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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영웅 Mar 21. 2019

브랜딩, 선택 받을 이유를 발굴하는 것

How to make lovemarks

당신은 Number one과 Only one 중에 무엇을 더 선호하는가? 만약 당신이 기업에서 최종의사결정권을 가진 사람이라면 말이다. 이 선택은 어디까지나 개인의 취향과 성향의 문제이지 따로 정답이 있는 문제는 아니니, 본인의 생각을 먼저 정리한 후 나의 선택과 비교해 가며 내려가면 재미있을 것이다.


마케터로서의 지향점

Number one과 Only one 중 하나만 선택하라는 이 질문에는 사실 차별화에 대한 오랜 고민이 담겨 있다. 마케터로서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전에 어느 방향으로 이끌어 갈 것인지를 결정하는 중심축 같은 문제다. 그때마다 나는 늘 후자를 선택했다. 그리고 이는 마케터로서의 내 지향점이기도 하다.


얼핏 떠올렸을 때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이는 이 둘은 보는 관점에 따라 전혀 다른 방향성을 지닌다. 우선 Number one은 수많은 경쟁자들과의 경쟁에서 승리한 위너다. 흔히 매출 1위, 이용자수 1위, 선호도 1위, 지지율 1위 등으로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의 노력과 성공은 박수 받아 마땅하다. 대충해서 1위를 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반면 Only one으로 인정받은 기업은 비록 지금은 Number one이 아닐 수도 있지만 사람들에게 자신의 존재 가치를 인정받은 대체 불가한 존재라고 볼 수 있다. 그 존재 가치는 역설적으로 그들이 사라졌을 때 더 크게 다가온다. 그러므로 그들은 언제든 Number one으로 갈 수 있는 지름길을 알고 있는 것과 다름없다. 단, 경우에 따라 Only one은 슬프게도 경쟁자가 아예 없는 상황이거나 경쟁자들이 가는 방향과 전혀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는 경우일 수도 있다.


얼핏 봐도 Number one이 더 굳건해 보이고 안정적으로 느껴진다. 게다가 여유도 있어 보인다. 그럼에도 내가 Only one을 더 선호하는 이유는 ‘양적 규모’보다 ‘존재감’에 더 많은 가중치를 부여하기 때문이다. 사실 마케터에게 있어 양적 규모와 존재감 모두 무시할 수 없는 요소인 동시에 마케터라면 추구해야 할 것들이지만 무엇을 우선시하는가에 따라 일하는 방식이나 결과는 확연하게 달라질 수 있다. 앞서도 말했다시피 이는 우선순위의 문제지 옳고 그름의 문제는 아니다.


양적 규모보다 존재감을 더 중요시


How to make lovemarks

내가 양적 규모보다 존재감을 더 우선시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반짝 흥행으로 치고 빠지는 브랜드가 아닌, 긴 시간 사람들에게 회자되는 이른바 지속성과 생명력을 가진 브랜드를 만들고 싶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항상 염두에 두는 개념이 바로 ‘러브마크(lovemarks)’이다. 정말이지 애정결핍 마케터에게 딱 맞는 화두 아닌가? 


러브마크는 영국의 광고대행사인 사치&사치의 CEO인 케빈 로버츠의 저서 《러브마크: 브랜드의 미래》(Lovemarks: The Future Beyond Brands, 2005)에 나오는 개념으로, 주니어 시절 여기에서 언급하는 내용들을 바탕으로 상황에 따라 구체적인 실행방안을 체크리스트로 만들어 이를 실무에 진행하기도 했다. 땡큐 케빈! (보다 구체적인 방법론이 궁금한 이들은 직접 그의 책을 찾아보기를 권한다.)


그렇다면 이 책에서 그가 말하는 이 알쏭달쏭 비슷하면서도 다른, '브랜드'와 '러브마크'는 과연 어떻게 다를까? 그 차이를 이해하기 쉽게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브랜드는 기업이 만들지만
러브마크는 소비자가 만든다


풀이하자면 소비자의 마음에 들기 위해서는 이성이 아닌 감성이 작용하는 영역에서 시작하란 뜻이다. 머리 말고 가슴을 공략하라는 이야기 되겠다. 일반적으로 브랜드 전략을 수립할 때 마케터들은 대부분 인간의 이성적인 요소들을 중심으로 고려해서 진행한다. 사람의 머리를 공략하는 것이다. 그에 반해 러브마크를 위해서는 말 그대로 사랑과 같은 감성적 요소들을 고려해야 한다. 정보보다는 관계를 중요시하고, 품질에 대한 약속보다는 감각의 교감을 위해, 설명하기보다는 이야기를 만들어 가야 한다. 사실 이런 이야기들은 듣는 이에 따라서는 케빈 로버츠의 주장이 나이브한 접근으로 보일 수 있다.


