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어봐요 싸이파이 5
인간은 그저 관측하는 것만으로
우주를 난도질 한다
쿼런틴(Qurantine)
이 팬데믹 시국에 가장 많이 들은 단어 중 하나다.
그냥 접촉만 해도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기에
거리두기는 필수였고 특히 나라와 나라 사이에서는 검역소 수용 혹은 격리구역이 필요했다.
이 책은 인간 외의 존재 혹은 미래의 인간들이 지금의 인간들로 부터 우주생태계를 보호하기 위해 태양계에 암흑물질의 장막을 덮어 인간들의 영향으로 부터 차단한 쿼런틴의 세계를 그리고 있다.
양자역학에 대한 지식이 거의 없이 이 책을 봤기에 좀 헷갈리는 부분이 많았다. 작가가 최선을 다해 설명을 해주고 스토리 라인에 녹여줬기에 망정이지 그냥 지루한 설명이었으면 잠만 쳐 잤을듯.
이 소설의 가장 매혹적인 부분은 인간에게 관측되기 전의 무한한 세계가 존재한다는 것 하필 그 세계가 이 조그맣고 볼품없는 인간의 뇌의 기전 때문에 납작하게 줄거나 가능성의 차원에 존재하는 사물과 세계가 학살된다는거다.
소설 속에서도 등장인물들이 말하지만 너무도 인간중심적인 사고가 아니냐고 하는데 반은 수긍하고 또 반은 모를일이다 싶다.
우리는 우리를 너무도 모른다.
인간의 뇌와 시각의 경우에도 실제로 그러니까
망막을 통해 들어오는 수많은 시각정보를 다 인식한다면 아마 우리는 미쳐버릴거다. 또한 우리는 우리가 알지도 못한 새 시각정보가 과도하게 들어오면 지친다. 우리가 보고있다고 인식하지 않은 순간에도 시각정보는 계속 들어오니까...쇼핑몰에 들어가면 그래서 빨리 진이 빠진다.
우리 뇌는 눈에 들어온 시각정보를 잘 편집에서 알게 해주고 그걸 우리는 인지하고 기억해낸다.
결국 보이는 게 아닌 인지 한 것을 본다.
이렇게 우리 뇌는 우리가 보고 인식하는 세계를 편집해내는거다.
그럼 만약 뇌손상을 입었을경우? 우리를 가로막고 있던 뭔가가 다 걷히고 인식이 무한대로 넓어질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이 소설에서 가장 중요한 단어 두 가지는 '확산'과 '수축'이다.
당신의 몸 전체는 원자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원자는 양자역학 계(系)입니다. 예를 들어 당신의 몸 안에 있는 평균적인 원자가 수축되지 않은 상태에서 1밀리초당 열 가지의 각각 다른 행동을 한다고-매우 보수적으로-가정해 봅시다. 바꿔 말하자면, 1밀리초 후 그 원자는 확산해서 열 개의 고유상태의 혼합물이 된다는 뜻입니다. 이들 고유상태 하나하나가 그 원자가 했을지도 모르는 가능성에 대응하고 있습니다. 어떤 상태는 다른 것들에 비해 더 개연성이 높겠지만- 계가 수축할 때까지는, 모든 가능성들이 공존하고 있습니다.
(중략)
하나의 확산된 계가 다른 확산한 계와 상호작용하면, 그들은 개개의 존재임을 멈춥니다. (중략)
당신 뇌의 이 부분이 스스로를 수축시키고, 그렇게 함으로써 자신의 한 버전을 현실로 만들면, 그것은 결합된 계 전체를 - 당신 뇌의 다른 부분, 몸의 다른 부분, 풀잎 따위 모두를-필연적으로 수축시킬 수밖에 없습니다. 이것들 모두가, 무수히 많은 가능성 중 단 하나만이 실제로 '일어난' 단일 고유상태로 수축하는 겁니다.
그렉 이건 <쿼런틴> 중
이 소설은 2034년 갑자기 하늘에서 태양과 달을 빼놓고 별들이 갑자기 사라진 버블데이 32년 뒤인 2066년을 배경으로 한다
그때 중국은 깡패짓으로 홍콩인을 본토에서 몰아내어 홍콩인들은 호주근처의 뉴홍콩에 정착하게 된다.
그리고 재미있는 건 한국에 돈이 넘쳐나 이 뉴홍콩에 투자해서 눈부시게 발전하게 만든다는 것.
주인공 닉 스타브리아노스는 군출신 사립탐정으로 로라 앤드류스라는 실종환자를 찾고있다.
이 소설에서 그려내는 미래엔 뇌의 신호와 기전을 잘 이용할 수 있게 되어 마치 뇌내 컴퓨터가 있는듯 가상현실을 체험하거나 감정과 감각을 필요에 따른 강화모드로 변화시킬 수 있게 되었다. 설렜다.
여튼 우여곡절 끝에 모 단체에 잠입해서 로라 앤드류스를 찾으며 그가 알게 된 것이 바로
양자론과 인간 뇌의 상관관계다.
저자는 이 소설 속에서 수 많은 가능성과 차원을 가진 우주가 인간의 관측으로 납작하게 되거나 무지막지하게 가지가 쳐진다는 색다른 이론을 제시한다. 그것도 꽤 설득력 있게 말이다.
어이, 거기 장막 밖의 민폐러? 일단 눈부터 깔아!
그리고 스스로는 아무것도 하지 못했던 로라 앤드류스가 바로 뇌손상으로 인해 그 납작함을 넘어선 뭔가를 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부분이 좀 전율이었다.
소설 끝부분, 주인공이 로라의 능력을 사용해 양자컴퓨터를 손에 쥔듯 주변환경과 사건을 주무르는 부분에선 뭔가 이상한 통쾌함을 느끼기도 했다.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세계를 체험할 수 있는게 바로 싸이파이의 매력이 아닐까 싶다.
그렉 이건의 천재성과 지식에 감탄하면서 읽었다. 1990년도 초반에 쓴 소설이지만 아직도 신선한 하드SF라고 본다.
이 책을 읽으며 최근 왓챠에서 본 미드 '데브스' 가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