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틴과 시스템으로 만드는 엄마도 아이도 행복한 공부 습관
지방의 일반 고등학교에서 15년간 아이들의 입시를 지켜봤어요.
초등학교, 중학교에서 날고 기었다는 아이들도 고등학교에 오면 평범해집니다.
상담 때마다 "제가 초등학교 때는...", "제가 중학교 때는..." 하며 젊은 아이들이 왕년 타령을 늘어놓습니다.
나름 지방 학군지라 불리는 지역의 고등학교에서도 대부분의 아이들이 그나마 내신이라면 그래도 중상위권을 유지하지만 학력평가(모의고사)라면 학년이 올라갈수록 점점 중위권으로 밀려납니다.
그러나 게 중에도 내신보다 월등한 수능 성적을 내거나 수능 성적이 자신의 최고 성적이 되는 아이들이 있답니다.
그런 아이들을 보며 얻은 입시 공부의 깨달음은 바로 이것!
"제 아무리 머리 좋은 아이도 많이 하는 아이를 이길 수 없고, 제 아무리 많이 하는 아이도 스스로 하는 아이를 이길 수 없다."
고등학교에서도 초중학교에서 보였던 최상위권 성적을 그대로 유지하거나, 노력하는 만큼의 성적이 나오거나, 성적이 꾸준히 상승하는 아이들은 사교육을 받은 아이든, 사교육을 받지 않은 아이든 본인 스스로 공부를 하는 아이들이에요.
자습 시간이 주어지면 자연스레 책을 펴서 공부를 하는 건 기본,
이제 강제성이라고는 1도 없는, 진짜 ‘자율’이 된 야간 자율 학습도 본인이 신청했다면 빠지는 법이 없답니다.
이 아이들이 공부를 하는 모습은 '성실하다' 보다는 '자연스럽다'는 표현이 더 잘 어울려요.
매일 끼니를 챙겨 먹듯, 밥 먹은 후 양치를 하듯 습관적으로 공부를 합니다.
초등 엄마가 된 교사가 사심을 한가득 품고 이 아이들의 뒤를 캐보면요.
이 아이들은 초등 때부터 꾸준히 자신만의 공부 습관을 지속해 왔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겨울밤 소록소록 흰 눈이 쌓이듯이,
초등 저학년 때부터 부모님과 함께 공부 습관을 갖추고 그 습관을 바탕으로 진짜 실력을 쌓아왔기 때문에
초중학교 벼락치기로 높은 성적을 얻은 아이들보다 여유가 있습니다.
이 아이들은 운동도 하고, 게임도 하고, 연애도 하면서 좋은 성적을 냅니다.
그런 아이들을 보면서 생각했어요.
초등은 중학교, 고등학교 나아가 대학에 가서도 습관적으로 공부를 하는 아이로 자랄 수 있도록 하는 힘을 길러야 하는 시기라고요.
더불어 우리 집에 있는 저 평범한 아이도 공부 습관을 잘 잡아서 고등학교 시기를 시간에 쫓기지 않고 보내게 해 줘야겠다고 다짐하게 했죠.
책도 읽고, 동아리 활동도 하고, 운동도 하고, 게임도 하면서 공부도 제법 하는 그런 행복한 학창 시절을 보냈으면 하는 엄마의 마음을 한껏 담아서 말이죠.
그렇다면 여유 있는 고등학생으로 자라기 위해 초등 시절 공부 습관을 어떻게 형성하면 될까요?
스스로 공부하는 아이들의 관찰하고 또 관찰하며 얻은 비법은 바로, '루틴과 시스템'입니다.
초등 아이의 공부 습관은 어른이 잘 짜놓은 시스템 속에서 아이가 루틴을 꾸준히 반복하는 것으로 만들어집니다.
루틴, 시스템, 습관의 사전적 정의는 아래와 같은데요.
- 루틴 : 규칙적으로 하는 일의 통상적인 순서와 방법
- 시스템 : 필요한 기능을 실현하기 위하여 관련 요소를 어떤 법칙에 따라 조합한 집합체.
- 습관 : 어떤 행위를 오랫동안 되풀이하는 과정에서 저절로 익혀진 행동 방식.
기본적으로 습관은 루틴이 꾸준히 반복되어 무의식적으로, 저절로 행하는 데서 형성되어요.
이때 문제는 아이가 공부 루틴을 꾸준히 반복하는 것이 어렵다는 건데요.
이 루틴이 지속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시스템이랍니다.
