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씩 일상으로 회복하는 중
밥을 잘 챙겨 먹기 시작한 이후로, 나는 조금씩 일상으로 돌아오고 있었다. 아직 완전히 괜찮아진 건 아니었지만, 적어도 내가 나를 돌보려는 마음은 조금씩 생기고 있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조금 더 눈에 보이는 것들을 정리해 보기로 했다.
집, 나의 공간, 내가 편히 마음 둘 수 있는 곳
처음에는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몰랐다. 손을 대면 더 어질러질 것 같았고, 괜히 시작했다가 중간에 멈추거나 더 무기력해질 것 같았다. 그래서 그냥, 눈에 보이는 것 하나부터 치워보기로 했다.
작게는 내 방, 먼저 창문을 활짝 열었다. 쌓여 있던 것들을 하나씩 정리하고, 버려야 할 것들을 골라내고, 구석에 묵어 있던 먼지를 닦아냈다. 별거 아닌 행동들이었지만 이상하게도 그 시간 동안에는 잡생각이 조금씩 사라졌다. 손을 움직이는 동안 마음도 같이 움직이고 있는 느낌이었다.
한동안 미뤄두었던 것들을 하나씩 정리해 나가면서, 내 안에 쌓여 있던 것들도 조금씩 정돈되는 것 같았다. 어쩌면 나는 정리하지 못한 물건들 사이에서 정리되지 못한 감정들과 함께 머물러 있었던 건지도 모른다.
그래서일까. 바닥을 닦고, 쌓인 것들을 비워내고, 쓸데없는 것들을 버려낼수록 이상하게 숨이 조금씩 편해졌다. 공간이 비워질수록 내 안에도 여유가 생겼다. 그건 단순히 집이 깨끗해져서 느끼는 기분이 아니었다.
내가 나를 다시 정리하고 있다는 조용한 감각 같은 것이었다. 하나씩 조금씩 정리를 하다 보면 신기하게도 의욕이 따라왔다. 아무것도 하기 싫던 날에도 하나를 정리하면 다음 하나를 하고 싶어 졌고, 그렇게 조금씩
몸이 먼저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움직임을 따라 마음도 뒤늦게 따라왔다.
그래서 이제는 안다. 마음을 정리하고 싶을 때 굳이 마음부터 붙잡지 않아도 된다는 걸.
밥을 잘 챙겨 먹고, 손을 움직여 집을 정리하고, 쌓여 있던 것들을 비워내다 보면 어느 순간 마음도 그 자리를 따라온다는 걸.
결국 중요한 건 내가 머무는 공간이었다.
그 공간이 좁고 답답하면 내 마음도 그 안에 갇혀 있었고, 그 공간이 조금씩 넓어지면 내 마음도 그만큼 숨을 쉬기 시작했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조금씩 정리한다.
눈에 보이는 것들을 비워내고, 내가 머무는 자리를 가볍게 만드는 일. 그게 내 마음의 공간을 넓히는 일이었고, 결국에는 나를 조금 더 크게 만들어주는 일이었으니까.
이제는 안다. 예전처럼 습관처럼 해내던 정리가 아니라, 나를 위해, 내 안에 쌓인 것들을 하나씩 닦아내는 시간이 나에게는 필요했다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