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 1학년 공부의 세 가지 전략
오랜만에 20년 지기 친구에게서 연락이 왔습니다.
친구의 아이는 내년, 초등학교에 입학해요.
아이의 초등학교 입학 통지서를 받아 들고 몽글몽글 피어오르는 걱정에, 1년 더 먼저 초등맘이 된 제게 이런저런 질문들을 던집니다.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엄마들의 질문은 사뭇 달라집니다.
"공부는 제 알아서 하는 거지." 하던 엄마들도 초등 입학을 앞두고는 아이의 공부부터 묻게 되니까요.
초등생 학부모로 지낸 시간보다 고등학교 교사로 지낸 지 더 오래된 제가 아이의 공부로 마음이 조급해진 친구에게 꼭 전하고 싶은 말은 이거였어요.
"지금 OO이 앞에는 수 백개의 단추가 놓여 있다는 거 잊지 마. OO이가 앞으로 살아가면서 생 전반에 끊임없이 채워 나가야 할 수백 개의 공부 단추."
아이의 초등 공부, 특히 초등 1학년의 공부는 달리기로 치면 장거리 달리기, 투자로 치면 장기 투자의 시작점에 가깝습니다.
눈앞의 50m, 100m를 빠르게 달리는 것보다,
42.195km 뒤 결승점에 안전하고 빠르게 도착하느냐가 중요합니다.
오늘 사서 내일 오르는 주식보다,
10년 뒤, 20년 뒤, 30년 뒤 얼마의 수익을 내느냐가 관건입니다.
장거리 마라톤, 장기 투자는 어렵습니다.
어쩌면 단거리 달리기, 단기 투자에서 좋은 결과를 내는 것보다 훨씬 어려울 수 있어요.
장기전은 흔히 생각하는 것보다 더 어렵다. 또 그렇기 때문에 생각하는 것보다 더 많은 보상을 안겨준다.... 뭔가를 장기적으로 계획하거나 실행할 때는 다음을 기억해야 한다.
장거리 달리기는 당신이 견뎌야 하는 단거리 달리기들의 집합이다.
모건 하우절, <불변의 법칙>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마는 아이의 공부를 장거리 달리기 뛰듯이, 장기 투자를 하듯이 준비해야 합니다.
아이보다 더 멀리 볼 수 있는 사람은 우리 엄마들이니까요.
초등에서의 반짝임과 노력이 고등학교, 대학교, 성인이 되어서 결실을 볼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 바로 우리 엄마니까요.
초등 1학년의 공부 전략은 세 가지입니다.
"Trust, thin, and long."
"믿고, 가늘고, 길게."
1. T(Trust) - 믿고(의심하지 말고)
콩나물시루에 콩나물 길러 보셨나요?
콩나물시루에 물을 부으면 물이 그 아래로 다 빠져 버립니다.
콩나물은 햇빛을 보지 않고 키우니 물이 핵심인데, 부어주는 물을 이렇게 다 쏟아내면 얘들은 어떻게 자라나 싶어요.
줘도 다 빠져나가 버릴 물, 줘서 뭐 하나 싶은 생각이 때때로 들기도 합니다.
그러나 콩나물 기르기의 핵심은 이놈의 콩나물이 물을 먹나 안 먹나, 자라나 안 자라나를 의심하지 않고 수시로, 꾸준히 물을 부어주는 거예요.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훌쩍 자란 콩나물들이 노란 머리로 우리를 반깁니다.
아이의 초등 공부도 그런 것 같아요.
아이에게 루틴 대로, 시스템 대로 공부를 시키되 아이의 실력 향상에 대한 의심은 고이 접어 두어야 합니다.
그저 믿고 6개월, 1년 꾸준히 하다 보면 더듬더듬 한글을 읽던 아이가 긴 글도 자연스럽게 읽고 한 자릿수 덧셈도 어려워하던 아이가 두 자릿수 뺄셈을 척척 해내는 순간이 옵니다.
2. T(Thin) - 가늘고
두 번째는 공부 양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초등 공부를 가늘게 하란 건 적은 양으로 공부를 시작하란 의미예요.
장거리 달리기에서 처음부터 스피드를 올리면 후반부에 나가떨어집니다.
장기 투자에서도 조금씩 적립식 투자를 해야지 한 번에 많이 담으면 작은 위기에도 무너집니다.
뷔페에서도 마찬가지, 본전 뽑도록 많이 먹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찬 음식부터 단계별로 종류별로 소량씩 섭취해야 디저트까지 만족스럽게 먹을 수 있습니다.
초등은 아이 공부의 시작점입니다.
특히나 1학년은 더더욱이요.
공부의 첫 위기라는 초등 3학년부터 해서 초등학교 고학년, 질풍노도의 중학교, 스퍼트를 올려야 하는 고등학교, 진짜 공부가 시작되는 대학교 그리고 성인까지 아이의 공부가 이어지려면 조금씩 시작해야 합니다.
초등 1학년의 공부는 국영수 하루 10분이면 되어요.
국영수 하루 10분이 버거우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한 가지를 매일 깔고 나머지는 요일별로 번갈아 해도 됩니다.
국어 독해 문제집 2쪽, 10분.
연산 문제집 2~3쪽, 10분.
수학 교과서 문제집 2~3쪽, 10분.
영어 파닉스 or 리딩 10분.
초등 1학년 하루 10분씩만 공부를 했다 하더라도 1년이면 3650분, 시간으로 환산하면 약 60시간입니다.
20분이면 120시간, 30분이면 180시간이나 됩니다.
초등 1학년의 스스로 공부하는 시간이 이만큼이라면 무조건 성장 보장합니다.
부족하다고요?
걱정 마세요.
우린 미리 출발했잖아요.
3. L(Long) - 길게
길게는 꾸준히 하는 공부를 말합니다.
스페인의 유명한 명언 중 'Sin prisa, pero sin pausa.'라는 말이 있어요.
"서두르지 말되, 멈추지 마라."
여기서 '멈추지 말라'는 '꾸준히'의 의미입니다.
아이의 공부가 그렇습니다.
'토끼와 거북이' 이야기의 거북이처럼 가야 해요.
초등 1학년 때부터 시작하되, 서두르지 마세요.
날마다 조금씩, 빈도수를 늘리며 꾸준히, 길게 이어가면 됩니다.
서두르지 않아도 원하는 목표에 분명 도달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