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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블루마운틴 Apr 07. 2021

둘째는 다르다(1)

발달은 느려도 눈치는 빨라요

나는 첫째 여섯살 점순이, 둘째 다섯살 꽁꿀이를 키우는 평범한 워킹맘이다. (이 글을 처음 썼을 때보다 2년이 지나 지금은 여덟 살, 일곱 살이 되었다)



사진으로만 보면 너무나 사랑스럽고 이쁜 자매이지만 그들은 평생의 친구이자 라이벌. 아주 어릴 땐 하는 것마다 서로 가지겠다고 싸우고 서로의 물건을 탐내고 심지어 점순이는 꽁꿀이의 공갈젖꼭지까지 뺏아서 물고 다니면서 놀리더니 꽁꿀이가 네 살 쯤 되고나서부터는 그래도 싸우는 횟수가 현저하게 줄었다. 특히 요즘은 집에서는 싸우더라도 밖에 나가면 자기 동생을 챙기는 미묘한 관계로 지내고 있다. 그렇더라도 싸움이 빠지면 섭섭하지...  


역시 오늘 아침에도 자매의 난(亂) 이 벌어졌다. 다툼의 원인은 유치원에 가져갈 보온물통. 연보라색과 핑크색이 있는데 어떤 색이든 괜찮아하는 점순이에 비해 무조건 핑크핑크를 외치는 꽁꿀이라서 우리는 항상 꽁꿀이에게 핑크를 내어준다. 그런데 오늘아침에 컵 씻는 순서가 평소와 달랐는지 어머님이 점순이 가방에 핑크를 넣었다. 꽁꿀이가 그걸 보고는 핑크 내꺼야 핑크 내꺼야 했지만 어머님와 나는 무심코 알았다고 그냥 넘어갔는데... 나중에 아침 밥 다 먹고 거실에서 티비의 딩동댕 유치원 프로도 외면하고 가만히 앉아서 혼자 놀기에 뭘하나 봤더니... 혼자 조용~히 앉아서 언니 가방에 핑크 물통과 자기 가방의 보라 물통을 바꾸고 있었다.


하하하...


우리는 무심코 한 일인데  자기한테는 엄청 중요한 일이어서 아침밥 먹는 내내 생각하고 결국 다 먹고 내려와서 제일 먼저 그 일을 하는거다. 그걸 보더니 어머님이 하시는 말씀, '느그 작은 딸 어쩜 저렇게 얌샘이처럼 지 하고싶은 걸 조용히 하나몰라... 쟤가 바보가 아니다, 지 필요한 건 다 알아서 챙긴다'



사실 꽁꿀이가 세 돌 되기전 30개월쯤에 아이가 언어가 너무 느려서 걱정을 한 적이 있다. 점순이는 돌 조금 지나서 문장으로 발화하고 18개월쯤에는 노래도 하고 자기 표현을 적극적으로 다 했는데 꽁꿀이는 42개월인 지금도 표현이 부족해서 유치원에서도 가끔 아이가 왜 징징대는지 이유를 몰라 힘들었다고 했다. 30개월쯤 처음 어린이집에 보냈는데 자기가 원하는 걸 말로 표현하는 능력이 부족하다고 했다. 사실 둘째라 책읽기든 먹거리든 교육이든 뭐든 그냥 좀 내버려두면서 키웠고 아이가 말은 느렸지만 눈치가 빠른 편이어서 딱히 걱정은 안 했는데 기관에 갔는데도 자기표현을 잘 못한다 하니 신경이 쓰였다. 영유아검진에서도 딱히 별다른 이상이 없고 발달이 느린지를 파악하기에는 너무 어린 연령이라고 하여 그냥 일단 더 기다려보자고 생각하고 말았었다.


지나고나서 생각해보니 네 살까지 대부분의 시간을 엄마인 나와 보냈던 점순이에 비해 꽁꿀이는 할머니와 보내는 시간이 많았고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할머니에겐 굳이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자기가 원하는 것을 다 얻어냈던 것 같다. 우리 어머님 손녀사랑이 참 대단하기도 한 데다 꽁꿀이는 아빠를 똑닮았고 또 어머님과 단둘이 함께한 시간이 길다보니 더더욱 꽁꿀이를 예뻐하신다. 요 꽁꿀이는 그 사실을 이미 눈치로 파악하고 굳이 본인이 말하지 않아도 되는 방법을 터득한 것이다.


누울 자리를 보고 다리를 뻗는다. 우리도 첫째를 키울 때는 육아서대로 아이를 키우다가 둘째는 그때 그때 닥치는 대로 대충 키우지 않았는가. 누구 탓을 하리... 대충 키운 내 탓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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