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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원을 가든 안 가든

by 알쓸채은

고등학교 최상위권 아이들의 공통점은 자기주도학습 능력을 갖췄다는 거예요. 즉, 스스로 알아서 공부를 한다는 건데요. 스스로 공부를 하는 자기주도학습 능력의 시작은 아이의 공부가 시작되는 초등학교랍니다.



고등학교에서 학부모님들과 상담을 하다 보면 부모님들 마음 한편에는 아이의 과거에 대한 후회가 담겨 있어요. 무언가를 시도하기에도, 포기하기에도 시간이 문제인 고등학교. 학부모님들은 늘 아이가 더 어렸던, 더 여유로웠던 그 시간들을 아쉬워하십니다. 00이 어머니도 그랬어요.



“첫째라 기대가 컸어요. 초등 때부터 국영수 학원 많이 보냈어요. 워낙 말수가 적고 시키는 대로 잘 따르는 아이다 보니까 학원 선생님도 나도 잘하고 있는 줄 알았죠. 그런데 학원에 앉아서 잘 듣는 척만 하고 있었던 거예요. 그걸 고등학교 입학하고 알았어요. 이제 와서 학원을 그만두자니 불안해서 그만둘 수도 없고....”



00이는 조용한 아이였어요. 2학년에 올라와 점심 먹는 시간까지 아껴 가며 공부를 해보려고 애쓰고 있었지만 그동안의 학습 결손이 커 애쓰는 만큼의 결과가 나오지 않는 상황이었어요. 사실 저는 00이 어머니를 만나기 전까진 00이가 그동안 공부에 손을 놓고 있어 학습 결손이 생긴 줄 알았어요. 그런데 실상은 초등학교 6년, 중학교 3년 내내 국영수 학원을 다니며 공부를 하고 있었던 거죠.



00이의 공부는 어디서부터 꼬인 걸까요?



어머니 말씀대로 초등학교 6년, 중학교 3년. 자그마치 9년을 학원에만 맡겨 놓은 게 원인이에요.



고등학교에서 공부를 잘하려면 자기주도학습 능력이 있어야 해요. 고등학교 공부는 누가 시킨다고 될 수준과 양이 아니기 때문이죠. 최상위권 아이들이 갖춘 자기주도학습 능력은 능력이라기보다는 습관에 가까워요.



이 습관을 형성하는 시기가 아이의 공부가 시작되는 초등학생 때인데요. 00이처럼 대부분의 아이들이 공부 습관을 길러야 할 초등학교 시절 학원에서부터 공부를 시작해요. 이 첫 단추가 훗날 문제가 된답니다.



'문해력이 제일 중요해요!', '국어는 집을 팔아도 안 된다던데...', '이제 수능에서 과학도 사회도 다 쳐야 한대.'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엄마들은 즉각적으로 반응합니다.



"무슨 학원 보내야 돼?"



하지만 00이의 이야기에서도 알 수 있듯이 학원이 능사가 아니에요. 오히려 학원 주도의 학습은 스스로 공부하는 습관이 아닌, 의존하는 공부 습관이 형성되는 부작용으로 이어질 수 있어요. 00이 어머니는 학원을 믿었어요. 하지만 학원은 00이에 대해 잘 몰랐어요. 그 탓에 00이의 공부 단추는 계속 잘못 꿰어지고 있었던 거죠. 00이 어머니는 단추가 잘못 채워지고 있던 그 시간, 아이의 공부를 직접 들여다보지 않은 것을 몹시 후회하셨어요.




내 아이 공부, 누가 제일 잘 알까요?



아이 학원을 보내지 말라는 이야기는 절대 아니에요. 필요에 따라 학원, 방문 학습지 같은 사교육도 적극 활용해야죠. 엄마가 영어를 하나도 모르는데, 혹은 영어를 가르칠 물리적 여건이 안되는데 엄마표만 붙잡고 있는 것도 문제예요.


핵심은 학원을 가든 안 가든 초등학교 시절 아이의 공부에는 꼭 엄마표가 병행되어야 한다는 것이에요. 여기서 엄마표는 아이의 공부를 직접 가르치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에요. 엄마가 아이의 공부를 관리한다는 의미로 이해하시면 좋을 것 같아요.


엄마가 내 아이의 공부하는 모습을 살피면서 아이의 학습 성향이 어떤지를 파악하고, 학습 습관이 제대로 갖춰지고 있는지를 파악하고, 학원에서 배운 내용이 아이에게 입력되고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답니다.


우리 엄마들 어릴 때 많이 했던 '눈xx, 구x' 같은 방문학습지 한 번 생각해 보세요. 그 시절 우리네 엄마들 방문학습 선생님이 숙제를 관리해 주실 거라 생각하고 맡겨만 두었잖아요. 그 사이 우리들은 눈xx 학습지를 학교 서랍에 놔두고 왔다고 거짓말하고, 놀이터 모래사장에 파묻고, 냉장고 뒤편에 숨겨두지 않았나요?


개인적으로 저는 영어랑 친하지 않아요. 그런 제가 아이에게 영어를 직접 가르치려니 영어를 계속 소홀하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영어는 학원을 보냈어요. 하지만 학원 다녀오면 영어 숙제나 단어 암기가 되었는지 날마다 꼭 확인을 한답니다. 비싼 학원비가 우리 아이 실력이 아닌, 학원 전기세로만 충당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죠.


아이들은 저마다의 공부주머니를 갖고 태어나요. 내 아이의 공부주머니에 대해 제일 잘 아는 사람은 그 공부주머니를 물려준 엄마와 아빠랍니다. 초등시절 아이의 공부를 관리해 주는 엄마표는 아이 맞춤형 공부 습관을 형성해 주고 그 습관은 훗날 아이의 자기주도학습 능력으로 이어질 거예요.


맞아요. 엄마표 힘들어요. 아이 밥 챙겨주기도 버거운데 공부까지 봐주라니 너무 가혹하죠. 하지만 1년만 딱 고생하면 그다음은 훨씬 편할 거예요. 엄마와 함께 만든 아이 스스로 공부하는 습관은 아이의 빠른 독립을 돕고 우리 엄마들에겐 빠른 자유를 배송해 줄거라 믿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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