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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블루마운틴 Apr 10. 2021

둘째는 다르다 (2)

다르게 키웠으니 다를 수밖에

 
부모가 될 마음의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나이는 늙었지만 ㅋ) 연년생이 덜컥 태어나서 정말 많은 시행착오 끝에 아이들을 키웠고 또 지금도 키우고 있다. 점순이 만삭 때까지 일을 했고 (다행히 임신중 나의 컨디션은 아주 좋았다 ㅎㅎ) 점순이가 4살 되던 해까지 일을 쉬었고 그 이후에 다시 일을 시작해서 워킹맘 생활을 이어간 지 2년정도 되었다. 보통은 돌이전 아이들을 키우는 시기가 돌아보면 정말 행복했다는데, 나는 육아로 인해 너무 우울하고 단 10분이라도 아이들로부터 벗어나고 싶고 양쪽에서 울어대는 틈에 하루종일 정신없이 지나가던 그때로 다시 돌아가고 싶지는 않다. 진심으로...

 

첫째 점순이를 키울 땐 뭐든 좋은 걸 해주고 싶고 처음이라 잘 모르니 아이가 조금만 울어도 전전긍긍하며 아이를 키웠던 것 같다. 그 덕분(?)인지 점순이는 돌까지 단 한번도 통잠을 자지 않고 자다 깨서 모유를 입에 물고 잤고 내 수면의 질은 점점 더 하락해서 육아우울증에 가까운 신경질적 상태가 되곤 했다. 그때 남편이랑도 제일 많이 싸웠고 애는 왜 낳아서 이 고생을 하나 싶기도 하고 그저 하룻밤만이라도 혼자서 통잠을 자고싶다는 게 내 소원이었다. (오죽하면 부산시내 어느 호텔에 가서 혼자 하룻밤 자고 오려고 계획까지 했었다 차마 아이가 걸려서 실천은 못했지만 ㅋ)
 
그렇게 힘들었던 육아가 아이가 돌이 지나고 모유도 끊고 밤에도 통잠을 자기 시작하면서 조금 수월해지나 했더니 다시 큰 아이 14개월에 둘째임신을 확인하고 남편이랑 같이 황당 + 막막함에 울었던 기억이 난다. 심지어 점꽁대디는 그때 자기 인생은 끝났다는 말까지 했다. 지금은 둘째라면 물고 빨고 이뻐서 죽는데 한번씩 그때 이야기를 하면서 놀리면 앞으로 제발 그 말 좀 하지 말란다. 간사한 아빠의 마음이란^^
  
어쨌든 첫째때의 힘들었던 육아와는 달리 둘째가 태어나고 나서 둘째에 대한 건 뭐든 관대해졌다. 첫째는 두 돌까지 안 보여주던 티비 같은 영상매체도 둘째는 신생아때부터 언니랑 같이 감상하고 어느 날 보니 마트에서 카트에 넣어둔 치킨을 애 둘이서 나란히 뜯고 있었는데 그때가 둘째 돌도 되기 전이었고...^^ 첫째는 조금만 울어도 달려가서 안아주고 젖주고 한 탓인지 밤잠자는 게 정말 힘든 일이었는데 둘째는 울어도 내버려두고 혼자 재웠더니 무려 백일도 되기전에 모유아가였는데도 밤잠을 10시간씩 자줬다. 나 살자고 한 일이라 내가 물론 편했으나 지금 생각해보니 아이 입장에서도 쉽게 잠들고 편히 잠을 이어가니 둘째 입장에서도 좋았을 것 같아서 오히려 서투른 엄마아빠 밑에서 예민함을 온몸으로 겪은 첫째가 더 짠하고 첫째에게 미안하다는 마음이 든다.
 
 지난주에 유치원 상담기간이어서 꽁꿀이 담임선생님과 유치원 원장선생님을 만났는데 원장님의 첫마디,


 "꽁꿀이가 자기껄 엄청 잘 챙겨요~"

이 말을 듣고 정말 원장님의 교육경력자라 그런가 아이의 특성을 짧은 기간내에 바로 파악했구나 싶었다. 그렇다. 우리 꽁꿀이는 말도 느리고 키도 작고 체구도 작은 편이지만 뛰어난 능력이 딱 두개가 있는데... 바로 "눈치껏하기" 와 "자기 것 챙기기" 이다. 아직 말을 잘 못했던 때에 제일 먼저 입밖으로 낸 말이 "내꺼야 내꺼야" "내꺼는 어디있어" 였다. 태어나자마자 경쟁상황에 놓여서 언니에게 빼앗긴 게 많다는 생각이 늘 머리속에 있어서 그런가 어딜 가든, 뭘 하든, 자기것을 챙기는데 능숙하고 자기것을 빼앗기면 통곡을 하고 운다.

원장선생님은 이어서 보통 첫째는 엄마가 예민하게 키우고 둘째는 대충 키우는데 대충 키운 애가 더 잘 크는 경우가 많다고 말씀하셨다. 그 말이 무슨 뜻일까 생각해봤다. 대충 키운다는 말은 그만큼 혼자서 스스로 할 기회를 많이 줬다는 뜻이고 스스로 많이 해본 아이, 스스로 시행착오를 겪어온 아이는 무엇에 자신에게 들어맞는 것인지 잘 알고 실천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예민맘과는 좀 거리가 멀어서 사실 첫째도 둘째처럼, 둘째는 다둥이네 막내처럼 키웠다. 물론 저런 교육관 때문은 아니고, 휴직중에는 육아가 너무 힘들어서 내 손이 다 뻗을 시간이 없었고 복직하고 나서는 일하느라 애들을 하나하나 케어해주지 못하기도 했고... 그런데 원장선생님과 얘기를 하면서 그런 부족함이 아이들에게 꼭 나쁘기만 한 건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아니면 자기위로, 자기 합리화일 수도^^)

첫째는 첫째대로, 둘째는 둘째 대로 아쉬움이 남는 게 육아이지만 태어난 순서도 그 아이의 운명이니... 받아들이고 아이의 특성을 잘 알고 이해하는 것도 부모의 몫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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