감성이 이성을 설득한다

그러나 따져보면 꼭 그런 것만도 아니다. 일반적으로 광고물에는 사람을 설득시키는 요소들이 잔뜩 포함되어 있는데, 흔히 우리는 이러한 자극을 받아들일 때 인간은 스스로 이성적으로 판단한다고 생각착각하는 경향이 있다. 광고물이 우리의 이성을 직접 자극하는 것이라 생각하지만 사실 그들은 우리의 감성을 먼저 건드린다. 그리고 그 자극된 감성이 다시 이성을 설득한다. 정확히 말해서 합리화시킨다. 쉽게 말해서 우리는 우리도 모르는 사이 이성적인 판단을 내리고 있다고 착각한다는 말이다. 이는 연애와 비슷하다.


자, 우리가 연애할 때 한번쯤은 겪게 되는 상황을 떠올려보자. 어느 날 연인이 기대에 찬 얼굴로 당신에게 묻는다.


“자기는 내가 왜 좋아?”


순간 자신도 모르게 당황하는 당신은 말을 더듬고 만다.


“음… 나는 말야… 그러니까…”


선뜻 할 말이 떠오르지 않는다. 본능적으로 위기의식을 느낀 당신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급히 말을 잇는다.


“그러니까 말야. 내가 자기를 좋아하는 이유는… 일단 자기는 우선 착하고 남을 배려할 줄 알고 그리고… 음…”


그러나 이미 당신의 연인은 당신의 이야기를 더 이상 듣고 있지 않다. 그리고 이내 어색하고 차가운 공기만이 두 사람 사이를 흐른다...


어떤가? 뭔가 익숙하지 않은가?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는, 그리고 답답한 포인트는 당신이 즉답을 못했다고 해서 연인을 사랑하지 않는 것은 아니라는 거다. 마음이 부족하지도 않다. 억울한 거 다 안다.


그럼 대체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걸까? 대답이 늦어지는 이유는 우리가 연인을 사랑하는 이유(감성 영역)를 설명 또는 설득하기 위해 구체적인 언어(이성 영역)로 뽑아내는 데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특별히 구체적인 이유가 있어서 연인을 사랑하는 게 아니라 사랑하기 때문에 이유가 있는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다. 억울한 일을 당한 적이 있다면 얼른 이 글을 당신의 연인에게 보여주자…


창의적인 사람과 발굴하는 사람

이제 어느 정도 러브마크에 대한 개념이 잡혔다면 다음으로 러브마크는 어떻게 해야 만들 수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 주위에 흔히 러브마크를 잘 찍는 이들의 공통점을 살펴보면 번뜩이는 생각을 내뿜는 창의적인 사람보다는 꾸준히 아이디어를 발굴하는 사람이 ‘더 좋은’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경우가 많았다.


발굴하는 사람과 창의적인 사람이라… ‘관습적’으로 테크닉을 앞세워 브랜드를 선택하게 할 이유를 찾다보면 처음엔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결국 들통나고 만다. 초반에 반짝하지만 롱런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미 많은 연구에서 증명된 것 중에, 매력적인 크리에이티브를 가진 광고의 경우 광고 태도(attitude toward advertisement)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지만, 브랜드 태도(attitude toward brand)나 구매 의도(purchase intention) 형성에는 실패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는 제품이나 브랜드의 실제 가치와 광고 메시지 간의 거리가 멀 때 흔히 생긴다. 테크닉을 앞세운 영혼 없는 ‘좋은 말 대잔치’는 들통나기 십상이다. 이렇게 되지 않기 위해서는 나의 제품, 서비스, 브랜드 안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 잘 먹히는, 유명한, 세련된 무엇을 가져오는 게 아니라 내가 가진 것에서 끄집어내야 한다. 


이와 관련해 모기업의 기업 브랜딩 광고를 ‘안타까운 예시’로 항상 꼽는다. 다들 한번쯤은 봤을 것이다. 사람이 미래라고 외치는 가슴 훈훈한 슬로건과 함께 평화로운 배경과 음악, 부드러운 성우의 음성, 엄친아/엄친딸 같은 모델들이 조화를 이루며 시리즈로 제작될 정도로 호평을 받았다. 상도 많이 받았다. 그러나 그 기업의 주력 계열사가 신입사원까지 희망퇴직 대상에 포함시킨 사실이 밝혀지면서 광고는 비웃음거리가 되어버렸다. 좋은 말 대잔치를 했지만 도리어 “사람이 기계다”, “명퇴가 미래다” 등과 같은 씁쓸한 패러디만 남겼다. 이 경우는 러브마크를 찍으려고 인주까지 묻혔는데… 아오… 진짜 거의 다 왔는데… 결국 실패하고 만 경우다. 광고 캠페인은 좋았지만 실제 기업이 이러한 가치를 빛내주지 못했다. 이것만 봐도 기업이나 브랜드의 실상과 거리가 먼 크리에이티브만으로는 러브마크를 찍기 힘들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러브마크는 발굴하는 것