아이의 공부에 시스템을 만들어 준다는 것은 스스로, 내적 동기만으로 루틴을 지속하기 힘든 아이들에게 부모가 혹은 교사가 잘 짜인 학습 목표, 학습 계획, 내외적 보상, 물리적 환경, 학습 교재, 학습 커리큘럼 등을 제공해 루틴을 좀 더 잘 지속할 수 있도록 해주는 건데요. 이 과정에서 시스템은 아이의 루틴이 습관으로 이어지는데 시너지를 발휘하게 해주는, 보다 큰 관점에서의 체제가 됩니다.
예를 들어 '00 초등학교 1학년 태윤이'의 하루 루틴을 들여다볼까요?
태윤이는 아침 7시에 일어나 학교 갈 준비를 하고 아침 독서를 하고 등교를 합니다. 학교 방과 후 수업을 마치면 영어 학원을 다녀오고요. 4시 반쯤 집으로 오면 간식을 먹고 줄넘기를 합니다. 줄넘기가 끝나면 영어 학원 숙제와 그날 정해진 국어, 수학 교재를 풀며 공부를 합니다. 그리고 엄마에게 확인 도장을 받고 씻고 저녁을 먹고 tv를 봅니다. 그리고 자기 전 독서 타임을 갖고, 일기를 쓰고 잠자리에 듭니다.
이 루틴을 태윤이가 그냥 매일매일 지킬 수 있을까요?
내적 동기로 루틴을 지키는 아이를 낳으셨다면 그 아이의 부모님은 전생에 나라를 구하셨어요!
안타깝게도 보통의 아이들은 그냥 되지 않죠.
그래서 태윤이의 엄마는 아이의 루틴이 반복되어 습관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이런 시스템을 갖춰 두었답니다.
태윤이의 엄마는 저녁 식사 시간에 아이와 꿈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해요. 아이의 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아이가 공부를 하는 의미를 깨닫도록 유도하죠. 그리고 아이와 함께 주간계획표를 작성하고, 주간계획표 아래 날마다 도장을 찍을 수 있는 달력이 겸비된 양식도 만들었어요.
야근한 날도, 계모임에서 술을 한잔하고 돌아온 날에도 도장을 찍어 주며 아이가 계획을 실천했는지 살핍니다. 이 도장은 일주일치가 쌓이면 아이가 일요일에 자유시간을 획득할 수 있는 보상 시스템과 연결이 되어서 엄마의 잔소리 없이도 태윤이는 스스로 그날의 루틴을 실천한답니다.
한편, 태윤이의 수준과 성향에 맞게 국어와 수학 교재를 선정해 날마다 풀어야 하는 분량을 정해 두었어요. 태윤이 엄마는 영어가 좀 부족한데요. 가정에서의 학습만으로 부족한 부분은 커리큘럼이 잘 갖춰진 학원의 도움을 받고 있어요.
더불어 태윤이 엄마는 아이가 공부할 수 있는 물리적 환경도 중요하게 생각해 거실에 tv를 없애고 책장을 두고, 아이의 책상과 엄마 아빠의 책상도 거실에 배치해 거실을 공부하는 공간으로 꾸미는 거실 육아를 몇 년째 지속하고 있답니다.
아이의 공부 습관은 아이가 어릴 때! 엄마 말이 잘 먹힐 때! 만들기 시작해야 합니다.
그 골든 타임이 초등 저학년!
태윤이 엄마와 같은 루틴과 시스템을 마련하고 아이가 실천하도록 독려하면 아이의 루틴은 어느새 아이가 스스로, 저절로, 자연스럽게, 날마다 공부를 하게 되는 습관으로 이어집니다.
요즘 고등학교 내신 공부, 입시 공부는 입이 떠억 벌어질 정도로 그 수준과 양이 어마어마합니다.
덕분에 고등학교 아이들은 엄마, 아빠들이 상상하는 그 이상으로 바쁩니다.
늘 시간에 쫓겨요.
시간에 쫓기지 않으려면 미리미리 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이 미리미리가 과도한 선행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랍니다.
지각하지 않는 방법은 속도를 높이는 방법도 있지만, 조금 일찍 출발해 충실히 가는 방법도 있습니다.
보통의 아이의 공부라면 속도를 높이는 것보다 조금 일찍 출발해 충실히 가는 것이 훨씬 낫습니다.
초등시절 내 아이 맞춤형으로 공부 루틴을 짜고, 그 루틴을 지속적으로 반복하게 하는 시스템만 갖추면 아이는 입시라는 산을 여유 있게 넘을 수 있는 공부 습관을 가질 수 있습니다.
루틴과 시스템으로 엄마도 아이도 행복한 스스로 공부하는 초등으로 이끌어 보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