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색, 초록
시중에 나와 있는 물감의 색은 너무 훌륭하고, 작가가 굳이 애쓰지 않아도 될 만큼 여러 색을 적절한 배합으로 섞은 다양한 컬러들이 출시되었다. 그래서 우리는 당연하게 그것들을 골라서 구매한다. 12색부터 72색에 이르기까지 세트로 나와 있는 색연필의 뚜껑을 열면 황홀하기까지 하다. 하지만 이러한 화학 염료들이 개발되기 전에 그것이 당연한 것은 아니었다. 여러분이 외출 전 옷장을 열어보면 물론 개인의 취향별로 무채색이 일색인 분도 있겠지만 파스텔톤도 있을 것이고, 파란색 계열도 있을 것이고, 분홍색 계열도 있을 것이다. 분명히 다양한 색의 옷들이 자신을 골라주기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만약 입고 싶어도 세상에 존재하지 않아서 입을 수 없는 옷 색깔이 있다면 어떨까?
여성의 패션 욕구는 목숨과도 맞바꿀 만큼 강렬한 욕망인지도 모른다. 너무 아름다워서 수많은 여성의 마음을 빼앗고 심지어 그녀들의 목숨까지도 빼앗은 색이 빅토리아 시대를 점령했는데 그 색은 바로 초록이었다.
1775년 스웨덴 화학자 칼 빌헬름 셸레(Carl Wilhelm Scheele, 1742-1786)가 선명하고 아름다운 초록색을 발견하면서 1세기 이상 ‘초록색 열풍’이 일어났다. 19세기말까지 셸레의 초록은 벽지, 장난감, 양초, 염색약, 드레스, 모자, 장갑, 양말 할 것 없이 거의 모든 제품을 뒤덮었다. 그러나 면역력이 약한 여성과 어린아이들은 피부가 녹아들거나 외출 중에 기절하는 등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이 염료가 뿜어내는 독성으로 사망했다. 셸레가 만든 초록은 구리 메타 아르세나이트(CuO·As)를 포함한 다양한 화합물로 구성되었는데 그중 인체에 가장 치명적인 것은 바로 산화비소였다.
초록 염료 덕분에 조화생산이 가능해지자, 당시 여성들은 조화생산 공장에서 일자리를 얻기도 했다. 그러던 중 1861년 미국에서 19살의 마틸다 쉐어러(Matilda Scheurer)라는 소녀가 갑작스럽게 사망하는 일이 발생하게 된다. 그녀는 조화에 초록색 염료를 뿌리는 업무를 주로 했었는데 비소에 대한 인식이 없었던 시기였기에 그녀는 맨손으로 작업을 한 것이다. 당시 언론은 쉐어러의 죽음을 충격적일 정도로 자세하게 묘사했다.
그녀는 "초록색 물"을 토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경련을 일으켰으며,
눈 흰자위와 손톱이 초록색으로 변했다.
입과 코, 눈에서 거품이 나오고 나서 그녀는 사망했다.
she began vomiting “green waters.” She convulsed; the whites of her eyes and fingernails turned green. She foamed from the mouth, nose and eyes and then, she died.
처음부터 셸레는 자신이 개발한 색소가 매우 유독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 치명적인 색조를 전 세계의 제조업체, 염색업자, 예술가에게 제공했을 때 돌아오는 수익성은 그에게 거부할 수 없는 것이었다.
본능적으로 우리는 초록색을 평화적이면서도 우리를 보호해 주는 색으로 인식한다. 어떤 지역에 충분한 녹지가 있다면 물이 있고, 물이 있다는 것은 식량이 있다는 가능성을 나타내기 때문에 원시적, 본능적으로 우리 인간을 달래 주는 색이기도 하다. 하지만 초록이 가진 독성, 질투, 초보자라는 상징 또한 강력하다. 이렇게 극과 극의 상징을 가진 색이기에 초록색을 좋아하는 사람 역시 평화를 추구하면서도, 타인의 눈을 상당히 의식하고, 그러면서 조용히 자신의 명예욕을 추구하는 양면적인 성격이라고 한다. 초록색을 좋아하는 당신의 판단이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