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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AEK Miyoung Aug 01. 2015

단편 <너무 소중했던, 당신> 작업기_#10

캐릭터 애니메이팅

오오 드디어 이 얘기를 할 수 있는 때가 왔군.

이 애니메이션을 만들면서 가장 즐겁고 재미있게 작업했던, 하지만 그 때문에 (너무도)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했던 바로바로바로~~~~


캐릭터 애니메이팅!!


꺄아♡

(혼자 씐남)


<너무 소중했던, 당신>에는 여러 종류의 사물과 엑스트라 캐릭터가 등장하지만 주요 캐릭터는 바로,

'동자'와 두 마리의 '토끼들'이다.

 특히나 애니메이팅에 공을 들인 캐릭터가 바로 저 두 마리의 토끼 캐릭터다. 동자 역시 이들과 함께 등장하는 비중 있는 역할이긴 하지만 어떤 캐릭터적 '성격'과 '감정 상태'를 보여주는 캐릭터는 전체 애니메이션을 통틀어 저 둘 뿐이다. 나는 이 캐릭터들이 그저 이 영상에 '등장'하는 것으로 끝나는 게 아닌 살아 숨 쉬는 생명체로 느껴지게끔 빚어내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애니메이팅을 통한 풍부한 움직임을 캐릭터에 부여해야 했다. 비록 그것이 덧없는 욕심에 지나지 않는다고 할 지라도 말이다. 


 나는 동물이 참 좋다. 말랑말랑 폭신폭신한 그네들의 느낌도 좋고 별 꿍꿍이 없는 그들의 순수한 영혼 또한 사랑스럽다.(물론 야생의 잔인함이 존재하기도 하지만 그것은 그저 '자연'의 속성이다.) 그런 취향탓에 내 애니메이션에는 사람보다는 동물의 비중이 훨-씬 높다.


 이런 개인적인 취향까지 반영되면서 이 둘을 애니메이션 속에 뛰어들게 만드는 작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우선은 씬 안에서 캐릭터가 어떤 의도를 가지고 어떻게 움직여야 할지 생각한다.

캐릭터를 그냥 기계적으로 이쪽에서 저쪽으로 움직이게 하는 것이 아니라, 캐릭터의 성격이나 애니메이션적 재미를 어떤 방법으로 보여줄지도 함께 생각하면서 동선을 만든다. 여럿이 함께 등장하는 씬에서는 이들 동작의 합을 고려하면서 동선을 구상한다. 

생각.....또 생각................


이렇게 머리를 쥐어짜는 과정을 마치면- 이제 상쾌하게 머리를 비우고 신나는 음악이나 재밌는 TV 영상을 틀고 책상 앞에 앉는다.


그리고 그림을 그린다.

또 그린다.

계속 그린다.

아직 모든 그림을 깨끗하게 그리지는 않고, 지저분하더라도 캐릭터의 실루엣은 잘 보이게끔 그린다.

적게는 10초 내의 짧은 움직임을 만드는 경우도 있지만 길게는 몇 십 초 분량의 캐릭터 애니메이팅을 만들기도 한다. 그렇게 하다 보면 몇 백장의 작화지를 사용하게 되는 건 일상다반사.


그러다 보면,

이 정도의 작화지가 금새 쓰여진다.
나는야 작화지 사냥꾼.(미안해 나무야)

 이렇게 클립으로 작화지를 묶어둔 건 애니메이팅별로 분류하기 쉽게 하기 위해서다.  

사용한 작화지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자 이를 관리하고 분류하기가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었다. 잔뜩 쌓인 작화지 사이 사이에 작은 종이를 끼워둬 보기도 하고 종이들을 애니메이팅별로 어슷하게 놓아 구분해 보기도 했지만 결국 휴대하기 좋고 관리하기에도 편한 '클립으로 묶어두기'를 최종적인 방법으로 쓰게 됐다.


 그려진 이미지들은 라인 테스트를 통해 움직임을 확인한다. 움직임이 매끄럽지 않거나 원하는 방향대로 그림이 나오지 않을 때는, 원하는 그림이 나올 때까지 이 과정을 반복한다.


라인 테스트가  끝나면 러프 하게 그린 그림들을 깨끗하게 다듬거나, 다시 그려서 정비하는 '클린업' 과정을 거친다. 


