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송송 Feb 05. 2021

회사 책상 구석은 늘 든든해야 한다

일상의 흔적 128

2월 4일, 햇살 가득한 맑은 날씨. 오늘도 편의점 털러 갑니다.

직장인들의 소소한 행복은 모름지기 든든하게 채워진 간식 박스가 아닐까. 서랍에 가지런하게 채워진 간식을 보는 것만으로도 때론 불같이 화났던 마음도 가라앉히고 흐느적거리며 일하기 싫은 마음도 다잡는다. 직장을 다니며 마음고생하고 스트레스를 받아도 절대 살이 빠지지 않는 이유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간식! 점점 사라져 가는 (쏘 스몰한) 간식 창고를 바라보곤 오늘도 편의점을 털러 떠났다.


지금 회사는 작은 스타트업 회사라 사실 제대로 사무용 가구가 갖춰지진 않았다. 간식을 안 보이게 봉인해둘 개인 서랍도 없고 조용히 몰래 먹기 좋은 파티션도 없다. 마음만 먹으면 앞에 옆에 대각선에 사람이 물을 몇 번이나 먹는지 셀 수 있을 정도의 가까운 거리에 있기 때문에 처음엔 간식 먹는 게 신경 쓰였다. 다행히 옆자리 팀장님이 같은 간식 러버라 우리만의 간식 공용 공간을 만들고 서로의 간식을 열심히 나눠먹고 있다.


아침에 배고프니까 뽀시락, 일하다가 잠깐 쉬려고 뽀시락, 점심이 부족해서 뽀시락, 일하다 당 떨어져서 뽀시락, 그냥 먹고 싶어서 뽀시락, 뽀시락 거리는 이유는 많다. 내가 먹지 않아도 옆에서 뽀시락 거리는 소리에 나도 괜히 기분이 좋아지기도 한다. 무슨 일이 있어도 그냥 달달하고 짭짤한 간식을 한입에 털어 넣고 잊어버리거나 다시 평온한 마음으로 돌아가기도 한다.


이런 우리의 간식 사랑을 헛웃음 치며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친절하게도 우리의 건강을 걱정하고 비만에 대한 아주 다양한 정보를 전해주는 상사가 있지만, 이런 것에 개의치 않는 둘이기에 그저 허허 웃는다. '한번 사는 인생인데 행복하면 그만'이지 우린 더 바랄 거 없이 이렇게 소소한 간식에 즐거움을 느낀다. 책상 한 구석에 가득하고 정갈하게 쌓인 간식 박스, 보기만 해도 흐뭇하다 못해 뿌듯하기까지 하다.


사람의 심리는 묘하다. 간식이 없거나 부족하면 더 배고프고 입이 심심한 것 같고 오히려 간식이 든든하게 채워져 있으면 먹고 싶다는 생각이 덜 든다. 이게 바로 없으면 갖고 싶고 있으면 별로 눈길이 가지 않는 못된 심보일까. (있거나 없거나 늘 간식을 먹긴 하지만) 어떤 이유에서든 가득가득 채워놨을 때 차오르는 만족감에 손이 덜 가는 건 확실하다.


대부분 직장들이 느끼는 팍팍한 직장살이의 서러움, 맨입에 삼키기엔 너무 서러우니 오늘도 편의점을 털러 나간다. 회사 내에 팬트리처럼 간식 창고를 가득하게 쌓아놓고 즐기지는 못하지만 작은 박스에 가지런히 담긴 간식도 나에겐 충분한 만족감과 안정감을 준다. 늘 그렇듯 단짠단짠 황금비율로 과자를 골라 마음껏 쌓아놓고 먹어야겠다.


(편의점을 털러 갈 때 가장 기쁜 순간은 신제품이 출시되어 품평하듯 먹어보는 것인데, 이런 작은 동네 편의점에는 발주를 안넣는 것 같다. 인스타에서 보던 신제품을 아무리 봐도 찾을 수 없으니 매번 먹는 그 간식이 그 간식. 편의점을 털러 와서 아주 살짝 잠시 서러운 순간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