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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랑인 Oct 12. 2022

7.4. 변환시나리오: 재배열_ Nike

7.4. 변환시나리오: 재배열_ Nike      


이전 단락에서는 기업변환 시나리오 가운데 틈새, 대체, 변형 단계를 기업 사례를 들어 차례대로 살펴보았다. 이번 단락에서는 기업 변환의 마지막 단계인 ‘재배열(re-alignment)’을 살펴보고자 한다. 재배열의 단계는 이른바 재료 대체를 통한 제품 재설계에 해당한다.      


재배열의 단계는 기업을 둘러싼 거시 환경에 커다란 변화가 일어나서 기존의 제품생산에 참여하는 구성원들이 시장의 신뢰를 상실한 상태에서 제품의 부분 수정이 아닌, 전면적 혁신을 시도할 때 나타나는 변화이다. 이 대표적인 사례가 나이키(Nike)이다. 다음에서 나이키가 겪은 위기와 재배열을 통한 변환 과정을 살펴보자


      

1) 외부적 조건 (사건)     


1990년대 나이키는 자신들의 신발을 만들고 있는 동남아시아 지역의 하청업체에 고용된 노동자들의 인권침해에 상대적으로 무관심한 반응 보였다. 영국의 어느 잡지 표지에 12살짜리 파키스탄 소년이 나이키의 로고가 새겨진 축구공을 바느질하는 사진이 실렸다.     



나이키측은  "우리 회사가 공장을 소유하고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그 공장에서 일하는 하청업체 노동자들까지 우리가 신경 쓸 여력은 없다"라고 했으며 오히려 "우리 회사는 제3세계 노동자들에게 빈곤을 탈출할 '기회의 사다리'를 제공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비판 여론이 높아지자 나이키는 하청업체 관리와 노동통제의 관행을 바꾸는 프로그램을 마련했지만 소비자들의 외면으로 1990년대 후반 엄청난 매출 손실을 입었다.       


2) 질료적 조건 (재료)          


1990년대 나이키가 동남아시아 하청업체에 맡긴 신발 공정은 대체로 고무, 플라스틱, 폼, 직물, 접착제 등 약 16,000가지 재료들을 사용하는 것이었다. 이 모든 재료는 서로 상호작용하고 제조설계에 영향을 미쳤다. 당시만 해도 나이키는 1,500개 글로벌 공급사로부터 이 재료들을 공급받고 있었다. 하지만 이 의류 제조 과정에서 아동 착취가 일어날 뿐 아니라 환경오염도 심각하게 일으켰다.


라이프지가 밝힌 나이키의 두 얼굴_노동 착취 현장

당시 나이키의 의류 제조업체 공급망 회사들은 나이키가 배출하는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56%, 전체 물 소비량의 83%를 차지했다. 복잡한 재료선택과 디자인 결정을 돕기 위해 나이키는 공급업체의 재료와 관련된 제조공정에 대한 데이터를 수집했고, 대부분의 제품을 구성하는 많은 재료들에 대해 자체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했다. 이 정보를 이용하여 나이키는 지속가능한 제품의 신발라인을 출시하기 위해 재료 평가도구(MAT, Material Assessment Tool)을 작성했다.    

   

MAT는 나이키 신발 제조에 사용되는 모든 재료의 점수를 매기고 환경오염을 일으키는 기준으로 순위를 매기는 소프트웨어이다. 이것을 통해서 제품 설계를 분석하고, 에너지 소비, 직물 처리의 영향, 용제 화학물질 사용, 고체 폐기물의 양 등에 대해 등급을 매겼다. 이 과정을 통해 나이키는 독성 접착제의 사용을 없애고 폐기물을 최소화하고 더 환경친화적으로 지속가능한 재료를 선택함으로써 특정 신발 디자인을 채택할 수 있었다. 그 결과가 플라이니트(flyknit)이다.      


