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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AEK Miyoung Jul 19. 2015

단편 <너무 소중했던, 당신> 작업기_#07

프롤로그. 그리고 음악, 음악, 음악

2011년 5월


 해가 바뀌고 겨울을 지나 어느새 봄의 기운도 차차 사라지려 할 무렵.


 유럽의 섬머타임이 시작되면서 낮의 길이가 길어졌다. 밤 10시가 넘어야지만 차츰 어둠이 내려앉는 도시. 그 전까지는 밤 9시가 넘는 시간일지라도 날이 쨍-하게 눈이 부셨다. 변하지 않을 듯 버티던 파란 하늘이 각양 각색의 빛을 뿜어내다가 어둠이라는 종착지로 향해가던 이 시기는, 일몰을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하나의 큰 즐거움이 된다. 이 덕분에 비록 북향이라 늘상 빛에 굶주리긴 했지만 그래도 큰 창이 나있는 집에 산다는 걸 감사히 여기며 지낼 수 있었다.

2011월 5월 12일. 오후 9시 54분
2011년 5월14일. 오후 7시 9분

 이무렵 <너무 소중했던, 당신>의 프롤로그 영상 작업이  마무리되어가고 있었다.


 아일랜드에 다녀온 후 몇 개의 씬이 추가되거나 다듬어졌다. 기본적인 이야기의 세계관이 소개되고 짤막하게 캐릭터들도 등장하는 영상. 애니메이션의 앞머리에 붙는 프롤로그라고 해도 근 5분에 가까운 러닝타임을 가진다. 그냥 이걸로 손 털고 끝이라 선언해도 크게 무리 없을 작업량 이었다.(사실 몇 차례 여기서 stop을 외치고 싶었던 적도 많았다.) 

 각 씬별로 초벌 편집을 했지만 전체 흐름을 보면서 최종 편집을 해야 했다. 

 이곳에 설명하기 힘든 ;ㅓㅁㄴ암러디멂ㄷ럼ㄷ;ㄹ;ㅁㅜㅑㅑ;'와 같은 과정의 편집이 끝난 후 이 영상을 위한 사운드 작업을 해야 했다.  

책과 라디오와 우산이 함께 날아가는 씬. 욕심냈지만 욕심낸 만큼은 못 나온 것 같아 아쉽다.
데굴데굴 토끼 "나도 같이가~!!!!"


애니메이션을 만드는데 있어 사운드 작업은 정말 정말 중요한 요소다.

아무리 영상 자체가 잘 만들어졌다고 해도 사람들의 귀를 충족시키지 못 한다면 영상이 끝날 때까지 관객의 시선을 잡아둘 수 없다. 특히 실사 영화와는 다르게 음향과 음악 모두 100퍼센트 창작해야 하는 애니메이션의 사운드 작업은 정말 감각 있는 사운드 감독을 절실히 필요로 하게 된다.


 유학을 하면서 누군가의 재능에 감탄했던 적이 딱 두 번 있었다.

 한 명은 인턴 때 만난 스웨덴 아가씨 Sofia, 다른 한 명이 바로 <너무 소중했던, 당신>의 사운드를 디자인해준 Timothee 라는 친구다.

 이 친구는 내가 다닌 학교의 졸업생이자 프리랜서 애니메이터&작곡가로, 내 영상을 본 학교 측에서 소개하여준 친구였다.(아마 서로 작업 성향이 맞을 거라 판단했던 것 같다.) 

 

 학교에서 연락처를 받은 후 약속을 정하고 만나 긴  말없이 프롤로그 영상의 파일을 넘겼다. 그저 맘 가는 대로 작업해달라는 얘기만 했을 뿐이다.

 

 그로부터 한 달이 지나 Tim을 다시 만났다. 

 Tim의 손에는 음악이라는 옷을 입은 <너.소.당>의 영상 파일이 들려있었다. 짧지 않은 음악 작업이기에 몇 번의 리테이크(수정 및  재작업)를 예상했지만 함께 영상을 보고 그 자리에서 난 OK를 외쳤다. 더 손볼 필요 없는 영상에 꼭 맞는.. 그런 음악이었다.



프롤로그 영상: https://www.youtube.com/watch?v=tghXdulOxsQ

<너무 소중했던, 당신> 프롤로그 동영상

 Tim은 애니메이션을 전공했지만 음악이 좋아 홀로 2년가량 독학을 했다고 한다. 그 덕에 이젠 현대 음악에서 바로크 음악까지 자유롭게 넘나들 수 있게 됐노라 자신 있게 얘기하던 모습이 기억난다. 음악을 작곡하는  것뿐만 아니라 손수 자신에게 꼭 맞는 악기를 만들기도 했다. 원래 전공이 영상이기 때문에 애니메이션을 만들고 영상의 흐름을 읽는 감각도 탁월했다. 실제로 내가 학교에서 봤던 졸업생들 작품 중, Tim이 작업한 영상을 가장 흥미롭게 보기도 했다. 무언가 스스로 배우고 공부해서 자신 있게 '할 수 있다' 얘기하는 그 모습에서 강한 아우라를 느꼈다. 어찌 보면 참 어려운 일이 아닌가. 그의 당당함과 그 밑바탕에 깔린 Tim의 실력이 부러웠다.


이 친구의 블로그: http://sylviepouetpouet.over-blog.fr/ 


  약 2년이 지나 <너무 소중했던, 당신>의 전체 영상이 완성된 후, Tim에게 영상의 음향&음악 감독을 다시 부탁하게 된다. 그건 아직 나중의 일.


 어쨌든 이 이후로 사운드 작업의 중요성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게 됨과 동시에 음악 작업에 대한 기대치가 한껏 올라갔다. 덕분에 몇몇 음악 감독들을 닦달한 일도 몇 번 있었더랬다.


  6월 말 학교에서는 졸업 PT가 다가오고 있었고, 나는 이 이후의 거처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해봐야 할 시기를 맞이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사이 짧은 필름을도 하나 만들게 된다. 그건 다음 #8에서 다룰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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