아래는 비눗방울을 만드는 토끼의 라인 테스트 영상과 클린업 작업을 거친 최종 결과물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KNS9KfNGZXE

그 외에 토끼 애니메이팅 몇 개를 모아보았다.

https://www.youtube.com/watch?v=vPgrcBNB2so


  이들이 영상 속에서 뛰고 구르고 서로 소통하게끔 만드는 작업은, 2년이 넘는 과정 속에서 나름의 즐거움이었고 보람있는 순간이었다. 매 씬을 넘길때마다 일정은 어떻게 조율할지, 카메라의 앵글은 어떻게 구성해야 좋을지, 이야기 전달은 원활한지.. 여러 과정을 한꺼번에 머릿속에 집어넣고 버무리는 과정은, 물론 의미 있었지만, 뇌까지 같이 버무려질때도 많았다.(ㅎㅎㅎ) 그 때문에 뇌를 잠시 OFF상태로 꺼두고 싶을 만큼 생각 위에 또 다른 생각을 끼얹는다는건 고된 일이었다. 그러나 애니메이팅을 할 때만은 오롯이 이들의 움직임에만 초점을 맞춘 채 복잡한 생각은 잠시 내려둘 수 있어 좋았다. 손끝에 쥔 연필이 왔다 갔다 할 때마다 거짓말처럼 캐릭터에 생동감이 일었다. 지켜보는 이는 없었지만 홀로 환호하고 설레 했다. 위안이 됐던 조그맣던 그 시간들.

  하지만 이 때문에 작업 시간이 생각보다 지체되고 있었다. 여기에 너무 심취한 것 아니냐는 걱정 어린 조언을 들을 때도 있었다. 스스로 낸 욕심을 손에 꼭 쥔 채, 나 역시 불안하긴 마찬가지였다. 어쩌면 지인의 조언이 구구절절 옳은 일일지도 모를 일이었다. 이것이 애니메이션 전체에 그리 큰 영향을 주지 않을 수도 있고, 정작 이 때문에 다른 작업의 일부가 소홀해졌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 생각해보니 그렇다.


실은 이 가상의 생명체들을 나 스스로  절실하게 필요로 했던 거라고.

내 손끝에서 태어난 종이 위의 캐릭터일 뿐이지만 이들을-. 

해가 뜨면 내가 제일 처음 만나는 '얼굴'이었고, 잠들기 전까지 마주하다 잠든 후에도 생각나는 '애인'이었고,

홀로 걸어가는 긴긴 여행길을  함께하는 벗이자 동료였었다. 


그때는 이 과정에 왜 저렇게 집착했을까 스스로도 이해가지 않을 때도 참 많았는데.. 지나고 보니 '그랬었나 보구나'라고 고개를 끄덕이게 됐다. 




 글을 쓰려고 작업 파일들을 살펴보니 라인 테스트를 했던 영상이나 중간 과정을 담은 사진이 그리 많이 남아있지 않다. 늘 남겨야지, 사진말곤 남는게 없으니 반드시 남겨야지 하면서 막상 그 상황이 되면 모두 pass해 버리는 이 우매한 인간이여!! ㅠ_ㅠ..아아.



 여기 <너.소.당>에는 토끼 말고도 깨알같이 등장하는 고양이 캐릭터가 있다.(주변엔 토끼보다 이 고양이의 인기가 훨씬 많다. ... 왜죠..? 토깽이들 그리느라 그리 애를 먹었는데ㅠㅠ?)  


...

사실 나는 고양이 더쿠더쿠다. 냐옹이들.. 스릉흔드..더럽♡..(이유는 결국 이것인가)

https://www.youtube.com/watch?v=ltzpwfpTyAU




 *브런치에 영상을 올리려 할 때마다 에러가 나서 몇 번이나 썼던 글을 날렸다.

브런치 나한테 왜 이래요?


결국 해당 동영상을 유튜브 채널에 올린 후, 그 링크를 가져오는 것으로 동영상 문제를 해결.




다음엔 지하세계 이외에 인간세계(?)배경 작업에 관한 이야기를 할 예정이다. 이 작업 역시 크리스마스-새해 씨즌에 작업한 터라 이야기의 분위기에 꿀꿀함이 터질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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