Flyknit : 지속가능한 제품라인공정     


양말 제조 방식과 동일하게 뜨개질 방식으로 신발 윗부분 제작


플라이니트(Flyknit) 신발은 단 2조각으로 만든다. 이 기술은 양말 제조 방식에서 가져왔다고 한다. 양말을 제조하는 것과 동일한 기술을 채택한 것이다. 따라서 신발의 윗부분 전체를 하나의 형태에 맞는 조각으로 뜨개질하고 그 다음 한 조각의 고무바닥을 부착시키면 제조가 끝난다. 이 방식은 신발 공정을 완전히 바꾸어 버렸다. 이 공정의 혁신성은 더 이상 자르고 꿰메는 일이 없다는 점에 있었다! 아동 노동을 착취하는 노동집약적 제조공정 없애버린 것이다. 나아가 이 공정으로 인해 기존보다 66% 더 적은 폐기물 발생시키게 되었다.     

 

이와 같이 전통적 재료의 완벽한 교체는 어떻게 이루어진 것일까? 1979년 나이키에 신발디자이너로 입사했던 마크 파커(Mark Parker)는 2012년 나이키 CEO가 되었을 때, “이것으로 더 이상 자르고 꿰메는 일은 없다. 가장 노동 집약적인 신발 제조 공정은 그림에서 사라졌다”라고 말했다. 그만큼 나이키의 CEO는 전통적 신발 조립의 재료와 공정에 대한 강한 문제의식을 가졌고, 이것을 극복해야 할 과제로 여겼던 것이다. 그가 신발 디자이너였기에 더욱 수동 노동력의 비효율성과 폐단을 잘 알고 있었다.       

  

MARK PARKER, NIKE의 CEO


3) 에너지 조건      


CEO의 인터뷰를 통해 우리는 나이키 내부에서 전통적 신발 제조 방식에 대한 문제제기가 있어왔고 이를 극복하는 해결방안을 두고 고민해왔음을 짐작할 수 있다. 사실 수천 년 동안 구두 제작자들은 가죽, 모피, 천, 고무, 플라스틱과 같은 평평한 재료의 무늬를 잘라낸 다음, 그 평평한 조각들을 함께 힘겹게 못질하거나 꿰메거나 접착하여 신발의 3차원 모양을 형성함으로써 신발을 디자인하고 제조해왔다.      


2012년 나이키는 신발의 디자인과 제조 공정에서 전면적인 혁신을 수행하기 위해 이 전통적인 패러다임을 넘어섰다. 이를 위해 나이키는 37개의 신발 조립 라인을 버리고 새로운 신발 제조 시스템을 개발했다. 플라이니트(flyknit)라 불리는 이 신발은 단 두 조각으로 신발을 만든다. 이는 신발 제조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으로 수동 노동력의 50%를 제거할 뿐 아니라 절단실 바닥에 남아 있는 작은 천 조각들도 모두 없애버렸다.      


Flyknit 제조 과정


하지만 플라이니트 디자인 프로세스는 전통적인 신발 디자인에 비해 매우 다른 기술을 요한다. 전통적 접근 방식으로 디자이너들은 미학, 편안함, 그리고 기능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다양한 종류의 재료들을 선택했다. 반대로 플라이니트를 사용하면 디자인 설계자는 특수한 소프트웨어를 사용하여 짜임새의 패턴과 밀도를 선택하여 기술적 성능과 편안함과 미적 스타일을 제공한다.      


이런 소프트웨어 기반의 디자인 프로세스를 전통적 디자이너들이 반겼을 리가 없다. 플라이니트 공법은 새로운 제조 공정을 개발하고자 하는 디자이너들이 나이키에 편입되면서 시작되었다. 이 두 집단 사이의 암묵적인 갈등 관계는 새 CEO의 등장(사건)으로 바뀌게 된다. 나이키는 사내에 “지속가능한 사업과 혁신”이라는 조직을 새롭게 설치했다. 신발의 재료 자체를 재설계하기 위해 한나 존스(Hannah Jones) 나이키 지속가능한 사업과 혁신 담당임원은 “낡은 것을 교체하기 위해서 우리는 새로운 기술과 새로운 화학, 새로운 재료를 필료로 한다”고 밝혔다.



이상에서 우리는 나이키가 시도한 신발 제조 혁신이 신발 자체의 디자인과 재료 자체를 전부 바꾸어 놓는 전면적인 변화였음을 알 수 있다. 이런 변화는 그냥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신발 제작 방식이 본래부터 가지고 있던 재료들의 한계를 직면하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재료 자체의 교체를 통해 제조공정 자체를 바꾸어 버린 것이다. 이를 두고 기업 변환의 최종 단계인 ‘재배열’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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