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P. 호건 <별의 계승자>

읽어봐요 싸이파이 6

by Dolphin knows
싸이파이의 근.본!
image-from-rawpixel-id-1207204-jpeg.jpg

SF, Science Fiction. 보통 은하계에서 우주선 타고 별 차지하겠다고 전쟁하는 스토리를 떠올리게 되고 말이다.

딱 스타워즈 말이다. 혹은 은영전이나 스타쉽 트루퍼스 같은 류. 기본적으로 스케일이 은하계에서 은하계 그리고 패권이나 자원 다툼 침략 등등이다. 지엽적인 부분은 달라도 기본 뼈대는 현대 전쟁 서사와 비슷하다. 왜 하필 전쟁 이야기일까 혼자 생각해 봤는데, 전쟁에 쓰이는 무기들에 생각이 닿자. 약간은 정리됐다.


무기산업만큼 시대의 첨단을 달리는 산업은 없다. 아직 일상에는 적용되지 않은 다양한 최신 기술들이 무기들에 실험 적용되어 쓰이니까. 신기한 비주얼로 구현하려면 '전쟁'이라는 장이 필요했고 뭐 대부분. 그래서 조그마한 지구에 뭐가 먹을 게 있다고 온갖 외계인들이 다 쳐들어오고, 지구인은 노트북 하나로 큰 우주선을 해킹하는 등 뭐 고만고만한 스토리들이 찬란한 비주얼로 펼쳐진다.



그럼 이 전쟁 이야기를 빼고
과학만으로도 충분히 이야기 전개가 가능할까?
그렇다. 그게 Sci-fi다.


이 소설은 지금으로부터 몇 년 뒤인 2028년 즈음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지금과는 매우 다른 방향으로 세계가 구성되어 있다. 1970년대부터 달에 대해 탐구하기 시작했던 미국은 1980년부터 유인우주선을 쉽게 보내기 시작한 뭔가 우주개척과 탐구에 초점을 맞춘 평화로운 평행우주다.


일단 이 부분부터 마음에 들었다. 차분하면서도 흥미롭고 광활한... 그동안의 다양한 우주와 전쟁, 섹스 로봇 이야기에 질린 탓이기도 했다.


<별의 계승자>에서 그리는 이 차분하고 평화로운 세계는 인류가 더 이상 소모적인 국지전을 그쳤다는 것에서 출발한다. 저출산의 영향으로 인구 대비 자원 부족 위기가 극복된 현실을 그리고 있으며 국가의 경계도 모호해지고 지도자들도 성숙해졌다는 것. 충분히 가능한 상상이다. 그렇게 전 세계적인 동의로 비무장화가 됐고, 비 무장화가 남긴 막대한 잉여자금으로 UN 태양계 탐사 계획을 세웠다. 우주를 탐구할 수 있을 만한 조직 UNSA(UN Space ARM)도 갖춰졌다.


Imagine there's no countries
It isn't hard to do
Nothing to kill or die for


https://youtu.be/Fe9jQgghUYE

김연아 선생님께서 이렇게 몸소 이매진의 세계를 보여주셔도 푸짜르는 정신을 못차렸다.



이렇게 인류가 꿈꿔오던 세계의 판이 잘 깔아진 상태에서, 신비로운 인물이 하나 등장한다.

지구가 아닌 달에서 주황색 우주복을 입은 사체가 발견되었는데... 이 사체는 무려 5만년이나 되었다.

이 사체는 UNSA의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이들은 항상 그랬던 다양한 분야의 과학자들을 초청해서 이 사체가 던지는 광활한 질문을 해결하고자 했다.


그중 하나가 이 소설의 주인공인 IDCC의 자회사인 메테다인의 핵공학 전문 연구원인 빅터 헌트박사다. 그는 롭 그레이라는 전문 엔지니어와 함께 일을 하고 성과를 냈는데, 그 점이 눈에 띄어서인지 UNSA 항행통신국인 나바컴(Navigation and Communication Division)의 그렉 콜드웰 본부장에게 호출을 받는다.

한마디로 그들이 만들어낸 홀로그래픽 스캐너가 이번 사체 부검과 연구에 쓰기 좋아서, 그리고 그 과학자들의 역량이 필요해서였다. 항상 미지의 세계에 목말랐던 빅터 헌트는 그 일에 푹 빠져들게 된다.

그리고 각 분야 과학자들의 회의 테이블에서 커뮤니케이션하고 사안을 제시하고 명확하게 연구결과를 조율하는 것을 인정받아 아예 나바컴으로 자리를 옮기게 된다.



