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의 미래와 상상] 00 여는 글
아침에 눈을 뜨면 스마트폰 알람이 울린다. 세면대 앞에서 칫솔질을 하며 방수 스피커로 뉴스를 듣는다. 출근길 지하철에서는 무선 이어폰을 끼고 유튜브 영상을 본다. 사무실에 도착하면 컴퓨터를 켜고, 점심시간에는 배달 앱으로 음식을 주문한다. 저녁에는 넷플릭스 알고리즘이 추천한 드라마를 보다가 잠이 든다. 이것이 2020년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일상이다.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우리는 과학기술과 함께 살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과학기술 속에서 살고 있는 것일까? 과학기술은 우리 삶을 편리하게 만드는 도구일까, 아니면 우리 존재 방식 자체를 규정하는 환경일까? 에세이 《과학기술의 미래와 상상》은 바로 그 질문에서 시작되었다.
이 에세이의 본 글은13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 장은 독립적으로 읽을 수 있지만, 하나의 큰 주제로 연결되어 있다. "과학기술은 무엇이며, 과학기술과 사회는 어떻게 얽혀 있으며, 우리는 어떤 미래를 만들어가야 하는가?" 과학기술이 던지는 철학, 사회, 문화의 질문들이다.
1장에서는 과학이란 무엇인지, 과학자는 누구인지 묻는다. 2장에서는 과학적 합리성의 기준을 한의학 논쟁을 통해 살펴본다. 3장은 기술의 본질과 사회와의 관계를 탐구한다. 4장은 전염병의 역사를 통해 과학기술과 사회시스템의 관계를 조명한다. 5장은 에너지 전환이 단순한 연료 교체가 아니라 시스템 전환임을 보여준다.
6장에서는 감시 기술이 만드는 파놉티콘 사회를 분석한다. 7장은 가상현실이 진짜 현실인지 묻는 철학적 질문을 던진다. 8장과 9장에서는 과학기술과 예술의 만남을 통해 창조의 새로운 가능성을 본다. 10장과 11장은 사이보그와 포스트휴먼 시대의 존재론을 다룬다. 12장에서는 AGI 시대의 디지털시민성을 논한다. 12장은 과학기술과 종교의 새로운 관계를 모색한다.
《과학기술의 미래와 상상》은 명쾌한 답을 제시하지 않는다. 오히려 더 많은 질문을 남길 것이다. 그것으로 충분하다. 아니, 그것이 바로 이 에세이의 목적이다. 질문은 사유의 시작이고, 대화의 초대이며, 변화의 씨앗이다. 소크라테스가 아테네 광장에서 그랬듯, 질문은 우리를 깨어있게 만든다. 당신이 여러 편의 글들을 읽으며 품게 될 질문들이, 당신의 일상에서, 당신의 공동체에서, 작은 변화를 만들어내길 바란다.
과학기술의 미래는 실험실이나 연구소에서만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것은 우리 모두의 일상에서, 작은 선택과 실천 속에서 만들어진다. 스마트폰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 개인정보를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 새로운 기술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이 모든 일상적 결정들이 모여 우리의 미래를 형성한다. 미래는 정해져 있지 않다. 미래는 상상하는 자, 질문하는 자, 그리고 함께 만들어가는 자의 것이다.
2025년 가을 어느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