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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랑인 Oct 13. 2022

8.1. 도시 변환의 현장을 가다: Esbjerg

- (1) 덴마크 에스비에르 -

7.1) 도시 변환의 현장을 가다 (1)덴마크 에스비에르

    

이번 단락에서는 기업 비즈니스의 변환을 도시 차원에서 시도하고 있는 글로벌 현장을 소개하도록 하겠다. 이 역시 변환의 구조를 따른다. 변환 매커니즘을 도식화하면 다음과 같다.     


<변환의 작동 원리>

① 부정적 대립자들이 공존하는 평형 상태 (준안정적 환경)

② 대립자의 갈등과 긴장 관계에는 잠재에너지가 존재함

③ 우연적 사건으로 인해 잠재에너지가 운동을 촉발하고 상태 변화한다

④ 대립자들의 모순을 활용하여 새로운 구조를 발명한다 (개체발생)     


도시의 구조적 변화 역시 내적인 문제 상황에 직면했을 때 시작된다. 도시의 전통적인 기업이 시대적 변화에 영향을 받아 갈등이 생기고 문제가 생겼을 때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을 새롭게 추구하는 과정에서 도시 변환이 이루어진다. 먼저 덴마크의 항구도시 에스비에르(Esbjerg)에서 활동하는 기업들을 살펴보겠다.  


덴마크 에스비에르(Esbjerg)


석유개발 항구 → 풍력개발 항구로     


에스비에르는 덴마크 산업 전환의 대표 사례로 꼽힌다. 덴마크 유틀란트 반도 서부 연안에 위치한 이 항구도시는 기존 화석연료 산업에서 해상풍력 중심 산업으로 전환하고 있다. 에스비에르는 지난 200년 동안 총 3차례 산업 변천사를 겪었다. 1800년대 초반에 소규모 농장을 주로 운영하던 에스비에르는 항구 개발과 함께 어업이 발달했다. 이후 1980년대에는 북해에서 석유 유전이 발견되면서 석유·가스전 개발 산업이 활발하게 육성되었다. 하지만 2000년대 이후 쇠퇴가 예정된 석유에너지 산업에서 해상풍력을 기반으로 한 청정에너지 산업으로 꾸준히 전환하고 있다.      


예스퍼 뱅크(Jesper Bank) 에스비에르 지역 최고사업책임자(COO)는 “해상풍력발전단지를 건설하기 위해서는 항구의 전체 구조물들이 커지고 선박도 커져야 한다”면서 “20년 전만 해도 작은 어선만 오가던 항구에 에펠탑 크기 선박이 오가고 있다”고 말했다. 뱅크 COO는 이어 “에스비에르 항구는 해상풍력발전 산업으로 인해 인력 부족 현상을 겪고 있을 정도”라고 전했다. 에스비에르 도시 전체의 6만개 일자리 중 25%는 에너지 연관 산업이다. 이 중 일자리 1만개는 항구에서 발생한다고 한다.          


 

북해를 마주본 항구 에스비에르(Esbjerg)


① 역사적 사건과 부정적 대립자      


항구도시 에스비에르가 처음부터 녹색 도시였던 것은 아니다. 과거의 석유 개발 사업이 활발했던 에스비에르는 1972년 덴마크 정부가 51%의 지분을 소유하는 오스테드(Osted)가 설립돼 가스·석유 시추에 적극 나섰다. ‘1차 석유 파동’을 겪으며 에너지 안보에 눈을 뜬 뒤에도, ‘녹색 전환’의 필요성에 대해 시민·산업계·국회·정부가 합의하기까지 십수년이 걸렸다고 한다. 그만큼 석유 에너지를 지지하는 입장이 많았다. 1990년대에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에 겨우 합의를 했지만, 2009년에서야 석탄발전소 건설을 금지하는 법안이 통과되면서 덴마크는 녹색 산업화하는 방향으로 전환했다.     



② 대립자의 불일치를 새로운 합의로 해결     


무엇보다 2012년 국회에서 8개 정당 중 7개가 참여해, 2020년까지 풍력발전으로 전체 발전량의 50%를 충당하고, 2050년 이후에는 화석연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기로 하는 ‘덴마크 에너지 협정’을 체결한 게 기폭제가 됐다. 덴마크 국회 기후에너지유틸리티위원회의 라스무스 헬베그 페테르센(Rasmus Helveg Petersen) 위원장은 “덴마크에서는 보수정당이 집권하던 시절에도 재생에너지 확대 속도가 느리기는 했지만 방향성은 유지했다. 재생에너지 관련 기술이 성숙하고 화석연료 위기가 닥치면서 화석연료보다는 재생에너지가 옳다는 논리가 자리잡혔다”고 말했다.     


덴마크 국회 기후에너지위원회 위원장 Rasmus Helveg Petersen


도시의 어민과 갈등 관계는?


덴마크 국민 중 어민은 1만6천명(0.2%)에 불과했다. 덴마크 어업법(Danish Fishery Act)은 사업 시행 전 반드시 어민들의 동의를 받도록 강제하고 있다. 어민들로서는 보상의 법적 근거가 생긴 것이 신뢰할 수 있는 조건이 됐다. 전국 32개 지역 협회가 소속된 덴마크어민협회의 지속가능성 부회장을 맡고 있는 올레 룬베르 라르센(Ole Lundberg Larsen)은 “어민협회는 가급적 합리적 보상안을 어민들에게 제안하려 노력한다”며 “한국 어민들도 풍력발전 건설 계획 마련 초기부터 참여해 어민들의 법적 권리를 확보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석유시추 기업 → 해상풍력 기업      


1972년 설립 이래 40년 동안 석유·가스 기업이었으나 사업 전환에 성공한 오스테드(Osted) 그룹의 잉리드 레우메르트(Ingrid Reumert) 수석부사장은 “전환 과정에서 소외되는 이들이 없도록 석유·가스 자산을 매각할 때도 노동자들의 고용이 유지되도록 회사가 지원했다”고 말했다. 이어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불거지는 노동자들의 고용 안정 문제에 기업도 책임있는 자세로 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통어업 운송기업 → 해상풍력 운송기업     


에스비에르에는 대규모 해상풍력발전단지를 유지·보수를 위한 기업도 생겼다. 해상 인력운송 전문업체 MTV-CO 는 에스비에르 항구에서 해상풍력 발전단지를 관리하는 인력들을 운송하는 사업을 벌이고 있다. 직원이 약 68명인 이 업체는 어업에 종사하던 선박 전문 인력이 주로 활동한다. 과거 어업에 종사하던 현지 주민이 해상풍력 산업 종사자로 전환한 셈이다.      


MTV-CO의 새로운 CTV 선박


해상풍력단지에서 근무하는 기술자를 육지로 이송하기 위해 39m 길이의 CTV(Crew Transfer Vessel:선원운송공간)를 MHO-co가 'B2W' 모델을 중심으로 해양 접근 운송 서비스를 추진하고 있다. CTV는 단일 캐빈에 20명의 기술자를 수용할 수 있는 공간, 멀티미디어 회의실, 퇴근 후 휴식을 위한 레크리에이션 공간, 완비된 체육관, 창고 및 작업장을 갖추고 있다. MHO-CTV는 현재 5개 선박을 활용해 유럽의 4개 해상풍력발전단지에 전문인력을 운송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영국의 대규모 해상풍력발전단지 '혼시2'를 운영·관리하는 전문인력을 운송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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