평화롭지만 치열한
차분하지만 열정적인
아름다운 과학탐구의 세계

이 소설은 여기서부터 무척 재미있어지는데, 한 과학자가 세계를 구하는 <인터스텔라>와는 달리 각 분야의 과학자들의 테이블이 만들어져 그들의 토론과 연구가 오고 간다.


누구 하나를 영웅으로 만들지 않고, 각자가 자신의 분야에 맞는 이론을 설파하고 그 이론을 증명한다. 모두 힘을 합쳐서 때로는 이미 발표된 의견을 반박하는 자료가 발생했을 때 그것을 분석하고 재증명하며 '찰리'가 누구인지 '찰리'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조금씩 밝혀간다는 거다. 세밀한 퍼즐을 맞춰가는 즐거움이 만만치 않은데. 특히 생물학의 권위자 크리스천 단체커 교수와의 티키타카를 따라가다 보면 우리가 몰랐던 이 태양계의 이야기와 찰리가 겪었던 사회, 문화가 펼쳐진다.


이 소설이 쓰인 시기가 1977년이라 지금과 같이 유전자로 간단하게 같은 인류인지 보기 보다는 다양한 방법들로 증명해 내는 점이 주목해 볼 만했다. 여하튼 찰리는 우리와 유사한 아니 거의 똑같은 인류였고, 그렇다면 과학자들은 과연 두 생물이 꼭 쌍둥이처럼 다른 별에서 태어났지만 같은 모습으로 진화하는 게 가능하냐를 두고 옥신각신하게 된다. 바로 여기서 단체커 교수가 깨끗하게 매듭짓는다. 진화의 특성상 그럴 리 없다고 말이다.


단체커 교수는 참 흥미로운 인물이다. 5만 년 전의 시체에 대해 탐구하는 일은 당연히 전공상 단체커 교수가 중심이 되어야 함에도 가끔은 이 분의 강력한 주장이 좀 거슬릴 때가 있다. 그런데 또 읽다 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 이 단체커 교수도 다른 의견이 나오면 충분히 이의 의견을 수정하고 받아들일 '과학자적인 열린 태도'를 지니고 있어 재미있다. 빅터 헌트가 꼭 딴죽을 걸거나 다른 의견을 제시하는데 처음엔 좀 아닌 거 같다고 태도를 취하다가도 제대로 된 증거를 보여주면 또 수긍해서 다른 이론으로 나아간다.


과학자들의 가장 최적화된 라운드 테이블을 보는 재미가 있다. 또 두 사람뿐 아니다. 수학팀은 수학, 언어해석팀은 언어해석을 각 팀별로 맡겨진 연구를 분업하는 과정이 흥미롭다. 그렇게 세계 최고의 TF팀이 각자의 자리에서 이 사체와 사체가 가진 낯선 디바이스 등에서 나온 것으로 미지의 세계를 탐구해 낸다.


일단은 찰리는 인류와 같은 종이냐 다른 종이냐를 따질 때 그저 진화생물학적으로만 분석하지 않고, 찰리의 기록을 해독하게 되자. 어떤 위치에서 어떤 별을 보았는지, 그래서 그들이 살고 있는 행성이 지구인지

아닌지 긴긴 토론을 하게 된다. 이 토론에서 자전과 공전 주기 등등 다양한 연구 방법이 등장한다.

또한 또 다른 우주인의 사체가 등장한다. 목성의 달 가니메데에서 현생 인류와는 너무도 다른 '거인족'의 유해와 그들의 부장품인 우주선 등등이 발견된 것이다. 그리고 심지어 그것들은 찰리 보다 앞선 2500만 년 전의 것이었다. 여기에서 이야기는 또 한 번 새로운 국면으로 전개되고 이 가니메데인과 연구진이 '월인'이라고 이름 붙인 찰리의 연관성을 증명해 낸다.




그렇다고 이 책이 단순히 이런 과학적 증명만을 담고 있진 않다.
드디어 찰리가 착용했던 디바이스에 있던
모든 문서들과 달력 등이 해독되고 나서
'인류와 호전성'에 대한 인문학적 이야기가 전개된다.