이 광고를 기획하고 제작한 부서와 에이전시는 억울할 수도 있다. 그러나 따져보면 마냥 그렇지만도 않다. 이게 무슨 말인고 하니, 이와 같은 사례를 만들지 않기 위해서는 ‘내가 보여주고 싶은 걸’ 고민하기 전에, ‘내가 무엇을 가지고 있는지 열심히 발굴’부터 해 봐야 한다는 말이다. 없는 것을 가져오는 게 아니라 자신의 (프로덕트, 서비스, 브랜드 등 가지고 있는) 모습 안에서 이리저리 뜯어보기도 하고, 깊게 파보기도 하면서 자신만이 가진 선택 받을 이유를 찾아내는 노력이 필요하다. 번뜩이는 아이디어도 거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이리 굴리고 저리 굴려서 단단한 알을 만들 수 있을 때 우리는 사람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수준의 메시지 발굴이 가능하고 이때 비로소 러브마크를 만들 수 있게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엉덩이의 힘’ 즉 농업적 근면성이 필요하다. 이 이야기는 누군가에겐 무식해 보일꼰대 같을 수도 있겠다. 왠지 모르게 우아해 보이는 이 단어들, 브랜딩, 차별화, 러브마크는 안타깝게도 농업적 근면성과 떼려야 뗄 수 없는 단어들이다. 분명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더 많이 고민하고, 더 깊게 발굴할 때, 더 좋은 결과물이 나온다. 아, 물론 무조건 책상 앞에만 오래 앉아 있는다고 해서 잘된다는 이야기를 하려는 건 아니다. 


여기에는 물리적 공간보다 심리적 공간이 더 중요하다. 사무실이 아니더라도 샤워를 하면서도, 출근하며 버스 카드를 찍으면서도, 집에서 텔레비전을 보면서도, 잠들기 전에도 계속 발굴할 수 있다. 단, 아내가 싫어한다는 문제점은 여전히 존재한다.


러브마크는 안타깝게도
농업적 근면성과 떼려야 뗄 수 없는 단어


진짜 이렇게밖에 말 못하는 사람은 되고 싶지 않았는데, 결국 남들보다 더 많이 고민할수록 더 잘할 수 있는 가능성에 가까워진다는 것을 깨닫게 되더라. 나도 안다, 지금 내가 엄청 꼰대스러운 이야길 하고 있다는 걸.


이왕 말을 꺼낸 김에 다음 주에는 엄청 꼰대 같은 소릴 해보려 한다. 엉덩이의 힘에 대해서, 그 힘이 어떤 것을 만들어 낼 수 있는지 이야기 할 예정이다.




"나는 이렇게 일한다"
: 브랜드를 의인화(characterization) 해보기


브랜드가 사람이라면 어떤 모습일까?


1. 해당 브랜드의 느낌을, '그'의 성격을 설명할 다양한 요소로 바꿔본다. 브랜드에 대한 정보가 많을수록 그 캐릭터는 점점 선명해진다.

- 성별과 나이, 체형 등과 같은 외형적 요소

- 취미, 버릇, 말투, 성격 등과 같은 내재적 요소

- 직업, 가족 관계, 고향, 거주지 등과 같은 사회관계적 요소


2. 평소 좋아하는 다양한 브랜드들을 의인화 해 나열해본다. 내 경우, 인간관계와 많이 닮아 있었다. 내가 끌리는 사람과 브랜드가 닮아 있는 걸 종종 발견하는데 보통 그들도 그 브랜드를 좋아할 때 살짝 소름이 돋는다.


3. 내가 맡은 브랜드가 고객에게 어떤 사람(캐릭터)으로 보였으면 하는지 상세하게 만들어본다. 보통 ‘그’에 대한 이력서나 자기소개서를 작성한다. 이걸 만들면 좋은 점은 업무 시에 ‘그’에 대해 동료들과 공유 및 합의가 되어 있어서 확실히 커뮤니케이션 미스가 줄어든다.


4. 내가 맡고 있는 브랜드가 신규 브랜드가 아니라면 현재 고객들이 어떻게 인지하고 있는지도 함께 파악해본다. 이 역시 캐릭터를 구체화하면 할수록 브랜드가 가지는 의미나 문제점 등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


5. 브랜드를 하나의 인격체로 묘사하면 브랜드에 대해 내가 바라는 모습과 고객들에게 받아들여지는 모습 사이의 간극을 줄이는 데 보다 명확한 방향을 제시해 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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