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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술치료사 문 주 Oct 21. 2024

노랑의 심리적 속성 : 황색공포증

해맑은 모순성의 색, 노랑

   칸딘스키가 노랑에 대해서 ‘사람들에게 방해가 되는 색, 광기 어린 색’이라고 설명했듯 노랑이 가진 물리적 가시성은 서양의 문화적 호감으로까지는 이어지지 않았던 것 같다. 노랑의 의외성은 이것이 전부는 아니다.


 

      여러분 중에는 노랑을 두려워하는 분이 있을 수 있다. 색이 두렵다는 것이 무슨 말인가? 의아한 독자도 있을 것이다. 놀랍게도 노란색을 비합리적인 이유로 두려워하는 ‘황색 공포증(xanthophobia)’이라는 질환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xanthophobia라는 용어는 그리스어 xanth(노란색)와 phobia(두려움)에서 파생되었고, 이 황색 공포증은 특정 공포증의 한 유형으로 이해할 수 있다.


     정신질환 진단 및 통계 편람(Diagnostic and Statistical Manual of Mental Disorders: DSM-5)에 의하면 ‘a specific phobia (특정공포증)’ 이란 개인이 특정 대상이나 상황에 대한 현저한 두려움이나 불안을 6개월 이상 경험할 때 진단을 내릴 수 있다고 설명한다.

     황색 공포증으로 고통받는 사람은 노란색을 실제로 보는 것은 고사하고 단순히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불안을 경험할 수 있다. 이 경우 심박수가 증가하고, 혈압이 상승하고, 손이 떨리거나 공황발작도 일으킬 수 있다. 황색 공포증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은 노란 옷도 입지 않고, 노랑이 조금이라도 들어간 모든 것을 집에 두지 않는다. 레모네이드, 치즈, 바나나, 달걀 등 노랑이 지배적인 음식도 먹기가 어렵다고 한다.

     다른 공포증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황색 공포증의 결정적인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개인적 요인이 이 증상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데, 예를 들어 어린 시절 노란색 안경을 즐겨 쓰던 선생님으로부터 학대를 당했다거나 노란색 택시에 사람이 치어서 사망하는 장면을 목격했거나 하는 강력한 불안을 느낀 것과 노란색이 연관되었을 경우 트라우마가 공포증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 또는 유전적인 소인 즉, 불안 장애 또는 특정 공포증의 가족력이 있는 사람은 황색 공포증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노란색에 많이 노출되면 우리는 시각적으로 피곤함 느끼고, 아기들은 노란색으로 칠해진 방에서 더 많이 우는 것으로 나타났고, 사람들은 노란색 주위에 너무 오래 있을 때 종종 화를 내는 경향이 있다고 보고 되었다.

    그리스 의사인 히포크라테스(BC 460-370)는 기본적으로 인간의 몸이 네 가지의 체액으로 차 있으며, 체액들 사이의 균형이 맞으면 건강한 상태라고 생각했다. 그는 인간의 불안정한 감정 및 행동이 체액의 과잉 또는 부족으로 인해 발생한다고 믿었으며, 이를 혈액, 황담즙, 흑담즙 및 점액으로 분류했다.


    ① 혈액(血液, blood)

    ② 점액(粘液, phlegm)

    ③ 황담즙(黃膽汁, yellow bile)

    ④ 흑담즙(黑膽汁, black bile)    

 

     여기서 황담즙은 쉽게 말해 쓸개즙이다. 이 황담즙은 간에서 분비되어 담낭에 보관되고 십이지장으로 분비되는 알칼리성의 황갈색 액체이다. 히포크라테스는 황담즙과 같이 거무스름하고 흐릿한 노랑은 질병, 질투 또는 이와 유사한 부정적인 감정과 연결된다고 보았다. 이후 로마 황제의 개인 의사 직위를 받았던 클라우디스 갈레노스(AD.129-200)는 그의 논문 『De temperamentis』에서 최초의 기질 유형을 개발하고 인간의 다양한 행동에 관한 생리적 이유를 찾았다. 


18세기에 그려진 4가지 기질의 묘사


      예를 들어, 사람이 너무 활발하고, 혈기 왕성한 경향이 있다면 다른 체액에 비해 혈액이 많다고 가정할 수 있으며, 너무 차분하고 내성적이거나 담담한 경우는 가래가 많은 점액질의 유형이며, 자주 슬프거나 우울한 사람은 흑담즙이 많은 경우이고, 성미가 급하고 자주 화를 내는 성격은 황담즙이 많은 유형이라고 본 것이다.            

       르네상스 이후 해부학이 발전하기 시작한 16-18세기 전까지 이 액체병리학은 가장 영향력 있는 의학 이론이었다. 노란색과 관련된 황담즙이 우리의 성격에까지 영향을 주었다는 이론은 지금까지도 어느 정도 인정되는 부분이 있다. 



      

       현대의 연구자들은 과학적 연구를 통해 색은 명도에 따라 특정한 생각, 감정을 불러일으킨다는 사실을 보고했다. 독자 여러분도 다른 색보다 특히 노랑은 그 색이 얼마나 밝고, 어두운가에 따라 우리에게 주는 감정적 영향력이 다면적이고 모순적인 부분이 많다는 것을 느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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