애초에 가니메데에서 발견된 거인족들은 지금은 사라진 태양계의 행성 미네르바에서 생존하고 있었다. 그러나 미네르바의 환경이며 대기가 불안정했기에 원시 지구에 와서 다양한 생물종들을 실어가 미네르바에 안착시킨다. 결국 미네르바의 원래 생물종들은 물에 사는 것들 빼고는 사라지게 되고 미네르바는 지구의 생물학적 후손들이 지배하게 된다. 가니메데인들은 그렇게 해놓고는 모종의 이유로 태양계를 탈출하려는 시도를 하게 되고 미네르바에서 사라졌고, 지금의 목성의 달인 가니메데에서 얼음 속의 시체로 남았다.


이후 그 미네르바에서는 '월인 문명'이 득세하게 됐는데 워낙 환경도 열악하고 자원도 없어서 매우 호전적이고 거친 문명의 두 나라가 치열하게 싸우게 된다. 결국 미네르바는 서로 간의 핵 전쟁으로 파괴되어버리고 만다. 가니메데인들이 이룩한 문명이 싹 사라졌기에, 월인들은 아직 원거리 항행까지는 못해서 일단 미네르바의 '달'까지는 닿게 된다. (그 달도 두 나라의 격전지 였고 거기서 찰리 일행은 한창 전쟁하다 박살나는 미네르바의 최후를 보게 된다) 그리고 거기에서 찰리와 다른 월인들은 생명을 끝을 맞게 된다.




그리고 그 미네르바의 달은 지구의 달로 편입된다.


태양계의 외측 고리 중 어떤 곳에 있던 미네르바가 월인 국가 간의 전쟁으로 파괴되어 지금의 소행성대가 될 때 그 파괴되는 힘으로 밀려들어온 달이 그때 홀로 있었던 지구의 인력권 대로 들어온 것이다.

찰리의 디바이스가 가진 기록에서 본 '행성'은 지구가 아니라 미네르바였다는 것이다.

라고 마무리 지을 즈음. 다른 과학자(단체커교수)가 이 이야기를 새롭게 마무리한다.

바로 찰리와 함께 했던 이들 중 살아남은 월인들이 바로 우리 '호모 사피엔스'의 조상들이라는 것이다.


여기에서 아는 이야기가 나온다. 네안데르탈인들이 왜 갑자기 사라졌을까? 아직도 여러 가지 이야기가 갈리지만 보통은 호모 사피엔스가 더 호전적이고 지능이 높아서라고 들 알고 있다.


그 고리를 단체커 교수는 월인으로 메우고 있었는데 상당히 설득력 있었다.

지구는 당시 나라가 갈리지도 최신 무기로 무장한 전쟁이 나기 전인 상태였다. 모든 게 풍족했고 미네르바의 척박한 환경과는 다른 곳에서 진화한 네안데르탈인은 결코 호모 사피엔스 즉 월인의 후손들을 이길 수 없었을 거라고. 제러드 다이아몬드의 '총,균,쇠'에서 나오는 정복의 이야기가 떠올랐다. 애초에 싸울 거리가 없었던 이들이 어떻게 전투에 단련된 존재들을 이길 수 있었을까?


이후 에필로그 식으로 월인문명의 흔적이 지구에서 어떻게 지워졌는지 나오는 것으로 재미있게 마무리가 됐다.

이 모든 이야기에서 전쟁과 인류 그리고 공존과 종의 우위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된다.


그 호모 사피엔스의 후손, 그 미네르바의 계승자들이 결국 다시 미네르바에 대해 알기까지 어떤 역사가 있었는지 나 혼자 쭉 돌아보게 됐다. 각종 국지전과 1,2차 세계대전 인종청소 결국 번식과 번영에 집착해 자멸할 것인지 아니면 다른 방법을 찾을 것인지 말이다.



작가 제임스 P. 호건은 과학도 출신이고 그 분야에서 일해왔다. 영국왕립항공연구소에서 5년간 공부한 뒤 설계 엔지니어를 거쳐, 컴퓨터 교육 프로그램을 만든 사람이라 모든 언어들이 정교하고 적확하다.

공상을 하더라도 충분한 근거가 쌓이면 그 공상은 단순히 공상으로 끝나지 않고 새로운 발견의 토대가 되기도 한다. 멋진 집도 실제로 지어지기 전까지는 cad프로그램 안에 그전에는 건축가의 머릿속에 있었으니 말이다. 순수한 과학소설을 읽는 즐거움을 원한다면 나는 두 말할 것 없이 이 책을 추천한다.


과학적인 연구와 전개방법과 토론, 차분한 열정이 가득 들어있는 '종합선물세트'니까.










keyword
이전 05화그렉 이건 <쿼런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