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BAEK Miyoung Aug 09. 2015

단편 <너무 소중했던, 당신> 작업기_#11

그 여자의 집_배경 작업

2011년 12월-1월


바야흐로 또 다시 연말.

지구는 착실하게 돌아 이 계절을 다시 가지고 왔다.

La maison des auteurs(작가의 집) 건물도 크리스마스 연휴로 인해 텅텅 비어 활기를 잃었다. 다행히 연휴 상관없이 작업실에 드나들 수 있는 열쇠가 있어 작업에 지장이 없긴 했지만 한산해진 거리와 더불어 사람이 없는 작업실은 왠지 모를 울적함을 가중시켰다.


....이렇게 울적해질 때는 역시.


작업이지 뭐. 별거 있나. 


자.


둘이 나눠 쓰던 넓은 아뜰리에를 보름 넘게 독차지할 수 있게 됐으니 뭔가 큼직 큼직하게 움직여 일해야 하는 부분을 처리하기로 했다.

그리하여 착수하게 된 작업은 이름하야 '그 여자의 집' 배경 작업.

사람, 그리고 고양이가 등장하는 요기 요! 배경

토끼와 동자가 사는 지하세계의 배경은 매 씬별 배경들을 새로 작업해야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선 캐릭터->후 배경 작업을 했기 때문이기도 했고, 주 배경의 컬러나 형태가 단순하기 때문에 다양한 레이아웃을 통해 재미를 가미시키고 싶기 때문이기도 했다. 어떻게 보면 프리 프로덕션이 탄탄하지 못했던 초창기 작업에서의 폐해였을 수도 있다는 것 역시 얘기해두고 싶다. 어쨌든 이 덕분에 배경을 구상하고 이미지화 하는데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소요됐다.


반면 비교적 후반부에 작업을 시작한 '지상 세계의 배경'은 미리 그려두고 그에 맞춰 레이아웃을 구성하기로 한다. 이는 자칫 카메라나 화면의 단조로움을 유발할 수 있다는 부담이 있긴 했지만 작업 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는 좋은 방법이었다. 

작업시간....고놈의 작업시간..


긴 고민 없이 작업에 돌입했다.

몇 개 안 되는 배경으로 다양한 화면을 연출할 방법은 뭘까 고민하다가, 일단은 정말 무식하게 배경을 크---게 그리기로 한다. 이게 옳았던 방법일까 지금도 판단이 안 선다;

배경 초기 구상 이미지. 큰 종이가 없어 작화지를 이어 붙였다. 거의 2절 사이즈 정도의 그림.

크게 그림으로써 작은 부분까지 세밀하게 만들어 놓으면, 배경의 모든 부분을 레이아웃에 이용하기 좋을 것이라는 계산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는 생각이 들지만.. 우선의 목표는 크리스마스-새해 시즌 동안 5개의 주요 배경과 3개의 소형 배경을 완료하기로 한다. 다행히 아뜰리에에 저런 큰 이미지를 그리기에 충분한 크기의 라이트 테이블이 있었고, 보통때는 나눠쓰던 걸 이 기간엔 나 혼자 온전히 쓸 수 있으니 이 작업을 하기 더 없이 좋은 기회였다.


크리스마스 캐롤을 들으며 작업 작업(아..왜 눙물이 나지..?)


 

 첫째로, 배경의 주요 건물과 소품 등이 정해지면 애니메이션에 등장할 레이아웃을 고려하며 카메라의 위치를 정한다. 아직은 러프한 느낌의 그림. 

2/3각도 그리고 측면 각도로 봤을때의 배경.

둘째, 보다 구체화 한 밑그림을 그린다. 

 아래는 주요 배경A~배경E의 밑그림이다. 그림의 크기 때문에 A3 사이즈 스캐너로 상.하.좌.우 4파트로 스캔한 뒤, 컴퓨터로 합성을 했다. 나중에 여기 등장하는 모든 크고 작은 요소를 따로 그려 이 밑그림을 바탕으로 합성할 것이기 때문에 매우 중요한 작업과정이었다. 

배경A
배경B
배경C
배경D
배경E

셋째, 배경에 등장하는 모든 요소들을 각자 분리해 이미지로 구체화한다.

이때 필요한 게 거대 라이트 테이블! 2절 크기의 밑그림을 테이블 위에 올리고 그 위에 새 종이를 얹어 요소들을 하나씩 따로 떼어 그린다. 짧은 기간 내에 집중적으로 이 작업만 하다 보니 나중에는 라이트 테이블이 너무 눈부셔 눈물이 다 날 지경이었다. 라이트박스가 크다고 무조건 좋은 건 아니구나 새삼 느꼈다.(그래도 그땐 그림 크기 때문에 꼭 필요하긴 했다.)


 아래는 각각 분리해서 그린 배경A의 소스들과, 밑그림을 바탕으로 이들을 합성해서 만든 배경 A의 온전한 모습을 예로 준비해봤다.(흣흣)

위:소스들을 합성해서 만든 배경A. / 아래: 배경A에 등장하는 소스들.

이런 식으로 다른 배경들(B~E)의 작업도 이뤄졌다.

배경B
배경C
배경D
배경E

이렇게 복잡하게 작업한 이유는,

첫째로 한정된 배경 내에서 보다 레이아웃의 사용 폭을 넓히기 위해서,

둘째로 영상 편집의 용이함을 위해서였다.


...라고는 해도 결국은, 내 기술이 부족해서 일이 많아진 탓이 제일 크다. 

 

 다행히 2주 반 정도의 기간 동안 목표로 했던 작업의 대부분을 끝낼 수 있었다. 번민은 사람을 역동적으로 움직이게 만든다는걸 또 한번 배웠다. 다만 컬러 작업은 시간상 나중으로 미뤄야 했다. 우선은 이렇게 작업된 배경을 기본으로 각 씬의 레이아웃을 전체적으로 검토해볼 수 있게 됐다. 

 

이런 식으로.
또는 요런 식으로- 인물의 행동과 스토리에 어울리는 레이아웃을 정한다.


나중에 동자&토끼와 관련된 씬이 모두 끝나고 나서야 배경A~E의 컬러작업에 들어갈 수 있었다. 

밑그림은 다 핸드드로잉으로 그렸지만, 컬러는 디지털 작업으로 대부분을 해결했다. 

배경A_컬러
배경B_컬러
배경C_컬러
배경D_컬러
배경E_컬러


  장면을 만들면서 이 외에도 다른 배경 작업을 조금씩 추가하긴 했지만, 대부분은 저 배경들을 바탕으로 화면을 구성했다. 관심있는 분들은 애니메이션을 보며 이 배경이 어떻게 쓰였는지 찾아보는 것도 재밌을 것이다.(과연..?)


 이번 편은 글을 쓰는 것 보다, 자료를 정리하는 게 훨씬 힘들었다. 자료가 많은데 한데 모여있지 않고 여기 저기 흩어져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이를 정리하고 다듬는 것도 꽤나 오래 걸렸다. 게다가 이 배경 이미지들이 원체 커서 일단 사이즈 줄이는 것도 일이었다. 



다음은 또 어떤 부분을 얘기할지는 아직 고민 중 ;)

슬~작업기의 끝이 보이는  듯하다 :D 

 

 

이전 12화 단편 <너무 소중했던, 당신> 작업기_#10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