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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AEK Miyoung Jul 29. 2015

단편 <너무 소중했던, 당신> 작업기_#09

새 작업실 입주

2011년 10월 가을


La maison des auteurs(작가의 집)에 첫 발을 내디뎠다.

계절은 여름을 지나 어느새 가을.


 앞으로 2년간 작업실로 쓸 아뜰리에는 생각보다 제법 큰 공간이었다.(올레!!) 이곳의 반은 이미 이탈리아에서 온 애니메이션 작가 Elena가 사용하고 있었다.

창가쪽이 엘레나의 자리. 나는 그녀의 완편 책상과 컴퓨터를 쓴다.
책상 뒤편에 있는 또 다른 작업 공간.
아뜰리에 창을 통해 바라본 풍경. 넓은 풍경에 가슴이 탁 트이기도 했지만 종종 산이 있는 풍경이 그립기도 했다.


처음 한달가량은 이곳에서 작업하는 게 영 어색했다. 게다가 한국에서 여름을 나는 3개월간 너.소.당의 작업을 잠시 놓았었기 때문에 다시 연필을 쥐고 작업에 뛰어들기까지 마음을 다잡아야 했다. 


 작업실엔 기본적으로 컴퓨터와 소프트웨어, 그리고 라이트박스 같은 애니메이션 작업을 위한 기본 도구들이 구비되어 있었지만 나처럼 핸드드로잉 애니메이션 작업자를 위한 '라인 테스트'기기는 설비되어 있지 않았다.


 라인 테스트란, 러프 하게 그린 애니메이팅 이미지를 사진화한 후, 그들이 내가 원하는 대로 잘 움직이는지 영상으로 확인하는 작업 과정을 말한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캐릭터의 애니메이팅이 완성되면 다시 깨끗하게 그림을 정리한 후, 그를 스캔받아 최종 영상에 쓰는 것이다.


 사실 스캐너도 있으니 저해상도로 스캔받아 라인 테스트를 해볼 수도 있다. 그러나 그건 시간이 너무 많이 소요됐다.(안 해본 게 아니다) 여러 번 확인&수정을 반복하는 이 과정은 무엇보다 속도감 있고 간결하게 처리되야만 한다. 그래서 이를 도와줄 기기가 절실하게 필요했다. 


몇몇 애니메이션 용품을 파는 곳에서 이를 위한 기기를 팔기도 하지만 대부분 얼토당토않게 비싸서 자체적으로 제작해서 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나 역시 머리를 굴려 자체 제작에 나섰다.


밑판으로 쓸 나무는 가구 용품점에서 직접 맞춰오고 가구용 조립품을 이어 붙여서 지지대를 만들었다. 촬영 기기는 화상용 웹캠으로 대체했다.

짠~

좀 엉성하긴 했지만 저것으로 2년을 잘 버텼다. 유학 정리하면서 가지고 올 수가 없어 처분하고 왔는데 한국에 와서 다시 제작하려니 저만큼(?) 잘 안 만들어진다..ㅠㅠ 아아...


본격적으로 이곳에서 작업하기에 앞서, 이곳 '작가의 집'은 첫 입주 작가에게 엽서를 제작해준다고 했다. 나는 포스터나 엽서, 카드, 책 같은 인쇄물을 참 좋아한다. 아마 화면으로만 존재하는 영상을 다루다 보니 직접 손으로 만질 수 있는 종이 매체에 더 애착을 느끼는 건지도 모르겠다. 이 요청을 받은 후 엽서를 위한 이미지를 아주 신나게 그렸다.

1.구도를 잡고 이미지를 러프하게 그린다.
2.그림을 정리하고 구체화시킨다.
3.깨끗하게 선을 정리한다.
4.내 그림의 개성이 드러나도록 연필로 음영을 표현한다.
5. 완성!

두어 달 후 엽서를 받았다. 두툼한 묶음으로 받았을때의 그 든든함이란!! 대략 300장 정도 되려나..

와 많다...
엽서의 앞,뒷면.


이제 명함(?)도 만들었고 본격적으로 새 공간에서  작업할 준비가 끝이 났다. 

이후 2013년 3월까지, 이곳에서 <너무 소중했던, 당신>의 작업은 계속된다.

쭈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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