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몽에 관하여

너를 만난 지 8주 차

by 맘고래

아가야,

오늘은 할머니에게 처음 아가의 존재를 알렸을 때 들었던 이야기로 시작을 해 볼게.


아빠에게 알렸을 때, 아빠는 할머니께 바로 전화를 해서 소식을 전했단다. 안정기가 되기 전까지 기다리지 못하고 전한 이유는 혹시나 생각지 못한 안 좋은 일이 일어난다고 해도 할머니는 아셔야 한다고 생각해서였어. 엄마에게 할머니는 그런 존재란다. 아가에게도 엄마가 그런 존재가 될 수 있겠지?


통화음 너머로 할머니의 흐느끼는 소리가 들렸어. 분명 마트에서 장 보는 중이라고 하셨는데, 사람 많은 그곳에서 할머니는 기쁨에 눈물을 흘리신 거야. 괜히 엄마도 옆에서 따라 울고 말았어. 긴 시간 엄마, 아빠만큼이나 아가를 기다렸던 할머니가 하셨을 맘고생이 조금 느껴졌단다.


그 주 주말에 할머니와 할아버지를 보러 갔단다. 문을 여니, 할머니가 따뜻하게 안아주었단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할머니가 꿈 이야기를 해 주셨어. 한 달 전인가 로또를 사야 할 꿈을 꾸셨다고 하셨거든. 그 이야기를 듣고 다 같이 로또를 샀었는데 가족 중 누구도 당첨이 되지 않았어. 할머니는 이게 아니면 다른 곳에서 분명 좋은 일이 일어날 거라 하시며, 끝까지 꿈 내용을 이야기하지 않으셨지. 이제야 그 꿈의 의미를 알겠다고 하시며 이야기해 주셨어.


꿈에서 할머니는 마당이 넓은 집의 툇마루에 앉아 계셨대. 마당의 열린 문으로 예전에 키웠던 강아지 막뚱이가 들어오더래. 막뚱이를 뒤따라 예쁘게 생긴 하얀 강아지가 따라 들어왔대.

“잘 지내셨죠? 이젠 이 강아지를 저라 생각하고 사랑 많이 주며 예쁘게 키우세요.”

할머니는 막뚱이가 마치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대. 그렇게 하얀 강아지를 두고 막뚱이는 떠났대.


막뚱이는 엄마가 중학교 때부터 결혼 직전까지 15년 정도를 우리와 함께한 강아지였어. 아픈 것도 숨길만큼 착해서 큰 병을 치료할 시기를 놓치고 무지개다리를 건넜던 엄마의 소중한 가족. 아직도 길에서 막뚱이를 닮은 강아지를 만나면 눈물이 나곤 해. 그때는 미안한 마음이 너무 커서, 떠나는 막뚱이에게 엄마는 마음속으로 나중에 꼭 엄마 딸로 태어나달라고 말했었거든. 그래서였을까? 아가가 엄마에게 찾아올 때쯤 할머니는 막뚱이의 꿈을 꾸셨어. 그게 아마도 아가를 알려주는 첫 번째 꿈이었던 것 같아.


그리고 며칠 후, 할머니는 전화 한 통을 받게 돼. 이모할머니에게서 온 전화였는데, 대뜸 엄마의 안부를 물으시더래. 무슨 일인지 물으니, 이모할머니는 지난밤 꾼 꿈이야기를 시작하셨어.


꿈에서 이모할머니는 어떤 할머니가 아주 예쁜 아이를 데리고 가는 것을 보셨대.

“아이가 너무 예쁜데, 제가 좀 돌보고 있을게요.”

이모할머니는 그 예쁜 아이를 돌보고 계셨는데, 갑자기 엄마가 이모할머니 앞에 나타났더래.

“어머, 아이가 너무 예뻐요. 제가 데려가도 돼요?”

이렇게 말하고 그 아이를 데리고 갔다는구나. 참 신기하지? 이 꿈이 아가를 알려주는 두 번째 꿈이었어.


그리고 얼마 뒤, 가족 모임에서 만난 아가의 미래 사촌 언니가 슬며시 다가와 얼마 전에 꾼 꿈이야기를 해 줬어. 꿈에서 작은 아기 호랑이가 옆집으로 들어가는 걸 보았대. 그런데 그 옆집이 낯설지가 않고 꼭 아빠랑 엄마가 살고 있는 집 같더래. 그래서 혹시나 아가가 찾아온 게 아닐까 궁금했는데, 정말 찾아와서 신기했다고 말하더라고. 이 꿈이 아가를 알려주는 세 번째 꿈이었나 봐.


엄마도 참 신기하고 예쁜 꿈을 꾼 적이 있어. 어느 밤 꿈에서는 엄마가 먹고 싶은 음식들이 식탁 위에 한가득 있었단다. 그 음식을 나중에 먹으려고 냉장고에 넣고 있는데, 손님이 찾아왔어. 안경을 쓰고 곱게 화장을 한 할머님이었는데, 꼭 복덕방 주인같이 느껴졌어.

“누가 땅을 준다고 하니, 여기 서류에다가 도장을 찍어요.”

그러면서 붉은색종이들 뭉치를 주는 거야. 펼쳐보니 글씨가 적혀 있고 예쁜 문양으로 오려진 그런 페이지도 있었어. 도장을 찍어야 하는 위치를 봤는데, 엄마에겐 도장이 없었어.

“마침 그럴 줄 알고, 내가 도장을 만들어 왔어요.”

할머님은 엄마에게 은빛 도장을 주었어. 엄마는 그 도장을 이리저리 돌려보며 연신 “예쁘다”라고 말했어. 인장이 있는 부분에 한자와 그림이 그려져 있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도장이면 그렇게 생길 수가 없는데 그 또한 참 예쁘다고 생각했단다. 도장밥에 인주를 묻히지도 않고 그 도장을 찍었는데, 그다음이 잊을 수 없는 장면이었어. 도장을 찍은 바로 그 자리에 쪽빛 실로 수놓은 자수 꽃이 피었어. 이런 태몽은 들어본 적이 없지만, 그 자체만으로도 신비롭고 황홀하게 아름다운 꿈이었단다. 엄마가 아름다운 선물을 받은 것이 틀림없음을 알았어.


아가야, 태몽은 신기하게도 한국 문화에만 있는 거래. 어떤 이유와 방식으로 그 기쁜 소식을 전하는지 엄마는 알 수 없지만, 아가는 하얀 강아지, 예쁜 아이, 아기 호랑이의 모습으로 가족들의 꿈에 나타났단다. 그리고 엄마에겐 잊을 수 없는 아름답고 신비로운 순간으로 왔단다. 예쁘게 기쁜 소식을 전해줘서 참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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