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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은늘 Mar 10. 2019

정신과 '문장 완성 검사'에 담긴 내 마음의 비밀

사실은 괜찮지 않았어 #6

600문제를 한 시간 만에 끊기지 않고 풀어야 하는 검사 하나를 제외하고는 시간제한이 없었다. 해서 퇴근하고 여유가 있을 때마다 짬짬이 풀었다. 워낙 심리 테스트를 좋아하는 타입이라 문제를 푸는 것은 제법 재미있는 일이었다. 그중에도 가장 신나게 시작한 것은 주어진 문장의 다음 말을 채우는 ‘문장 완성 검사’였는데 풀다 보니 뭔가 들킨 기분이 들었다. 나란 인간 정말 투명하구나.


나의 아버지는 나를 사랑한다.

아버지와 나는 친하다.

대개 아버지들이란 회사에서 돈 버느라 힘들 것이다.


나는 아빠를 많이 사랑한다. 같이 산 세월보다 떨어져 있었던 시간이 더 많아 애틋한 마음이 있다. 아빠가 혼자 가족들을 먹여 살리느라 얼마나 고생했을지 자주 생각하곤 한다.


남편은 험난한 세상을 평생 함께 헤쳐나갈 단짝 친구다.

내가 정말 행복하려면 내가 사랑하는 남자와 결혼을 해야 한다.

임신부를 보면 부럽다.


그리고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사랑하는 남자와의 결혼, 임신과 육아에 대해 긍정적인 생각을 하고 있다.


남자들은 운이 좋다, 왜냐하면 여자로 사회생활을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남자에 대해서 무엇보다 좋지 않게 생각하는 것은 자신보다 뛰어난 남자는 욕하지 못하지만 뛰어난 여자는 깎아내리는 것이다.

여자이기 때문에 가장 불리한 점은 직장 생활을 하는 것과 며느리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직장 생활에서 만나는 ‘남자’라는 존재에 굉장히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었다. 아빠나 미래의 남편에게 가지는 몽글한 마음과는 전혀 달랐다. 이 정도로 강하게 생각하고 있는 줄은 몰랐는데.


“꿈은 없고요.
하고 싶은 것도 없고,
돈 받은 만큼만 일할 거고,
돈 많으면 일은 안할 거고.”



철옹성을 치고 말하는 내게 동료가 포기하지 않고 물었다.


“애나가 그렇게 생각하게 된 계기가 뭘까요?”


실패한 적 없이 승승장구한 인생을 살았다는 그는 나의 상실감과 좌절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눈치였지만 그래

도 궁금해했다.


“그냥 유기견이라고 생각하세요.”


버림받은 기억이 있어서 그래요. 그는 ‘정말 딱 그렇네요,’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애나 마음을 열 때까지 시간이

걸리겠어요.



나는 사랑한다.

나에게 가장 문제 되는 것은 상처받은 마음이다.

나를 괴롭히는 것은 과거의 기억이다.

내가 가장 바라는 것은 나에게 상처를 준 사람이 미안하다고 말하는 것이다.

양심의 가책을 느끼는 일은 신입 팀원들의 수습을 통과시키지 않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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