데 토마토 손질하기가 왠지 귀찮아 시판 홀토마토를 샀다.
그런데....깊은 맛의 정도가 내가 만든 토마토 소스는 따라갈 수 없는 수준이다.
이거 하나로도 충분히 감칠맛이 나서 예상보다 훨씬 맛있는 굴라쉬가 완성됐다.
아...역시 재료의 차이는 어쩔 수 없는건가...
그러고보니 리틀 포레스트 영화를 보면 주인공이 직접 기른 토마토로 홀토마토를 만드는 장면이 나온다.
아마도 한국에서 시판되는 토마토를 이용하면 그 맛이 안날 것이다.
수확해서 팔 목적으로 키우는 토마토가 아니니, 미리 따서 후숙시키는 게 아니라
덩굴에서 충분히 익을 때까지 놔두기 때문이다.
품종도 다르다. 유럽에서 파스타 등을 만들 때 쓰는 토마토는 사진처럼 길쭉한 달걀 모양에
훨씬 진한 맛을 갖고 있다. 결국 나는 맛을 위해 캔 제품을 쓰느냐, 요리부심(!) 때문에
생 토마토로 직접 소스를 만드느냐의 딜레마에 빠지고 만 것이다. ㅠㅠ
좀 더 '덕력'이 길러지면 서양 토마토를 밭에서 직접 재배하려 들지도 모르겠다.
그냥 가면 서운하니 굴라쉬 레시피 공개!
1. 냄비에 올리브유를 두르고 쇠고기 양지머리를 넣어 소금 후추 간을 하고 볶는다
2.감자, 당근처럼 잘 안 익는 채소부터 투하한다.
3. 브로콜리, 양파 등 좋아하는 채소를 추가해준 후 오늘의 주인공 홀토마토를 넣고 푹푹 으깬다.
4. 물과 와인, 월계수잎을 넣고 푹 끓인다. 야채가 충분히 물러지면 소금 후추로 간을 하고 파프리카 파우더(매운 걸 좋아하는 사람은 칠리나 카이옌 페퍼를 넣으면 좋다) 등으로 맛을 낸다. 비오거나 쌀쌀한 날 빵을 곁들여 먹으면 맛있다.
참고로 내가 이 레시피를 익히게 된 이유는 서울에선 거의 유일하게 굴라쉬를 팔던
홍대앞 가게가 문을 닫았기 때문이다. ㅠㅠ 건물주 나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