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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휴잇 Sep 09. 2015

울분을 吐해내는 남자

이 남자는 울분을 吐(토)해내고 있다. 다만, 보이지는 않는다. 그가 왜 울분을 토해낼  수밖에 없는지는 알 길이 없다. 다만, 보이지 않으니 알 길이 없을 뿐이다. 그래도 그가 울분을 吐해내는 경우가 보이는 때가 있는데,  그땐 피할 수 있다면 피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니 새끼, 칼로 목 따이기 전에 고마해라!”

    “뭐? 썅년아! 따바바! 따보라고!”


쨍그랑!


    “니 오늘 니죽고 내 죽자!”

    “미친새꺄! 니 거 안 내리 놓나?”


    맞다. 그는, 상당히 무자비한 사람으로 돌변한다. 이것은 마치 어두운 방에 누군가가 방불을 켜는  것처럼 밝아져 온다. 눈 앞에 보이는 그것이 빠알간 혈흔의 자국이 이리저리 튀어있는, 말 그대로 잔혹한 살인 현장의 그것과 흡사하게 보인다는 것이 문제이긴 하지만 말이다.


    “야, 니 오늘 째맀다. 고마해라. 어?”

    “행님, 고까이 꺼 하나 몬하심미까? 행님 내 그렇게 안밨는데예?”

    “고마하라고.”


    “하하, 임마 술 마이 째맀나보네. **야, 임마 쫌 챙기라.”

    “니 개안나? 점마 항상 술만 무면 저 지꺼리 하드만.”

    “마, 사람이 그랄수도 있지. 사람이 다 실수하고 그라는기다.”

    “알았다. 내가 임마 챙길 테니까, 니 조심해가 드가라.”

    “알았다. 내 먼저 드갈께. 잘 부탁한데이!"


    이렇게 실랑이가 벌어지면, 그의 자리는 마치 누가 불을 질러놓은  것처럼 새하얀 잿더미가 수북이 쌓여있다. 물론 검게 타들어간 필터 쪼가리는 덤이다. 그는 어떻게 보면 새하얀 잿더미로 그의 울분이 터지는 것을 간접적으로 비유하는 것은 아닐까 싶다. 물론, 그의 속은 알 수 없는 미궁이다. 그는 항상 담배와 함께 살고 있었기 때문이다. 다음날 아무런 일 없는 듯이 행동하는 그의 모습을 보자 하면, 누군가 그의 기억을 조작하는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밝은 모습이다. 손에 들고 있는 담배는 그의 마스코트다.


    “마! 니 어제 기억나나? 허허.”

    “아, 행님! 뭔일 있었심꺼?”

    “마, 됐다. 니 술 조절해가 마시래이. 안그카면 니 훅가뿐다. 허허.”

    “아, 마. 그래야겠심더. 와 마 아침에 일나이까 속이 쓰리디만요.”


    그렇게, 그의 밝은 모습을 본 그 후배란 녀석은 아무것도 모른 채 실실 웃으며 그와 담배를 피운다. 하지만, 그 양에는 차이가 있다. 후배와 그가 마주 앉은 그 자리에서 제 3자가 본다면, 아마 그를 헤비 스모커라고 지칭할 수도 있을 것이다. 다만, 그렇게, 그는 지금도 울분을 吐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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